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이요?” 누군가 에디터에게‘ 윤리적’이라는 말을 건네자 당황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예쁜 것, 아름다운 것, 빠른 것을 주로 다루는 것이 직업인지라. 보이는 것 외에 이것을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3세계의 언어보다도 생소한 이‘ 윤리적 패션’은 이제 더 이상 몰라서도, 미뤄서도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우리의‘ 의무적 소비’임이 틀림없다.

 

인터넷 지식백과에 윤리를 검색해보니 ‘인간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언제부터 패션에 이런 규범이 필요했을까? 1970년부터 유엔은 매월 4월 22일을 ‘지구의 날’로 지정해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욕망을 채 우기 위해 희생되는 동물과 식물, 수없이 훼손되는 자연 그리고 매일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를 다 시금 생각하길 바라는 그리고 개선하길 바라는 선구안적 대책이었을 것이다. 다 함께 지구에서 살기 위해 만든 날이랄까? 우리 모두는 이날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중 앞서 말한 쓰레기 중에는 한 철 입고 버리는 폐의류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패스트 패션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그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윤리 적 패션이란 무엇일까? 에코 패션, 친환경 패션, 슬로우 패션…. 부르는 말은 많지만, 결국은 인 류의 안녕과 미래의 발전을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조화롭고 균형 있게 영유하는 패션이라 정의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보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패션을 만들고 입자는 얘기.

그나마 다행인 건 근래에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는 것. 이를 지지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폐의류를 수거해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 패션 제품을 생산하는 등 사회 적 책임을 지고자 하는 브랜드 등의 행보가 그렇다.

하지만 마음만은 환경을 생각하고 윤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실천하고 싶지만, 그 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면 실천은 더없이 어렵다. 이에 우리 가까이에서 윤리적이고 가 치 있는 패션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바로 ‘ 서울 에티컬 패션(SEF, Seoul Ethical Fashion)’이다.

‘지속 가능 윤리적 패션허브’가 운영하는 이곳은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작은 회사를 돕기 위 해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마련한 곳이다. 공공성, 경제성, 친환경성의 기준에 맞는 회사를 모아 지원하며 서울에공동 매장을 열고 윤리적 패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이 공동 판매장에는 친환경 소재와 다양한 리사이클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소재를 사용하거나 , 생산자가 경제적인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 불하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기업만 입점이 가능하다고. 실제로 매장에 입점한 브랜드의 면면 을 살펴보면, 그 스토리와 만드는 과정, 그리고 만들어진 후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다 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모피, 가죽, 실크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부터 버려 진 우유팩을 재활용해 지갑을 만드는 브랜드, 못 쓰는 가죽, 방수천, 원단 등을 사용한 잡화 브랜 드 등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 다. 자세히 보면 의미 있는 소재를 능가하는 위트 있는 디자인에 금세 마음을 빼앗긴다.

못생긴 제품만 잔뜩 있는 것 아니야? 의심 가득했던 에디터의 마음도 빼앗은 이곳에서 착하고 예쁘기까지 한 아이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윤리적 패션을 실천하는 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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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로 신발을 만들며, 수익금의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하는 엘 에이 알(LAR). 운동화는 12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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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가죽과 방수천의 일종인 타폴린 원단을 토대로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리블랭크(Reblank). 클러치백은 3만9천원, 작은 파우치는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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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유팩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밀키 프로젝트 (MilkyProject). 카드 지갑은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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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는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tiger). 재킷은 각각 19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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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알리는 브랜드 플라우드(Floud). 취준생의 하루 동안 감정선을 표현한 스웨트 셔츠는 9만3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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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을 나르는 우간다 아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는 제리백(Jerry Bag). 무거운 가방을 안전하게 나를 수 있는 가방은 5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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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에서 추출한 친환경 섬유로 만든 양말 브랜드 콘삭스(Cornsox). 버려진 뒤 땅속에서 분해가 빨리 되는 양말은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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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환경,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무역을 연구하는 그루(g:ru). 자투리 천으로 만든 가방은 2만8천원, 스마트폰 케이스는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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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장년층 여성 일자리 창출을 통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목화송이협동조합(Cottomball). 보자기 형태를 응용해서 만든 장바구니는 4천4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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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방식을 연구하고 버려진 청바지로 재활용 제품을 소개하는 이스트인디고(East Indigo). 모자는 각각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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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우산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큐클리프(Cueclyp). 숄더 파우치백은 3만5천원, 카드지갑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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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없는 삶’을 주제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공공공간(OOO간). 자투리 천으로 만든 방석은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