이들에겐 여행이 ‘일’이자 ‘일상’이고, ‘이상’이자 ‘일탈’이다. 여행하며 먹고 사는 프로여행러 6인이 여행을 즐기고 다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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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새아 | 트래블 유튜버

모델이자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혼자 여행하며 나만의 여행 꿀팁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youtube.com/happysaea)에 올린다. 영상을 따라 누구나 그대로 여행 계획을 짜도 될 만큼, 생활밀착형 가이드를 제안한다.

여행과의 인연 모델 일이 직업이라 해외 촬영을 나갈 일도 있고, 다른 직종에 비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쉬운 편이었다. 그렇게 여행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행지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트래블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과 ‘해피새아’라는 활동명도 가지게 됐다.
여행이 일이라서 좋은 점 여행의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 전에는 내 돈을 들여 휴가 때만 떠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업무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지나도 유용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행이 일이라서 힘든 점 떠나기 전에는 자료 조사와 콘텐츠 기획에 골똘하고, 떠난 후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로 고충을 겪는다. 집에 돌아와선 여행한 시간 그 이상으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봐야 하는 편집자로서의 고뇌가 시작된다.
나의 여행 철학 카메라 렌즈로 보지 않고 눈으로 보기. 골목골목 숨어 있는 작은 것들 발견하기. 현지에서 만난 사람을 내 영상의 소재로 소비하지 않기.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네팔. 아직 영상은 만들지 못했지만, 네팔로 ‘착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네팔의 시골 마을에 학교를 지어주고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일종의 봉사 여행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전시 관람을 워낙 좋아해 국립미술관에서부터 작은 동네 미술관까지 찾아다닌다.
여행 필수품 만능 어댑터, 고데기, 메이크업 용품, 카메라, 충전기, 그리고 여행지와 어울리는 옷들.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이제 촬영이 없는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가 있건 없건, 멋진 곳에 가서 좋은 걸 보면 자연스럽게 촬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만 촬영을 ‘덜’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10월 몰디브행 티켓을 끊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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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루체른 ‘제프스 버거’ 루체른에 도착한 첫날 저녁 휴대폰 대리점 직원에게 추천받아 간 로컬 버거집. 만족스러워 세 번이나 방문했다. 물가 비싼 스위스에서 1만5천원 주고 빅맥 먹을 바에는 2만원 주고 제프버거로 갈 것.
파리 ‘스프링’ 파리에서는 발 닿는 대로 들어간 모든 레스토랑이 다 인생맛집이었지만, 이곳의 깔끔한 프렌치 코스 요리와 훌륭한 와인 페어링에 반해 물개박수를 쳤다.
일본 ‘우나기 도쿠’ 평범한 메뉴로 느껴질 수 있는 장어덮밥이지만, 장어의 크기나 맛, 소스가 여느 집과 달랐다. 일본 전역에 몇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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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 일러스트 작가

먹고, 그리고, 여행하길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오사카 키친>, <타이베이 키친>을 출간했으며, 음식과 문화 콘텐츠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 뉴욕과 관련한 책을 준비 중이다.

