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향하고 있다는 일종의 사인. 애슬레저 룩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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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간자 소재의 오버사이즈 아노락은 마크 제이콥스 바이 네타포르테 (Marc Jacobs by Net-A-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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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밸런스한 길이와 소재의 스포티한 치마는 스텔라 매카트니 (Stella McCartney). 3 빨간색 줄무늬 삭스 부츠는 알렉산더 왕 (Alexander Wang).

한 4~5년 전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딱 붙는 요가 팬츠를 입고 클렌저 주스 또는 테이크아웃 샐러드 박스를 든 여인들이 바쁜 걸음으로 맨해튼 거리를 거닐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하체 라인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에 ‘뭐 그렇게까지’라며 눈을 흘기던 사람들도 나중에 하나 둘 동참하게 되었다(물론 한국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눈치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단순히 특정 장소에서만 입던 운동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개념이 아닌, 내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있음을 세상에 드러내고 인정받는 도구로 작용하게 되었다. 물론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처럼 요가 팬츠가 오트 쿠튀르보다 쿨하고 멋스럽게 몸에 감기는 슈퍼 셀러브리티의 영향도 한몫 든든히 했다. 이들의 길거리 요가복 사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모양은 달라도 자신감만큼은 닮고 싶은 게 모든 여자의 마음. 순식간에 요가복이 스키니복 시장을 집어삼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가 전문 브랜드는 물론이요 각종 SPA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레저복 제작에 열을 올렸다. 레저 라인을 따로 만들고 그만을 위한 광고를 전파에 태웠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게 열띤 지지를 받고 있는 스트리트 감성의 브랜드에서는 각종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해 그들만의 개성을 담은 레저복을 소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콧대 높은 하우스 브랜드 역시 스포티즘 빼고는 트렌드를 원만히 이야기하기 무색할 정도로 스포티즘 전반에 강하게 의지하고 있다.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우리는 이 모두를 에둘러 애슬레저 룩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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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옆면을 포인트 컬러로 장식한 트레이닝 팬츠는 스텔라 매카트니.

런웨이발 유행 키워드이자 현재 리얼웨이에서 인기를 모으는 상당수가 바로 애슬레저 룩을 구성하는 아이템이다. 첫째는 몇 시즌 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하우스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힙한 구제 시장의 물량까지 모조리 초토화시킨 아노락! 바람막이, 윈드브레이커라고도 불리는 이 재킷은 본래 방수 소재로 만든 스포츠 의류다. 길이가 길고 소재가 많이 두껍지 않은 아노락은 여름 시즌 원피스로 활용하면 장마 때까지 문제없이 입을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스타일링이 좋은 예. 트레이닝 팬츠, 조거 팬츠, 쇼츠, 브라톱도 레저 룩에서 시작한 아이템이다. 모두 캐주얼 룩 어디에나 편하게 매치할 수 있는 만능 아이템이다. 루이 비통을 비롯한 아웃솔이 두터운 각종 어글리 슈즈와 릭 오웬스 등의 투박한 샌들을 활용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해보자. 애슬레저 룩의 고전인 트레이닝 재킷은 라코스테, 코셰, 마리 카트란주 등과 같이 아재 패션 법칙에 따라 팬츠에 넣어 입으면 또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 백팩과 벨트백은 애슬레저 룩에는 베스트 매칭으로, 포멀 룩에는 언밸런스한 느낌으로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 PVC, 메시, 얇은 가죽, 레이스 등 여름용 소재가 다이내믹한 애슬레저 룩과 만나 일으키는 변주는 그것만으로도 위트다. 다양하게 레이어드를 시도하며 스타일링이 주는 재미를 만끽해보길. 일상복으로 입었다가도 일상을 벗어나면 그대로 레저복이 되는 게 바로 애슬레저 룩이다. 일상을 여행하듯 입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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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광택 있는 실버 컬러의 체인 장식 패니 팩은 알렉산더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