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의 키스 더 라디오>의 디제이이자 <밤도깨비>의 예능인, <화유기> 속 배우 그리고 영원한 FT아일랜드의 멤버인 이홍기의 유쾌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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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은 J.W. 앤더슨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J.W. Anderson by Tom Greyhound). 퍼 소재 코트는 카이머(ky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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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체크 재킷은 폴 스미스(Paul Smith). 팬츠는 프라이빗 스푼즈클럽(Priv. Spoons Club). 퍼 슬라이드는 이뮤 오스트레일리아(Emu Australia). 삭스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스튜디오에 들어선 이홍기의 손에는 수하물표가 선명한 작은 트렁크가 들려 있었는데, 일본 단독 공연을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 이것이 스타의 삶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몇 개의 고정 프로그램과 FT아일랜드의 10주년을 기념한 유럽 투어, 일본 단독 콘서트를 마친 이홍기를 만났다. 뭐든지 솔직하고, 직설화법으로 답하는 그가 머뭇거린 유일한 순간은, 요즘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뿐이었다. “어, 뭐라고 하죠. 다 애정 있는데…라디오도 있고…<밤도깨비>도 형들이랑 워낙 친하고 잘되니까 좋은데요, 그러자니 이제 곧 방송이 시작되는 드라마 이야기를 안 하면….”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남자의 시계는 새해에도 분주히 돌아갈 예정이다.

2017년과 2018년의 경계에서 만났네요. 먼저 2017년은 어땠어요?
2017년도는 너무 바빴어요. FT아일랜드의 10주년이기도 해서, 우리 이름을 많이 알리고 싶어서 혹시라도 저를 찾는 곳이 있으면 다 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버라이어티와 예능 섭외가 많이 왔어요. <밤도깨비>가 가장 먼저 들어왔는데, 포맷이 너무 웃겨서 재미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재미있어요.

오늘 촬영 콘셉트가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였죠. 스타일리스트에게 엘튼 존처럼 입혀달라고 했는데 털코트를 엄청 잘 소화하더군요. 아까 ‘셀피’를 찍는 콘셉트에서는 실제로 사진을 찍어서 바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던데요?
그건 촬영이 아니라 그냥 셀카 찍는 시간이었어요.(웃음) 콘셉트를 보여준다고 하길래 “아니, 난 그냥 가서 즉흥으로 할래” 이랬어요. 어딜 나가든 대본도 잘 안 봐요. 그때그때 상황이 닥쳤을 때 나오는 게 좋아서요. 그런데 털코트, 엄청 무거웠어요.

사람을 잘 믿는 거 아니에요? 뭘 내밀 줄 알고요!
저를 믿는 거예요. 제가 그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많이 바뀌어요. 분위기가 안 좋으면 잘 안 돼요. 사진도 안 나오고. 오늘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 콘셉트는 지금 드라마 <화유기>에서 영감을 받았죠.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데 다시 톱스타 역할이잖아요?
연예인 역할을 여러 번 했지만 다 달라요. 이 드라마에서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데, 밉지는 않은 캐릭터예요. <화유기>는 시놉시스가 재미있고 홍 자매 작가님과도 인연이 있어서 하게 됐죠.

연예인으로서 연예인을 연기하는 건 어떤가요?
연예인 역할을 할 때 오히려 어려워요. 평소에 그런 모습이 많이 없어서.

그동안 지켜본 모습이 많잖아요. 존경스러운 모습도 볼 거고, 반대의 상황도 있을 거고요.
워낙 많이 보니까 연기에 대입을 해보기는 해요.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배의 모습을 많이 따라 하죠. 일단 저는 앞뒤 다른 사람 싫고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예요. 그런 사람에게 계속 이야기해줘도 본인 스스로 거부하고 있으면…안타까운 그런 게 있죠. 저는 여우지만 밉지 않은 사람들이 대단한 거 같아요. 여우인 게 보이는데 밉지 않고 예쁜 거요. 또 그런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주면 언젠간 조그마한 거라도 보답을 하니까 밉지 않아요.

