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효진이 가장 고민하는 주제는 동물이라는 생명이 가진 권리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물을 위해 동물권 단체 케어와 함께 선한 영향력을 펼친다. 꾸준히 동물권을 알리고, 활동을 위한 기부금을 조성하는 일도 그것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상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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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로우 클래식(Low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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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로우 클래식. 향수는 조 말론 런던 (Jo Malone London)의 잉글리쉬 필드 리미티드 컬렉션 허니 앤 크로커스 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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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쇼츠는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동물권 단체 케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제가 동물권에 눈뜨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장수동 개지옥 사건’이에요. 그 사건을 취재하신 분이 케어의 박소연 대표님이셨어요.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에 가입해서 내용도 읽어보고, 봉사활동도 하던 중에 케어 홍보대사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케어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시겠어요?
2002년에 시작된 케어는 ‘동물복지’나 ‘동물보호’의 개념을 넘어서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마땅한 ‘권리’가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단체명에 ‘동물권’을 포함시켰어요. 전액 회원들, 기부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순수한 시민단체예요.

케어의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을 끌었나요?
제게 동물 학대의 실상을 알려주고, 충격에 머무르지 않고 뭔가 해야겠다는 계기를 심어주었죠. 진심을 다해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감동받고, 희망을 느꼈어요.

실제 생활에서도 변화가 있었나요?
알면 알수록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나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 고민하면서 고기를 끊기 시작했어요. 동물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거든요. 동물과 환경은 늘 연결돼 있잖아요. 동물성 식품을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지만, 육류는 먹지 않아요. 굳이 표현하면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에요. 또 결혼 전에는 입양 전에 유기견을 맡아서 보호하는 ‘임보(임시보호)’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기가 있어서 쉬고 있어요.

임시 보호 활동으로도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은데요. 짧은 시간에도 정이 들잖아요. 보고 싶고, 생각나죠?
좋은 엄마 아빠를 만나기 전에 잠깐 보호하는 것, 안락사라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애들을 돌봐주는 것이 임보인데요. 좋은 사람을 찾아 입양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다시 파양되는 경우도 많아요. 한 달 안에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는 일이 너무 많거든요. 유기견으로 고생한 개는 입질을 하거나 치료비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런 마음의 준비도 있어야 해요. 지금도 제가 맡은 애들은 잘 있나 너무 궁금해요. 계속 연락하고, 사진도 받아서 잘 있나 체크한 적도 있어요. 다행히 제 지인들에게 간 강아지는 잘 지내요.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령견 문제도 생겨나고 있어요.
사람과 똑같아요. 개도 나이 들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옆에서 케어를 해줘야 하는데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부담스럽고 귀찮아지는 거죠. 저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지인들에게 덥석 키우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신중히 결정하라고 해요.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동물은 끝까지 아이예요. 그만큼 정말 책임감이 필요해요. 가족으로 맞이한다면 늙고 병들어도 그게 귀찮지도, 힘들지도, 돈이 아깝지도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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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밀로그램(Millogram). 스커트는 로맨시크(Romanchic).

우리나라 동물권은 어디쯤 와 있나요?
우리나라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전파된 지 이제 15년이 조금넘었다고 해요. 관련 단체들이 설립된 것도 2000년대 초반이니까요. 반 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동물의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등 그때보다는 지금이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관련 법과 제도는 너무 미비해요. 아직도 동물을 물건처럼 다루 는 구조에서 동물의 권리가 보장되기는 너무나 어렵죠.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 그에 따라 법과 제도도 바뀔 거예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제 힘 닿 는 대로 목소리를 내고자 해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를 많이 만드 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지금 우리가 동물권을 돌아봐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믿음과 사랑이 중요하듯 모든 생명과의 관계 역시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권은 생명권으로서 바라봐야 해요, 인간에게 인권이 있는 것처럼 동물에게는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동물권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도 이로워요. 생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야말로 건 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죠.