여행과의 인연 직장생활 10년 차에 큰 결심을 하고 1년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집도 팔고 살림도 다 버리고 말이다. 여행은 마약 같아서 유럽 곳곳을 분주하게 다니다 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점점 늘었다. 그러다 일본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겨 삿포로에서 지냈는데, 그때 일상의 먹거리들을 기록하고 그린 것이 책으로 나오게 됐다. 여행하며 먹고, 그리는 일이 시작된 계기다.
여행이 일이라서 좋은 점 여행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뒤 주변에서 ‘부럽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내 방식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은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여행이 일이라서 힘든 점 일과 휴식이 365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일하지 않을 때도 일의 한 꼭지가 몸에 묶여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달까.
나의 여행 철학 여행은 평생 해야 하는 ‘삶’과 같다.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늘 함께하는 것. 독자들이 내 책에 담긴 현지 먹거리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해보길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시리아. 지금은 테러와 전쟁 때문에 갈 수 없는 지역이 됐지만 내가 여행하던 당시에는 그나마 평화로운 때였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놀라운 것들로 가득했다. 동양인 여성 여행자가 적어 어딜 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경험도 했다. 여행이 아니라 거의 서바이벌 수준이었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재래시장을 찾아간다.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그곳만큼 그 나라가 살아 숨쉬는 현장을 볼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
여행 필수품 손톱깎이, 핀셋, 비상약. 보통 한두 달씩 장기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 세 가지가 없어 곤란했던 적이 가끔 있었다. 요즘은 아주 작은 노트도 하나 챙긴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떠날 당시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 홀연히 떠날 수 있다면 북해도로 향할 것 같다. 살던 곳이라 향수를 느낀다. 에어비앤비를 장기로 빌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추억 어린 장소들을 돌아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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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삿포로 ‘스위츠 카페’ 매년 열리는 삿포로 스위츠 그랑프리의 그해 수상작들을 맛볼 수 있는 곳. 부문별로 세분화된 메뉴 중 어떤 걸 골라도 감탄할 만한 맛이다.
오사카 ‘보타니카리’ 긴 줄을 서야 하는 데다, 그나마도 음식이 금방 다 팔려 허탕 치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카레집. 하지만 한번 맛보면 그 수고가 절대 아깝지 않다.
타이베이 ‘메이징츠완웨이’ 주민들이 와서 후루룩 먹고 가는 조그만 면 요릿집으로 웬 허름한 쇼핑몰의 지하 구석에 있다. 모든 면 요리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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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희 | 에어비앤비 총괄 이사

여행, 스토리, 재즈를 좋아하는 트래블 스토리헌터. 취향이 분명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영감을 얻는 ‘경험 여행’을 즐긴다. 틈틈이 여행기를 쓰고, 전 세계 100개 재즈클럽(100 Jazz Clubs)을 찾아가는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행과의 인연 원래부터 관광보다는 경험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이지만, 에어비앤비 홍보를 맡으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사람 만나러 가는 여행의 재미에 푹 빠졌다.
여행이 일이라서 좋은 점 ‘여행이 일상, 일상이 여행’이라는 말이 실제인 매일을 살고 있다.
여행이 일이라서 힘든 점 여행 충동이 자주 일어나고 제어가 힘들다. 특히 ‘경험 여행’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여행 중엔 비용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달 카드 고지서를 받으면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다.
나의 여행 철학 일본작가 후지와라 신야는 ‘생사봉도’, 삶과 죽음이 길 위에서 만난다고 했다. 나에게 여행은 ‘인연봉도’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 작년 여름 다녀온 이탈리아 엘바 섬과 코모 호수.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호스트의 집으로 저녁 식사에도 초대받아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로 충만했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여행지가 결정되면 재즈클럽부터 검색한다. 어디를 여행 가도 그 동네의 재즈클럽을 찾아가서 라이브 연주를 듣는 게 고정 일정이다.
여행 필수품 작년, 홍콩 여행을 떠나는데 인천공항에서 캐리어를 분실한 적이 있다. 덕분에 신용카드, 여권, 핸드폰, 노트북만 든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떠났다.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재즈 마니아층이 가장 탄탄하다. 낮엔 햇살을 피해 도쿄의 알려지지 않은 책방과 온천에 숨어서 조용히 지내다가 밤이 되면 재즈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재즈 클럽으로 향하는 거다. 그곳의 시그너처 칵테일을 마시고 라이브 연주를 듣는, 음악으로 가득한 여행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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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샌프란시스코 ‘르 콜로니얼’ 시크한 프렌치-베트남 레스토랑. 주름 한 점 없는 하얀 테이블보에 우아한 플레이팅, 친절한 서비스, 음식 맛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밀라노 ‘스피릿 데 밀란’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의 옛 유리 공장이 변신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밀라노 핫 피플들의 사교 파티가 자주 열리는데, 공연 전 야외에 차려진 이탤리언 스타일 빅테이블 디너를 즐기면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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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 KBS <배틀트립> PD, 에어나인 미디어

15년간 예능 프로그램만 제작해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행’이라는 테마가 빠질 수 없는 요즘, 여러 여행지의 명소를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달리는 중이다. <배틀트립>이 100회를 향해가는 지금은 여행사 업무를 봐도 될 만큼 여행이 익숙하고 능숙해졌다.

