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수집 취향을 가진 8인의 여행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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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ard

여행지에서 들고 온 명함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 나라의 종이, 잉크, 명함을 건넨 사람의 정보 그리고 여행을 갔던 시기의 감수성까지,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준다. 내가 갔던 곳이 어딘지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뿐인가. 서로 다른 나라의 명함을 잔뜩 모아놓고 보면, 나만의 여행 지도가 완성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꺼내 봤을 때 당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 때도 있고, 그 장소를 더 사랑하게 될 때도 있다. 명함은 내게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미디어인 셈이다. 나는 명함을 3인치의 미학이라 부르고 싶다.
– 황선정(라움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뉴미디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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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th Paste

나의 ‘치약 컬렉션’은 뷰티 업계에서 일한다는 직업적 의무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 출장을 가게 되면 필수적으로 그 도시의 대형마트, 백화점을 돌아보는데, 그때마다 발을 멈춘 곳이 치약 코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천편일률적인 민트 맛에 평범한 패키지의 치약이 전부였던 터라,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맛과 향, 디자인이 다양한 치약을 볼 때마다 흥미로웠다. 시장 조사 목적으로 하나 둘씩 사서 써보다가 어느덧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되어버렸다. 실생활에서 매일 하루 3번 이상 사용해야 하는 치약이니 다른 기념품보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취향의 치약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 김효선(아모레퍼시픽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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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e

런던의 멀티숍에 가는 것보다 베를린의 숲에 가는 걸 더 좋아하게 된 이후로 나의 쇼핑 리스트는 좀 달라졌다. 옷과 신발, 가방 대신 꽃병을 사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게 됐다. 특히 플리마켓이나 그 나라에만 있는 숍에서 아름다운, 하나밖에 없는 꽃병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은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베를린의 아르코나플라츠 플리마켓, 리스본 상벤투 거리의 빈티지 유리 가게는 이 보물찾기를 위한 최상의 장소다. 짐을 쌀 때 잠시 곤란한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집에 돌아와 테이블 앞에 가만히 앉아 놓아둔 꽃병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 이윤주(플라워 플리즈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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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 Suit

여행이 주는 정서는 제각각이고, 두 발을 직접 땅에 둬야 진짜가 보인다.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걸 몸에 새기거나 채집한다. 늦은 아침 커피를 찾아 골목을 헤매다 발견한 타투 가게에서 서둘러 문신을 한 게 일곱 번, 사막이나 해변의 모래를 퍼 나른 지 수삼 년이다. 여행은 곧 여름이라서, 물건이라면 수영복이 가장 많다. 이 수영복은 시칠리아 시라쿠사에서 샀는데, 아름다운 수영복을 발견하면 사야 할 이유를 기어코 만든다. 짙은 녹색과 아라비아풍 문양의 면면이 마음에 들었다. 그을린 피부마다 새로운 수영복을 더하며, 그날의 햇볕을 추억하고 싶다. 팔뚝에 끼우는 튜브는 해변 근처에서 샀고, 후추처럼 매캐한 롤온 타입 오르티지아 향수는 수영복을 사며 함께 샀다.
– 오충환(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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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Ring

몇 해 전 런던에서 1년간 머무르면서 나의 키링 수집은 시작됐다. 주로 유럽을 많이 여행했는데, 모든 도시에 존재하면서 부피는 크지 않은 기념품을 고민하다 키링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라별 필수 쇼핑 아이템을 사거나 각국의 헌책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모으기도 했었는데, 어딘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꾸준히 나만의 컬렉션을 완성하기에는 키링이 크기도 무게도 딱이었다. 약 40개 도시를 여행하며 도토리 모으듯 키링을 모았다. 사진으로 여행을 기억하듯, 한곳에 진열한 키링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와락 떠오른다. 앞으로 가게 될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도 품어본다.
– 김고은(PR GATE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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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r&Postcard

해외에 나가면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거나,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와 공연을 꼭 챙겨본다. 그러곤 관련 엽서와 포스터를 사둔다. 언젠가 희미해질 기억이, 만져지는 종이 위에 잉크로 기록되는 것 같아서다. 당시의 기억을 손으로 만져지는 무언가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랄까. 다시 꺼내 펼쳐 보거나 어떤 공간에 두고 바라볼 때, 그곳에 머물던 기억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최근 구입한 어빙 펜의 베를린 전시장에서 발견한 매거진과 작품 엽서는 나에게 새로운 빛처럼 다가왔고, 올 3월,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현지에서 어렵게 공수한 연주 포스터는 영원한 갈채의 순간으로 여전히 선명하다. 주사위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의 순간에 마주한 숱한 도시의 엽서와 포스터는, 그렇게 나의 마음과 영혼을 채워준다.
– 지향미(라탈랑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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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ry

마그네틱도 스노볼도 모아봤지만 조금 지나니 심드렁해지고, 어쩐지 애물단지가 되었다. 기념품을 위한 기념품 대신 내가 좋아하는 걸 모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던 중, 쇼핑을 할 때마다 예쁜 액세서리를 사게 되었다. 평소에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늘 여행의 추억과 함께하는 기분이다. 귀고리는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브로치는 LA의 편집숍에서, 목걸이는 홍콩의 빈티지숍에서 구입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쇼핑을 위한 쇼핑이었는데, 하다 보니 쇼핑의 명분이 생겨 더 좋다.
– 윤지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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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fume

대학생 시절, 첫 유럽 여행의 설렘을 안고 면세점에서 구입한 향수는 당시 인기가 높았던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티였다. 유럽 도시 곳곳에서 퐁퐁 뿌리고 다녔지만 프라하의 한 호텔에 두고 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전인데도 그린티의 향을 맡으면 파리에서, 로마에서 뭣도 모르는데 신이 났던 여자 아이가 떠오른다.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향수를 사기보다는, 저렴하게 향수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 매번 향수를 사던 것이 ‘여행자의 기억법’이 된 것 같다. 펜할리곤스의 루나는 홍콩에서 처음 시향한 향수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향수는 후배가 선물한 것을 하와이에서 뿌렸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 라 로즈는 방콕에서의 느긋했던 한 달을 떠오르게 한다.
– 허윤선(<얼루어> 피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