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때문에 연인들이 싸우리라곤 스티브 잡스, 마크 주크버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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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지고 말하는 게 너무 자존심 상해!” 홍대의 한 노가리집, 불타는 금요일에 만난 친구가 쥐고 있던 빈 맥주캔을 찌부러트리며 울분을 토했다. 남자친구가 자기 사진을 SNS에 올리지 않는다는 거다. 남자친구가 SNS상에서 마치 솔로인 것처럼 다른 여자들 피드에 댓글을 달고 또 그들이 와서 “오빠, 오빠” 하하호호 하는 일련의 행동들 때문에 성질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또 말하긴 모호한 상황.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자칫 속 좁고 집착하는 여자친구가 되는 건 싫다고. “‘#럽스타그램’으로 유난 떨다가 헤어진 커플이 더 뒷말이 많더라”며 위로했지만 이미 그녀의 속은 찌부러진 맥주캔처럼 너덜너덜해진 듯 보였다. 다른 친구의 고민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최근에 이별했다. 하지만 피드에 전 남자친구의 일상이 보이는 게 싫어 팔로우를 끊을지 말지 매일 고민한다고 했다. 모두가 “끊어!”라고 강력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인데 어떻게 끊니. 그리고 쿨해 보이지 않잖아”라며 소주잔을 쭉 들이켰다. “그놈의 쿨. 언제부터 그렇게 쿨한 사람이었다고. A형이면서!”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결국 그 친구는 둘 중 한 명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끊길 거라며 소주 한 잔을 또 들이켰다. 소주의 쓴맛이 내 입에서도 느껴졌다.

아마 다모임, 싸이월드부터였을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가 발달하며 이로 인한 연인 간 다툼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유는 다양하다. ‘연인 사이에 SNS 팔로우를 해야 할까?’부터 ‘내 사진을 왜 안 올려?’ 반대로 ‘내 사진을 왜 올려?’ 등. 그날 시간이 늦어서 망정이지. SNS로 다툰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면 소주 한 짝을 마시고 집까지 기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얼루어> 인스타그램의 반응도 뜨거웠다. ‘SNS에 커플 사진을 올리지 않는 남자친구와 다툰 적이 있나요?’ 게시물을 올리자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저는 많이 올리는데 남자친구가 사진을 안 올려요. 왠지 제가 애걸복걸하는 느낌이 들어서 속상해요”처럼 다툰 경험이 있다는 댓글. “둘 사이의 추억을 굳이 불특정 다수에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처럼 반대의 반응도 있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인과 SNS 친구를 맺고 있는 비율’은 87%. SNS에 데이트 인증사진을 올려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여자 43%, 남자 25.9%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비율이 절반 수준이다. 커플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4%),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공개하기 싫어서(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솔로몬이 환생해도 어려울 것 같은 이 문제. 해결책은 없을까? SNS를 하고 안 하고, 활발히 하고 전혀 하지 않고는 취향의 문제다. 하물며 탕수육을 먹을 때도 소스를 부어 먹는지, 찍어 먹는지를 물어보는 마당에 연인의 SNS 활동도 존중해주는 게 맞다. 연애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맞춰가는 과정이다. 어느 한쪽만 고집을 부리는 것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SNS에 커플 사진이 없다거나 애정 표현을 안 한다고 해서 덜 사랑한다거나, ‘#럽스타그램’으로 도배되어 있다고 더 사랑하는 건 아니라는 것. 그저 공개연애에 대한 호불호일 뿐, 당신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란 걸 명심한다면 다툴 일은 줄어든다. SNS를 상대방의 일기장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누구도 “너 왜 너의 일기장에 내 얘기 안 써?”라고 윽박지르지는 않으니까. 물론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막상 현실로는 속이 터져 미치겠는 걸. 어떡하나. 정답은 없다. 이럴 때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퍼거슨의 명언이 떠오른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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