여행이 일이라서 좋은 점 대부분의 지인은 내게 ‘좋겠다’ 또는 ‘부럽다’고 한다. 물론 일과 취미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열심히 일한 성취감은 물론 여러 여행지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까.
여행이 일이라서 힘든 점 우리는 여행지를 ‘현장’이라고 표현한다. 현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툭 튀어나오는 일이 잦다. 해결하다 보면 촬영이 어느새 끝나버리기도 한다. 촬영을 한 번 다녀오면 강제 다이어트가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괌을 꼽겠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좋았다. 미세먼지 많은 서울 하늘을 잠시 떠나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볕을 피부로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얼마 전 팀원끼리 다 같이 다녀온 제주도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여행이 늘었다고 느낀 순간 여행에 대한 질적 능력이 향상됐다. 여행지 기획을 하다 보면 관광청, 여행사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교류가 이뤄지는데, 이때 여행 관련 조언을 많이 얻는다. 이젠 주변에서 여행사보다 나를 더 찾기도 한다.
나의 여행 철학 결혼 전엔 여행을 ‘충전’을 목적으로 다녔다면, 결혼 후에는 ‘추억 쌓기’가 목적이 됐다. 이런 생각은 <배틀트립>의 여행지 기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행지에서 추억 쌓기’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 것 같다.
여행지에서 반드시 하는 것 호텔과 리조트 조식을 꼭 맛본다. 나라별로 시그니처 메뉴가 궁금해서다. 또 일본으로 촬영을 하러 가게 되면 편의점 쇼핑을 한다.
여행 필수품 크기별 지퍼백. 비가 올 땐 방수팩으로, 수중 촬영에는 카메라나 마이크를 지퍼백에 넣어 사용한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많이 찾는 품목이 비상약품 다음으로 지퍼백이라는 사실!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10년 전 촬영차 갔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베네치아의 한 벤치에 앉아 세상의 모든 여유를 즐겼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여전히 힐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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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괌 ‘반 타이’ 4인 기준 메뉴를 7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 타이음식인 똠얌꿍과 생선 튀김이 특히 맛있다.
괌 ‘비치 인 쉬림프’ 새우 요리 맛집이다. 새우 감바스, 코코넛 슈림프는 꼭 먹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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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 호텔 전문 에이전시 크레드 대표

크레드는 더 리딩 호텔 오브 더 월드, 윈덤 호텔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등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4년 차가 된 크레드에게 ‘호텔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앞으로도 호텔을 통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여행과의 인연 첫 사회생활을 호텔 세일즈 & 마케팅 부서에서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회사의 직원 복지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호텔 전문 에이전시를 꾸렸고, 해외 클라이언트가 많은 덕에 일하며 여행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포르투갈의 포르투. 다른 여행지에 가는 길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별 생각 없이 포함한 장소였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멋진 건축물과 아름다운 강,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편안하고 조용한 도시가 주는 매력이 아름다웠다.
나의 여행 철학 여행지와 호텔만 정하고 세부 계획은 짜지 않기. 그래야 좀 더 느긋하게 그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여행하며 일해서 좋은 점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동시대를 살아도 지리적 특성, 문화, 언어, 정치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다. 여행하며 우리와 다른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경험치가 점점 더 쌓여가면서 다양한 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여행하며 일해서 힘든 점 언젠가 출장을 가서 온전히 여행지를 즐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던 적은 있다. 머릿속으로는 ‘이때 시간이 좀 비니까 어딜 돌아보면 되겠다’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일하다 보면 생각한 대로 일정이 흘러가지 않더라. 이후에는 최소 하루, 일정이 허락한다면 이틀 정도는 개인 일정으로 여행지를 즐기고 오려고 노력한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로컬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현지 투어(Day Tour)에 참가한다. 투어에 참여하는 여행객들의 국적이 다양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재미도 있고, 대부분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 높은 여행을 편히 즐길 수 있다.
여행 필수품 섬유 탈취제, 옷핀, 유니클로의 ‘울트라 라이트 다운 베스트.’ 옷핀은 무언가 고정할 게 있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다시 한 번 포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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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마카오 ‘코코스 헝행’ 코코넛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주스를 판매한다. 코코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최근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 최고의 맛을 경험했다.
포르투 ‘만테이가리아’ 나타(포르투갈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가 맛있다. 포르투의 재래시장 볼량 마켓에 갔다가 음료수 마시러 들어갔는데 마침 유명한 카페였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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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 아시아나 인플라이트 매거진 에디터