하하. 멤버 중에도 그런 예쁜 여우가 있나요?
어휴, 저희 멤버 중에는 여우 없어요.

팬층이 워낙 다양하죠? FT아일랜드 팬도 있고 뮤지컬, 라디오, 드라마의 팬들이 있는데, 여러 팬층과 어떻게 한번에 소통해요?
팬들이 고맙고 예쁘고 그래서 친구처럼 지냈어요. 가끔 어딜 가면 SNS에 ‘5분 안에 지울 건데 시간 안에 여기로 오는 사람에게 밥 쏠게!’ 하고 올려서 같이 밥도 먹고요. 그러다 SNS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요즘에는 드라마나 뮤지컬 등 다른 쪽에서 생긴 팬들이 있으니까, 이야기하는 게 다 달라요. ‘드라마를 계속했으면 좋겠다, 뮤지컬 언제 하냐’라는 것도 있죠. 그냥 내 할 것만 잘하면 되더라고요.

운전하면서 ‘홍키라’를 즐겨 듣는데, 많은 게스트가 방문하잖아요? 진행을 참 잘해요.
옛날의 저는 무조건 제 위주였어요. 내가 즐겁고 내가 만족해야 모든 게 잘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라디오를 진행하면 게스트가 다 후배고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제 스스로가 변하더라고요. 선배들이 저희에게 해줬던 것처럼 편하게 해주고 싶고요. 같은 분야니까 더 배려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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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는 YCH. 코트는 준지(Juu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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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코스(Cos). 패턴 슈트는 소윙바운더리스 (SewingBoundaries). 재킷은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운동화는 나이키(Nike).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했고 그게 연예인이라고 하죠. 그렇다고 연예인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의무적인 건 아니잖아요. 왜 했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나 자신을 고치려고 해봤더니 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더라고요.

 

 

신인들 보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저는 항상 이야기해요. 너희가 그룹이면 너희들끼리 먼저 뭉쳐야 한다. 팀에서 제일 뜬 친구가 변하지 말아야 한다. 근데 그게 그 친구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너희가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잘나가는 멤버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 나가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신인 때에도 긴장하는 타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네. 쫄 이유가 없던데요? 저는 처음부터 재미있었어요.

솔직하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두려움이나 후회는 없나요?
괜히 했다 싶은 건 거의 없어요. 안 하면 속이 이상해요. 그런데 제가 무엇이든 하는 이야기는, 저도 생각을 해보고 말한 거예요. 이 얘기를 해도 될까? 해도 되겠지? 하고 속으로 몇 번씩 생각하고 던져요.

유명인이 솔직하기는 쉽지 않죠.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했는데, 그게 연예인이라고 하니까요. 그렇다고 연예인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의무적인 것도 아니고 계약된 건 아니잖아요. 이걸 왜 했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나 자신을 고치려고 해봤더니 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더라고요.

후배들이나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나요?
아니요. 순화해서 하라고 해요.(웃음) 나는 솔직했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마라’라고요. 그냥 너희 이미지에 맞게 하라고 해요. 예를 들면, 2년 동안 거의 쉬지 못한 후배가 있었는데, 휴가를 너무 받고 싶대요. 저는 “휴가 조금 주시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라고 하라고 해요.

오, 그런 방법으로 FT아일랜드가 휴가를 얻었나요?
아뇨, 저는 날짜를 정해서 ‘그날 스케줄 잡지 말아주세요!’ 해요.

음악인 이홍기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죠. 일본 단독 콘서트는 어땠어요? 콘서트가 끝나고 바로 화보 촬영 현장으로 왔잖아요.
미니 라이브인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번에 어떤 일 때문에 그때부터 혼자 하는 게 겁이 나더라고요. 심지어 어제 목요일 하루 2회 공연에다 5천 명씩 두 번, 총 만 명이 와야 하는 곳이었는데, 평일이라 오실까? 싶었어요. 그런데 가득 찼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공연 마지막에 제가 질문을 했어요. 무엇 때문에 여기 왔냐고요. 노래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뭉클했을 것 같은데요? 음악인으로 최고의 대답 아닌가요?
다행히 노래라고 해주셨는데, 정말 기뻤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듣고 보고 싶어 하는 노래는 평생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외적인 부분을 원한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확신을 못 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연애를 많이 할 수도 있고, 법 테두리 안에서겠지만 놀기도 할 거다. 나는 연예인들의 숙명에 대해 납득이 잘 안 간다. 자유로운 게 제 꿈이고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노래는 평생 하겠다고 했어요.

