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인터뷰와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6월에 읽을 책이 이렇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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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랩네임

성공한 프랜차이즈인 <쇼미더머니>의 인기에 편승한 듯한 작년 <고등래퍼>는 시청률만 따진다면 그렇게 성공적인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논란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나는 금요일이면 즐겁게 이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생생하고, 꿈틀거리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랩을 택한 10대들을 보는 게 어쩐지 흥미가 있었다. 이 현상에 좀 더 바짝 마이크를 가져다댄 건 <GQ 코리아>의 에디터인 나지언이다. 그는 2017년의 ‘고등래퍼’를 만나 방송 카메라가 꺼진 후 그들이 하고 싶은 말, 방송에선 하지 않은 말을 인터뷰를 통해 다시 찬찬히 담아냈다. 그렇게 인터뷰집 <비트 주세요! –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10대인 이들이 실제로 가진 건 많지 않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많은 것에 자격이 없으며, 아직 어떤 인생을 살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 단지 지금 하고 싶은 게 랩일 뿐일 수도 있다. 인생을 걸 수도 있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스물여섯 명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도 나고 눈물도 고인다. 청춘은 구석구석 잔인함을 숨긴, 결코 만만치 않은 정글이다. 이들은 온몸으로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 학교를 그만두건 그만두지 않건 둘 다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도 희생자도 있다. 사회와 부모와 자신의 무게에 눌리고 또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상처받는다. 각자 최선을 다해 가사를 쓰고 플로우를 만들며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자아를,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그 에너지와 절박함이 고등래퍼를 현상으로 만든 게 아닐까. 그때가 좋은 때라는 어른들의 부러움 섞인 후회와는 달리, 이들은 스스로 지금을 좋은 시절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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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이야기

얼마 전 사무실에 커다란 화분을 들였다. 촬영이 많은 <얼루어> 편집부는 꽃도 자주 들어온다. 촬영하느라 이리저리 치였지만 잘 잘라서 꽂아두면 며칠간 기쁨이 된다. 식물은 인간의 위안거리 중 하나다. 여기 두 책의 저자는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식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오차원의 꽃>은 SNS에서 인기 있는 플라워숍 오차원의 플로리스트가 꽃을 예쁘게 다루는 법에 대해 감각적으로 담아낸 책이다. 식물 세밀화가로 유명한 이소영의 방식은 밖으로 나가 그저 보는 것이다. 10여 년간 식물원과 수목원, 산과 들, 정원과 공터를 찾아가 만난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식물 산책>으로 엮었다.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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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데이 걸>
하루키의 단편에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의 그림을 함께 엮었다. 일본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첫 공개다.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한 소녀의 평범하면서도 은밀한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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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장소는 베를린이다. 해외 레지던스 작가는 베를린에서 석 달간 거주하게 된다. 사람들이 말하듯 ‘힙하고’, ‘핫한’ 베를린은 없다. 작가의 시선은 이 유명한 도시를 끊임없이 뒤집어본다. 저자 한은형 출판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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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되는 법>
무슨 로맨스 소설의 제목 같지만 아니다. 페미니즘 희곡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한 사람의 독서가인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소설 속 여성 캐릭터 11명을 다시 읽어낸다. 스칼렛 오하라, 인어공주, 캐시 언쇼 등 우리가 사랑한 여성 캐릭터를 만나보길. 저자 서맨사 엘리스 출판사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