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앞두고 다양한 몸매 고민에 대한 맞춤 처방을 <얼루어> 뷰티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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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톱은 코스(Cos), 화이트 브리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랩 힐은 지미 추.

기억나지 않는 옛날부터 나는 ‘오다리’였다. 똑바로 섰을 때 생기는 무릎과 무릎 사이 5cm의 공간이 눈에 보일 때마다 거슬렸다. 몸 이곳저곳에 한창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때부터는 체형에 비해 유독 굵은 종아리도 골칫거리였다. 언제부터인가 길쭉한 근육이 아니라 마치 윤정수처럼 짧고 통통한 근육이 종아리 안쪽으로 잡히기 시작했는데, 화난 복어 배처럼 볼록 튀어나와 청바지를 입어도, 짧은 치마를 입어도 도드라졌다. 안 걸어 다닐 수는 없고, 남들보다 근육이 잘 생기는 체질도 바꿀 수 없기에 다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늘 고심했다. 압박 붕대를 이용해 발목부터 무릎까지 꽁꽁 묶은 채로 잠을 자보기도 하고, TV에서 본 대로 엄지 발가락에 테이프를 붙여도 봤다. 다리 교정에 도움을 준다는 발가락 교정 링을 사서 착실히 사용해봤지만 특별히 차도는 없었다. 종아리 보톡스도 고려했다. 러닝을 즐기고 도보 30분 거리 정도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이 힐링인 터라 다리 힘이 약해지는 시술은 포기했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그러다 찾은 해결책 하나가 바로 걷는 방법을 바꾸는 거였다. 먼저 시도해본 건 크리스탈, 현아 등 아이돌처럼 걸어보기. 일명 ‘학다리 걷기’인데, 넓은 보폭으로 두 다리의 무릎을 모두 쫙 펴며 걷는 방법을 말한다. 종아리 힘 대신 허벅지와 엉덩이 힘을 많이 쓰기 때문에 다리 라인이 매끈하게 정리된다는 간증이 넘쳤다. 하지만 몇 번 따라 걸어보니,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할뿐더러 발바닥에 충격도 심했다. 평소 약했던 무릎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연예인의 걷는 방법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바르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먼저 배워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양재동에 위치한 안광욱 약발 연구소. 기본적으로 내 걸음걸이와 체형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받고, 올바른 도보법에 대해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첫 방문에는 전면 거울이 붙어 있는 강의실에서 빠르고 느리게 여러 번 걷기도 하고, 똑바로 서서, 엎드려서, 앉아서 10분 정도 현재 걸음걸이와 체형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내 몸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

움직이는 종합병원

늘 콤플렉스로 여겼던 휜 다리도 그저 예쁘지 않으니까 신경 썼던 것뿐이고, 그 외에는 특별히 몸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무직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고질병인 거북목이 살짝 있기는 해도 증상이 도드라지지는 않았고, 요가나 러닝 등 운동을 즐기고 스트레칭도 자주 해 관절이 유연한 축에 속했기 때문. 허리가 곧고 자세가 바른 편이라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있었지만 속단이었다. 처음 안광욱 소장의 눈에 띈 문제는 바로 팔자걸음. 우리나라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신발 밑창의 뒤꿈치 바깥쪽이 먼저 닳는다. 그만큼 흔히 팔자걸음으로 걷는다는 뜻. 하지만 팔자로 걷게 되면 무릎 관절의 뒤틀림을 유발해 다리가 점점 O형으로 변형된다. 증상이 심각해지면 무릎뿐 아니라 고관절 또한 바깥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고관절에는 별 문제가 없네요. 하지만 이렇게 계속 걷다 보면 변형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무릎 관절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연골의 윗면이 일정하게 닳아야 하는데, 팔자로 걸으면 한쪽만 마찰이 생겨 마모를 가속화하고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됩니다. 걸을 때 양발을 11자로 두고, 의식적으로 발바닥 안쪽에 체중을 싣도록 노력해야 해요.” 발목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땅을 디딜 때 앞꿈치를 제대로 들어 올리고, 땅을 찰 때 뒤꿈치를 밀어 올려야 종아리 근육이 제대로 수축하고 이완한다. 그러면 혈류가 원활해지며 부기도 덜하다는 사실. 보폭을 더 넓히고, 빠르게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문제는 하체에만 있지 않았다. 골반이 뒤로 처지면서 등이 굽고, 굽은 등을 억지로 펴려고 하다 보니 허리가 아니라 등에 커브를 만들면서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키는 것. 어깨가 안쪽으로 말리면서 목까지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날개뼈가 튀어나오죠? 아무리 말라도 정상적인 체형이라면 날개뼈가 이렇게 도드라질 수 없어요. 어깨가 앞쪽으로 말렸다는 뜻입니다. 갈비뼈와 골반뼈를 붙인다는 생각으로 배에 힘을 주고, 양 날개뼈를 끌어내리며 어깨와 승모근의 힘을 빼세요.” 나는 종합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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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은 습관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잘못된 부분을 의식하고 전신의 근육과 관절을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걷기? 그 까짓것!’이라고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1시간 정도의 강습을 듣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전신에 자극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모든 게 걷는 방법 때문인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후회가 밀려왔다. 상담을 끝내고 카운터에 서서 명함을 보는데, 걷기를 지도해주신 선생님이 등을 탁 치며 말씀하셨다. “지금 다리 한번 보세요!” 나도 모르게 발끝을 바깥으로 벌리고, 짝다리를 짚고 서 있었다. 평소 이런 작은 습관들이 내 발목, 무릎, 고관절을 포함한 전신의 체형을 변형시키는 원인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상담을 받고 2주 정도가 지났는데 확실히 교정받은 대로 걷다 보니 걸음걸이가 경쾌해지고 다리가 곧아진 느낌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벌어져 있던 무릎이 조금 가까워진 듯하고, 실제로 힘을 주어 무릎을 빈틈없이 붙이는 것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또 저녁때쯤 느껴지던 부기(외출 후 반나절만 지나도 양말 자국이 진하게 나고, 스키니 진은 다리가 저려 입지 못할 정도였다)도 확실히 덜하다. 이렇게 빠르게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고 시술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역시나 작은 습관부터 하나하나 교정해나가는 것이 건강한 몸을 갖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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