다른 부분은 기대를 배반할 수도 있지만 음악만큼은 그렇지 않겠다는 말이네요.
네, 박수가 길게 나오더라고요.(웃음)

올해 10주년을 기념한 유럽 투어도 있었죠?
3년 전에 유럽 투어를 처음 했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티켓이 없어 못 온 팬들이 너무 많다고 해서 그 다음 날 300~400석 되는 라이브 하우스 빌려서 팬들이랑 술 마시면서 공연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유럽은 소모 비용 자체가 달라서 유럽 투어가 쉽지 않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 우리 돈 안 받아도 되니까 보내주기만 해라’ 해서 이번에 몇 년 만에 간 거예요. 2주 동안 6개국을 돌았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동안 곡이 쌓여서, 세트리스트가 고민되겠는데요.
회사에서 만든 노래는 안 해요. 어릴 적 하던 거요. 세트리스트는 다 제가 짭니다. 회사가 짜주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상상을 해요. 이 노래 끝나고 어떻게 다음 노래로 넘어갈 것이며, 편곡을 어떻게 할 것이며, 팬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분위기, 기승전결 등을 항상 체크하고 멤버들과 상의 후 완성하죠.

음악적으로 FT아일랜드는 어디쯤 와 있는 거 같아요?
멀었죠. 음악은 끝이 없어서 좋아요. 내가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하면 더 잘하는 사람들, 새로운 사운드, 새로운 주법 뭐 이런 게 계속 나오니까 신기하고 재미있고 저도 계속 공부하게 돼요.

음원 성적에 민감한 편인가요?
신경 안 써요. 음원을 포기하고 만드는 음악이 있고, 높은 성적을 얻고 싶은 노래도 있고 그래요.

10년 동안 같은 멤버들과 팀을 이루고 함께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비결이 무엇인 것 같아요?
FT아일랜드는 멤버들끼리 합이 잘 맞고 애들이 착해요. 제가 어렸을 때, 선배들이 항상 말했어요. 밴드는 보컬이 빠져서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때부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저는 공연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다섯 명이 합을 맞추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이걸 깨고 싶지 않아요.

멤버들과 음악적 방향이 다 같나요?
아니요. 다 같을 수가 없어요. 저희 앨범을 들어보시면 각 멤버의 노래마다 색깔이 다 달라요. 함께 FT의 색깔을 입히는 거예요. 재진이가 쓴 곡을 내가 부르면 다른 색깔도 나올 수 있으니까. 노래는 제가 부르지만 ‘FT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음악인으로 여전히 어떤 꿈을 꾸나요?
전 항상 같아요. ‘록 스타’요.

이홍기의 록 정신은?
자유. 근데 여러 종류의 자유 중에 거친 자유 말고 평온한 자유, 피스(Peace). 얽매여 있는 거 싫어해요.

2018년은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바빠야죠. 군대 가기 전까지. 수현이 형(김수현)이 군대 가니까 슬슬 준비를 해야겠구나 생각해요. 제가 군대 갔을 때 사람들이 ‘이홍기 제대했어? 노래 다시 듣고 싶다’고 기다릴 수 있는 가수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만약 오늘 촬영을 SNS에 해시태그 3개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거예요?
가장 먼저 #칼퇴근이요. 오늘 너무 즐거워서 빨리 끝났어요. 그리고 #털코트, #얼루어_소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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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과 팬츠는 모두 아크네스튜디오(Acne Studio). 팬츠는 노앙(Nohant).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Mon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