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여행하고 밥 먹고 애 키우는 걸 TV로 지켜본다. 이게 과연 힐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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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윤식당2>, <효리네 민박2>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소녀시대 윤아가 이효리에게 선물한 와플 기계는 검색어를 독식하며 완판됐다. 요리, 외국어에 운전까지 할 줄 아는 그녀는 민박집에 없어서는 안 될 직원으로 사랑받는 중. <효리네 민박2>는 첫 방송에 시청률 8%로 JTBC 역대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월 1주 차 TV 출연자 화제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윤식당2>의 평균 시청률도 16%를 웃돈다. 두 방송 모두 공중파가 아닌 것을 고려하면 대박 중에서도 왕대박이다.

육아, 쿡방 예능의 인기가 힐링 예능으로 넘어왔다. 그 중심에는 ‘나영석 사단’이 있다. 2013년 <꽃보다 누나>를 시작으로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혼일기>, <신서유기>까지 연속 히트시키며 안방의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자극적인 자막, 선정적인 노출, 악마의 편집이 없으니 눈살을 찌푸릴 일이 없었다. TV를 보면 뇌가 맑아지는 듯했다. 그야말로 차 마시며 보기 좋은 예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연예인들이야 돈 벌면서 고작 며칠 촬영하면 그만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과는 괴리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자칫 프로 불편러가 된 것만 같아 쉬쉬했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었다. 그 뒤로 TV에서 재방송하더라도 자연스레 채널을 돌렸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윤식당2>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다. “현직 자영업자로서 불편하네요. 저들은 월세 걱정도 없고 재료비, 직원들 임금을 줄 필요도 없어요. 매출도 상관없으니 많이 팔리든 안 팔리든 그만입니다. 현실은 훨씬 치열해요. 저도 현직 셰프가 레시피를 전수해주고 저렇게 예쁜 곳에서 가게를 열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살지는 않았을 텐데, 자괴감이 드네요.” 재미있는 건 300여 개의 엄지손가락이 올라가 있는 공감 숫자였다. ‘공감 간다. 연예인들의 서민 코스프레 좀 그만 봤으면’ ‘나영석 PD 예능은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 등의 반응이었다. 스페인 가라치코에 있는 윤식당은 아담하다. 하루 최대 8팀 이상을 받기도 힘들다.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점심 장사만 한다. 지난 5화에서 손님은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돌아갔다. 혼자 온 손님은 방치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니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언젠가 <신혼일기>를 보며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들은 다 먹고살 만하니까 저렇게 행복한 거야. 네 아빠랑 나도 여유 있으면 저렇게 꿀 떨어지면서 살겠다.”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곱씹어보니 씁쓸함에 눈물이 고인다. 장사와는 무관한 연예인들이 모여 식당, 민박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다루고 극적인 사연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리고 예쁜 풍경 등을 보여주며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때로는 느리게 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확실히 기존 예능과는 다른 접근이다. 나영석 사단이 정 없고 척박한 사회에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도 알겠다. 하지만 불편하다. 마치 국회의원이 ‘최저시급으로 하루 살기’를 경험한 뒤, “여러분, 제가 서민의 마음을 너무도 이해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꼰대가 되는 건가.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웃고 넘기기엔 그 맛이 제법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