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원피스에, 치맛자락에 러플이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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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드 러플 장식의 후프 귀고리 아르메 드 라무르 바이 네타포르테(Arme De L’amour by Net-A-Porter). 2 초록색 가죽 뮬은 뤼 생 바이 매치스패션닷컴 (Rue St. by Matchesfashion.com).

갈수록 젠더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는 이때, ‘여성스러운 디테일’ ‘남성적인 옷차림’ 등의 표현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어떠한 특성을 젠더 안에 가두어 표현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억압이다. 사회에서는 ‘남성답게’, ‘여성답게’가 아닌 ‘나답게’를 강조하며, 나 자신의 요구에 집중하도록 독려한다.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젠더의 장점을 부각시켜 극대화하는 스타일에 대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좀 다르다. 찰랑찰랑 춤추듯 흩날리는 러플 디테일은 여성만이 지닌 고운 선과 분위기를 아주 크게 한다. 남성 의상에도 쓰지만 그 매력의 폭과 범위는 사뭇 다르다. 이번 시즌 레디투웨어를 강타한 런웨이 속 러플 디테일을 만나보면 자연히 이해가 될 것.

가장 먼저 러플 디테일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컬렉션은 레디투웨어도 오트 쿠튀르 못지않은 판타지를 선사하는 알렉산더 맥퀸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사라 버튼은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머리는 새벽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듯했고, 그들이 입은 러플 드레스는 담장을 오르는 덩굴 같거나 겹겹이 쌓은 꽃잎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허리 부분을 도려내고 어깨끈을 비대칭으로 장식해 관능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드레스를 투박한 워커에 매치, 틀을 깨는 스타일링으로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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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러플 디테일의 원피스는 쟈니해잇재즈 (Johnny Hates Jazz).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선보인 발렌티노는 어깨 라인에 덩이가 큰 러플을 장식함으로써 로맨틱 지수를 올렸다. 비대칭 러플 디테일의 맥시 드레스, 오간자 소재로 장식한 이브닝 드레스가 그런 예. 클리비지 라인과 스커트 밑단을 따라 러플을 더한 짧은 드레스에서는 탄탄한 소재 덕에 조형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분위기를 바꿔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경쾌한 소녀들의 룩에 러플을 장식해 리듬감을 부여한다. 분홍색 치맛자락에 수놓은 러플, 들꽃 무늬의 드레스에 장식한 러플, 캉캉 치마처럼 치맛자락에 풍성하게 디자인한 러플 등은 저마다 분위기를 뽐내며 우아함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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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러플을 더한 파란색 셔츠는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육스(Maison Margiela by YOOX). 5 오간자 소재의 러플을 장식한 펌프스는 가니 바이 네타포르테(Ganni by Net-A-Porter).

한편, 셀프 포트레이트는 이번 시즌 트렌드이기도 한 물방울 무늬 드레스와 블라우스 등에 비대칭 러플을 장식했고, 델포조는 허리와 어깨를 강조한 디자인에 러플 디테일을 적극 활용, 강렬한 쇼피스를 완성했다. 그 밖에 정통 트렌치코트 디자인에서 벗어나 트렌치코트 헴라인에 러플을 더한 빅토리아 베컴, 짧은 소매에 장식해 날개 같은 느낌을 준 쟈딕앤볼테르, 목 부분에만 러플을 장식한 티비 등은 적은 러플의 분량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강렬한 컬러와 대담한 디자인의 러플을 장식한 크리스찬 시리아노, 제레미 스콧 등의 컬렉션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자.

흥미가 생겼다면 가벼워진 옷차림 따라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야 할 때, 신체적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극대화해 화사하게 탈바꿈시키는 러플 디테일을 적극 활용해보면 어떨까. 먼저 겨우내 두 번째 피부처럼 입고 다녔던 어둡고 칙칙한 코트부터 벗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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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대칭 어깨 장식의 톱은 레이첼 조 바이 네타포르테(Rachel Zoe by Net-A-Porter). 7 꽃무늬 러플 원피스는 캐롤라인 콘스타스 바이 네타포르테(Caroline Constas by Net-a-Porter). 8 골드 러플을 장식한 슬라이드는 뤼 생 바이 매치스패션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