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희는 아티스트이자 한 아이의 엄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을 생각하면 환경에 대한 걱정이 피부에 와 닿는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자연적인 재료로 완성한 작품과 그녀의 생활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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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스타일의 원피스는 코스(Cos). 짙은 초록색 니트는 르비에르(L’vir).

작업실이 참 예뻐요.
이곳에 오게 된 계기가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였어요.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생각을 발전시키고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에는 원색적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곳에 와서는 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톤의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 더 그런 것 같아요.

자연적인 소재라면 어떤 것들이죠?
집 앞에 있는 흙을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내다버리는 폐기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다 쓴 매니큐어 같은 화장품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공병을 이용한 작품이 인상적이에요. 언제부터 재활용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줄곧 생각했어요. 저는 예술이 특별하기보다 일상적인 것을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활용으로 길이 열렸죠.

깨진 유리를 사용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요?
예전에 신인 작가들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작품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더 돋보일까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빛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사람들은 빛나는 것을 특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길에서 깨진 소주병을 봤는데 그게 참 예쁘더라고요. 각각 반짝이면서도 색깔은 다채로웠어요. 그렇게 시작됐어요.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해요?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이번에는 플라멩고 공연과 협업해서 전시를 열어요. 플라멩고를 본 후 느낀 순수한 감정을 캔버스에 옮기는 거예요.

여성과 관련되어 있나요?
그럼요. 제 작품은 언제나 일상과 여성을 주제로 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내면에 강한 힘을 지닌 여성의 면모를 느낄 수 있어요.

전시가 끝나면 또 어떤 작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폐유리를 이용한 페이크 주얼리를 만들려고 해요. 오벌 형태의 오브제가 될 수도 있고, 착용 가능한 무엇이 될 수도 있죠.

작품 활동 외에 그린 라이프를 실천하는 게 있나요?
저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쇼핑백과 포장 박스는 최대한 가져오지 않죠. 그리고 빈티지 모피 옷을 즐겨 입어요. 시각의 차이지만 이른바 에코 퍼라 불리는 것들 중 동물만 보호할 뿐이지 수많은 공정 과정에서 환경에 더 해를 끼치는 것이 많아요. 이미 생산된 오래된 모피 옷을 고쳐 입으면 새로 사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곧 작업실을 한남동으로 옮긴다고요?
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개인적인 생각이나 작업 관련한 것들이 많이 정리되었어요. 이제는 소통하며 좀 더 적극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