사람들은 동물권이라고 하면 먼저 개, 그리고 고양이를 떠올리지요. 하지만 동물권이라는 건 그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 아닌가요?
법개정, 학대고발, 실태조사. 캠페인, 교육 그리고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 로 하는데 모든 동물종이 케어 활동의 대상이에요. 농장동물, 실험동물, 모피동물, 오락동물, 전시동물까지도요.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때로 는 말을, 때로는 소를 구조하기도 하죠. 그래서 많은 후원이 필요해요. 보 호소도 세 곳이고 입양센터도 도심 안에 두 곳이나 있어요. 최근엔 케어 TV 도 만들어 동물권 저널리즘을 선보이고 있기도 해요. 모든 동물이 대 상이에요. 저도 모피동물의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케어의 인조모피 패션쇼에 참여하기도 했고, 올해는 반려동물 식용 금지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주 평범한 사람이 동물권 보호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어떤 활동 부터 할 수 있나요?
케어에서는 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수많은 유기, 학대동물들이 돌 봄을 받고 있죠. 이런 곳에서 일손이 모자란 부분을 도우면서 봉사활동 에 참여하실 수 있고요. 그 밖에 동물권 단체들이 이슈마다 대응하는 캠 페인에 참여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현장 참여가 어렵다면, 온라인을 통 해 다양하게 진행되는 서명 참여, 공유하기, 그리고 동물권 단체나 펀딩 에 기부하는 방법도 있겠죠. 내 삶에서 시간이든, 돈이든 단 몇 퍼센트는 동물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각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평생 이어가 는 거지요.

실제로 기부금 조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이번 화보를 통 한 수익금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했고요.
활동에 많은 비용이 필요한 걸 알거든요. 동물을 구해도 그들을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케어는 큰 단체지만 늘 예산이 부족해요. 그래 서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저는 너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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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는 텔 더 트루스 바이 프로젝트 엠(Tell The Truth by Project M). 향수는 조 말론 런던의 그레이프프루트 코롱.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심결에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 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동물원, 테마파크, 동물 체험 시설과 쇼동물.. 그걸 보며 귀엽다 신기하다 재밌다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누구도 그 동물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오 게 되었고 어떤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거 기 있는 동물들이 나였다면 어땠을까?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하면 사 실 모든 동물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여행지에서 코끼리나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죠. 펫숍에서 강아지를 사는 것도 지양해야 해요. 강아지 공장이라는 끔찍한 곳에서 태어나고 적당한 보살 핌을 받지 못한 채 생활한다는 걸 알고 나서 많이 반성했어요.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방법을 택해주시면 좋겠어요.

반려견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의 발전은 너 무 느리죠. 요즘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에 체고 40cm 이상의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침을 농 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해서 많은 논란이 되었잖아요? 단순히 몸 길이를 기준으로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침에 많은 사람이 반발하고 있죠. 물 론, 견주분들도 펫티켓을 잘 지키셔서 비반려인들과 마찰을 줄이는 게 좋 겠고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이라고 봐요. 반려견, 반려인, 그리고 비 반려인들까지 모두 반려문화를 어떻게 대하고 지켜야 하는가를 배우는 거죠.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기를 바랍니다. 동물 학대를 줄이려면 동물 을 아무나 소유하지 못하게 해야 해요. 적어도 학대하여 처벌받은 전례 가 있는 사람에게는 동물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 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대의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잖아요. 어떤 마음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많이 갖는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걸 지속적으로 느껴요. 요 즘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져서 물건을 늘리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 를 안 하고 가진 것을 오래도록 소중히 쓰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독서가로 유명한데요. 환경과 생명에 대해 영감을 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피터 싱어의 책들을 읽고 있어요. 그리고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 말>, 김현성 작가의 <그린보이>, 남유철 작가의 <개를 위한 변명>. 최근엔 강형욱 훈련사님이 쓰신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도 읽으려고 사뒀 어요.

이상과 현실이 충돌할 때에는 어떤 쪽을 선택하나요?
거창한 것보다 작은 것을 시작하면 그 힘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고 믿어요. 장 보러 갈 때 장바구니를 가져가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 거나 그런 사소한 습관들을 바꾸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주 작 은 도움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안 쓰는 이불을 보내주시 는 것도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보호소 청소나 아이들 산책을 돕는 봉사 활동도 있으니 주변의 보호소에 문의하시면 친절하게 알려주실 거예요. 또, 산 채로 동물을 잔인하게 희생시켜 만드는 모피코트를 입지 않는 방 법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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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건은 디젤(Die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