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다음으로 갈 곳을 찾고 있다면? 방콕과 함께 여행할 곳을 찾는다면? 후아힌을 권한다. 어쩌면 태국에서 가장 조용한 바다가 있는 도시, 후아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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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니 후아힌 리조트의 씨 뷰 빌라.

수안나폼 공항에서 방콕의 공기를 한 5분쯤 마신 후 내가 향한 곳은 후아힌이다. 후아힌은 파타야와 함께 방콕에서 차량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로, 방콕과 연계된 여행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두 도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데, 파타야가 향락의 중심이라면 후아힌은 휴양의 중심이다. 태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왕실의 여름 휴양지도 바로 이곳. 그 때문인지 도시의 인프라는 발달했지만 유흥보다는 조용한 휴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바니 후아힌 리조트 & 빌라

방콕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후아힌. 여느 휴양지가 그렇듯 세계적 리조트부터 작은 호텔까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아바니 후아힌 리조트 & 빌라(AVANI Hua Hin Resort & Villas)는 특히 아늑하게 자리 잡았다. 깊고 길게 뻗은 리조트는 입구가 도로에 면해 있고, 끝자락에는 해변이 있다. 무성한 정원으로 둘러싸인 대형 라군 수영장과 196개의 객실, 스위트룸과 빌라를 갖추고 있다. 열대의 꽃과 나무가 가득하면서도 모던하게 마감되어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발코니가 딸린 슈페리어, 디럭스 객실도 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라군 빌라다. 이 큰 리조트에서도 단 13개뿐인 라군 빌라는 테라스가 바로 풀로 연결되어 있다. 선베드와 소파, 테이블이 놓인 넓은 테라스 앞에는 나무와 풀로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풀이 있고, 이 풀은 다시 거대한 라군 풀로 연결된다. 호텔의 투숙객 중에서도 빌라의 투숙객만 활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라 가뜩이나 넓은데,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다. 비치백에 옷과 책 등등을 챙길 필요도 없이 빌라에서 수영복을 입고 테라스로 나와 풍덩 뛰어드는 이 간편함! 일행이 있다면 헤엄을 쳐서 옆집에 놀러 갈 수도 있다. 밖으로 나와 도보로 이동하는 것보다 빠르다. 그래서 이 리조트에서는 한없이 게으름뱅이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아바니 리조트에는 풀빌라도 있지만 라군빌라가 최고다. 풀빌라의 풀은 아무리 크다 한들 작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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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군 풀 빌라는 테라스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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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7세의 여름 별장인 마르카타야완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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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서 다양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스파와 미식의 날들

하루 종일 영업하는 스타스(Staas) 레스토랑은 세계 각국의 인기 요리를 선보인다. 신선한 지역 재료로 조리하는 이탈리아, 지중해 음식을 선보이는 브레짜(Brezza)는 해변 가까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다. 아바니 리조트에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스파를 예약하길 바란다. 아바니스파(Avanispa)는 한 달간 방콕에 머물며 ‘스파와 마사지 여행’을 즐기기도 했던 스파 마니아인 에디터의 냉정한 기준에도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스파였다. 스파를 받기 전 작성하는 체크리스트는, 여느 스파의 형식적인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다소 많은 8개의 질문에 하나하나 표시하면, 테라피스트가 다양한 스파 중 현재 컨디션과 고객의 지향점을 따라 가장 적합한 트리트먼트를 제안한다. 그렇게 추천받은 스파는 60분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완벽했다.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위해 동시에 많은 예약을 받지 않으니,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2개의 커플 트리트먼트룸과 본격적인 터키식 목욕탕을 포함한 9개의 트리트먼트룸이 있다. 운동을 거르지 않는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피트니스 클럽(Avanifit)에서 운동을 할 수 있으며, 해변에서 카이트 서핑, 패들보트 요가 등의 다양한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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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의 레스토랑 스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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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에서 즐기는 태국식 애프터눈티.

후아힌에서 노는 법

리조트의 컨시어지는 푸드 마켓 투어부터 그림 수업과 거리 예술 투어에 이르기까지 후아힌 지역에서의 다양한 여행을 제안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후아힌의 와이너리 투어와 기찻길 투어, 야시장 투어다. 기찻길은 후아힌의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다. 고풍스러운 기찻길은 포토 스팟으로도 좋다. 방콕과 남부를 연결하는 기찻길은 낭만과 느긋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차 여행을 한번쯤 꿈꾸게 한다. ‘태국에 와이너리라니?’라는 물음표로 떠난 몬순 빈야드(Monsoon Vinyards)는 열대 나무가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신기하게도 보르도 지방, 나파 밸리에서 보던 와이너리와 꼭 닮았다. 역시 물음표를 떠올리며 시음한 몬순 빈야드의 와인도 생각보다 좋다. 와이너리를 한번에 내려다보는 레스토랑은 태국과 이탈리아를 섞은 퓨전 음식을 선보인다. 태국 재료를 넣은 파스타와 샐러드에 와인을 곁들였다. 후아힌에서 예상치 못한 오후였다.

어둑해진 무렵에는 후아힌 지역 사람들에게 인기 있다는 레스토랑 차오레이(Chao Lay)에서 위장이 허락하는 만큼 태국식 해산물 요리를 가득 먹었다. 과연, 아바니 리조트의 컨시어지 직원인 미스터 멩(Meng)이 추천할 만한 곳이었다. 특히 태국식 생선회 꿍채남쁠라, 오징어 스튜 바묵 능마나오는 최고의 맛이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야시장으로 향했다. 한때 태국 야시장의 아기자기한 물품 쇼핑에 바트를 마구 쓴 적도 있었지만 야시장의 재미는 다양한 먹을거리. 슈퍼마켓보다 훨씬 저렴한 망고스틴과 망고, 파인애플을 사고 즉석에서 만드는 로띠도 사 먹을 수 있다. 돌이켜보니 후아힌에서는 먹고 논 일이 전부였다. 정말이지 괜찮은 휴일이었다.
문의 www.avani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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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후아힌의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