출판디자인 회사 안그라픽스에서 아시아나 기내지를 만든다. 한두 달에 한 번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분주하게 도시를 탐험한다. 낯선 언어가 사방에서 들리는 상황을, 내가 오롯이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을 즐긴다.

여행과의 인연 겁이 많았다. 혼자 하는 해외여행도 20대 초, 어학연수를 핑계로 미국 시애틀로 떠난 것이 처음이었다.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기억이 아직도 난다.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에디터라는 직업 덕에 여행을 더 좋아하고 자주 하게 됐다.
여행이 일이라서 좋은 점 일반적인 여행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진귀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파리의 유명 쇼콜라티에가 운영하는 숍의 작업장에서 내 손으로 직접 초콜릿에 문양을 새겨본다든가(3년 이상의 경력을 지녀야 그 과정에 겨우 참가해볼 수 있다), 일반 관람객은 지나갈 수 없는 백스테이지를 가본다든가 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호텔들을 두루 경험해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여행하며 일이라서 힘든 점 한정된 시간 동안 바삐 준비하느라 힘겹고, 도착해서는 동선과 스케줄이 틀어질까 노심초사하고, 다녀와서는 바로 마감을 하느라 시차 적응 할 새도 없다는 것. 체력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여행 철학 무리하지 말자. 멀리 떠나는 여행일수록 다시는 못 올 것 같아서 욕심을 많이 부리게 되지 않나. 그러면 현실로 돌아와 더 힘들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이탈리아 밀라노. 내 첫 유럽 여행지였다. 내 취향을 잘 아는 선배가 당시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준비 없이 무작정 날아온 나를 위해 좋아할 만한 곳들을 콕콕 짚어 알려줬다. 선배를 따라 골목길을 걷다 코너를 돌자마자 눈앞에 선물처럼 나타난 두오모를 보고 ‘심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생에서 날씨 운이 가장 좋았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너그러웠던 초가을 날씨도 밀라노를 각별하게 기억하게 하는 이유다.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서점과 갤러리는 꼭 한 군데 이상 들른다. 서적과 그림 감상도 하지만 직원들로부터 좋은 장소를 소개받기도 한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마켓에서 식재료 구경하는 것도 신나는 일. 여행 막바지에는 높은 곳에서 한 번쯤 도시 풍경을 내려다본다.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이라는 기분이 들면 작별 인사를 건넨다.
여행 필수품 눈에 따뜻한 기운을 주는 수면 안대. 시차 적응으로 잠이 안 올 때도 유용하다. 음식 냄새가 옷에 밸 수 있으니 섬유 탈취제도 챙긴다. 그리고 반식욕을 위한 입욕제, 고생한 발을 위한 휴족 시간.
어느 날 홀연히 떠난다면 아직 가본 적 없는 포르투갈. 빠듯한 스케줄과 복잡한 동선 따위는 잊고 어여쁜 골목골목을 정처 없이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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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
홍콩 센트럴 ‘교향원’ 이곳에서 국수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고, 토핑과 매움 정도 등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는 운남식 국수집이다.
부산 달맞이고개 ‘기와집’ 대구탕이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었나 하며 감탄하며 먹었다. 탕 안에 커다랗게 들어 있는 무도 별미다.
오사카 ‘텟판 세가와’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등의 철판요리 전문점. 퓨전식 오코노미야키 등 오리지널 외에도 선택지가 많다. 와인을 곁들여 세련된 무드로 철판 요리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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