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우리 가까이에서, 그래도 살 만한 세상임을 말한다. 2017년, 우리가 누린 문화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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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영화
칼럼니스트 6인이 말하는, 2017년 최고의 영화. 당신의 올해 최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땐뽀걸즈> 불황으로 지역 경제의 근간이었던 조선 산업이 흔들리는 거제, 거기서 <땐뽀걸즈> 댄스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상업고등학교의 여학생들, KBS 1TV의 다큐 기획. 시놉시스만 봐도 <땐뽀걸즈>는 지난 세대 탄광 도시를 배경으로 한 <빌리 엘리어트>나 <훌라 걸스>를 연상시키며 이미 본 듯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예상을 충족하면서도 또 뛰어넘는다.
고깃집이나 제과점에서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리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땐뽀반 학생들은 각자 생활의 무게를 지고 있지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키보드를 두드려서는 만들어내기 힘들 생생한 매력과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이 인물들에게, 카메라는 예의를 갖춰 다가간다. 우리는 그동안 남자 어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각종 픽션에서 여고생이 어떻게 대상화되는지 처참한 실상을 종종 봐왔지만 <땐뽀걸즈> 제작진과 이승문 감독은 인물들을 납작하게 전형화시키거나 착취하는 태도가 없다. 등이 파인 댄스복을 입고 연습하느라 브래지어 끈이 드러날 때도, 무심하고 담백하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의 귀한 미덕이다.
이 이야기를, 그리고 땐뽀반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지도교사인 이규호 선생님이다. 전날 과음해 춤 연습이 힘든 제자에게 숙취해소제를 사다주고, 아이들은 댄스 의상을 갖춰 입은 그에게 “장가 가도 되겠네!”라고 놀리며 깔깔댄다.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옆에 같이 있어주고, 더 나은 뭔가를 해내도록 힘을 불어넣는 이 선생님은 아마 극영화 속 50대 남성 캐릭터였다면 현실성이 없다고 욕을 먹었을 거다.
<땐뽀걸즈>는 산뜻하게 쿨한 여학생들의 이야기지만 좋은 어른이 등장하고, 또 좋은 어른의 시선이 깔려 있다. 부모님 없이 동생들과만 생활하는 한 학생의 집에서, 카메라는 사적인 공간까지 들어가지 않고 멈춘 채 소리로 정황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소를 다니다 실직한 아버지들과 대면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리해서 아픈 사연을 후벼 파는 데 다큐멘터리의 시네마 베리테가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렬하게 보여주는 예술에도 어떤 의미가 있겠지만 세상에는 찌질한 남자 어른들의 변명 같은 영화가 이미 지긋지긋하게 많다. <땐뽀걸즈>는 그 대척점에서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 황선우(<W 코리아> 피처 디렉터) 

<불한당> 삶에서 가정법은 참으로 무의미하지만, 2017년 여름을 돌이켜보면 저절로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불한당>을 처음 봤을 때 ‘아, 재미있었다’로 끝났더라면…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나는 거기서 끝내지 못했다. 어딘가 간질간질하게,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마치 극중에서 한재호(설경구)나 조현수(임시완)가 언젠가 ‘그때 내가 너에게 반하지 않았더라면, 너를 믿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자문했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나는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극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세 번, 네 번…일곱 번까지. 극장에서 한 영화를 이렇게 여러 차례 재관람한 적은 처음이었다. 볼 때마다 새로웠고, 매번 한재호와 조현수 사이에서 절대 발설되지 않은 뜨거운 감정 사이에서 멈추고야 말았다. 나의 2017년 여름은 <불한당>에 미쳐 있었다.
거대 마약 조직의 2인자, 겉으로는 경박하고 허술한 것 같지만 실상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호한 사람, 살면서 그 누구도 믿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목숨을 지금껏 부지할 수 있었던 중년 남자 한재호가 젊고 아름다운 청년 조현수를 만나게 된다. 조현수는 똑똑하고 혈기 넘치고 그만큼 순진하다. 그는 마약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잠입한 경찰이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들었을 때, 나는 당연히 러닝타임 내내 조현수의 정체가 들통 나서 그의 목숨이 위태로워질까 봐 조마조마하겠지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영화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한재호와 조현수와 고병갑(김희원)과 천인숙(전혜진) 사이로 오가는 감정의 전투, 그들 각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패배한다. 이 네 명 중 단 한 사람만 살아남지만, 그건 그 자신조차도 원치 않던 삶이다.
말수가 상당히 적고 신과 신 사이의 친절한 브리지도 없는 이 영화와, 또는 주인공들이 결코 누설하지 않았던(못했던) 격렬한 사랑과 비견할 만한 것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 수많은 걸작을 쏟아냈던 한국의 순정만화일 것 같다. 해피엔딩보다는 비극에 더 탁월했던 그 작품들 말이다. –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녹터널 애니멀스> 우연이겠지만 <녹터널 애니멀스>는 <라라랜드>와 조금씩 겹친다. 캘리포니아에서 헤어진 연인들. 꿈과 사랑 등등 변수.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뭔가를 고른다. 차이점도 있다. <라라랜드>가 선택의 경위에 대한 이야기라면 <녹터널 애니멀스>는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라라랜드>에 비해 <녹터널 애니멀스>가 훨씬 차갑다. 줄거리는 평범하고 현실적이다. 젊은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는 젊은 남자다운 꿈이 있다. 동시에 꿈을 못 이룬 젊은 남자 특유의 콤플렉스가 있다. 그의 연인 수잔(에이미 애덤스)은 남자의 꿈에 끌리지만 그의 콤플렉스까지 받아주지는 못한다. 마침 수잔 곁에 안락한 삶을 약속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수잔은 에드워드의 아이를 지우고 그 남자와 결혼한다. 시간이 지난다. 수잔은 삶의 여러 단계를 거쳐 위기의 중년이 된다. 돈은 떨어지고 딸과 남편에게는 각자의 연인이 있다. 그러던 차에 꿈을 이룬 옛 연인이 나타난다.
에드워드와 수잔 중에서 누가 더 불행할까? 어떤 사람들은 여자라고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어떤 사람은 남자가 멍청하다고 했다. 그는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했다고. 정답은 없다. 관객의 근본적 세계관과 당시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집어넣었을 뿐이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패션 필름의 모양을 한 일종의 심리 테스트다. 당신에게는 무엇이 소중한가. 꿈, 사랑, 지금의 안정, 미래의 가능성, 소중한 걸 갖기 위해 다른 걸 전부 찢어서 버려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끝내 무엇을 고를 것인가. 좋은 이야기는 읽은 사람들에게 답을 주려 한다. 정말 좋은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접한 사람에게 질문을 남긴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꼽은 일반적인 이유다.
그 영화를 보던 당시 오래된 메르세데스를 갖고 있었다. 한국에 거의 없어서 소중하게 다루던 차였다. 애지중지한 낡은 차가 긁히면 생피부가 갈려나가는 기분이 든다. 영화 속 낡은 메르세데스에 상처가 나기 시작할 때 그래서 나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토니는 영화 속 소설에서 차를 비롯한 모든 걸 잃는다. 토니가 나온 소설을 쓴 에드워드 역시 연인이 준 고통을 못 잊어 소설로 쓰고 아직도 오래된 메르세데스를 탄다. 원고를 만드는 게 직업(의 일부)이고, 정신적으로 나약하며, 나약한 정신 때문에 사랑에 실패한 적이 있고, 오래된 메르세데스를 탄다는 점에서 나는 <녹터널 애니멀스>가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는 소설 속 토니처럼 되고 싶지도, 영화 속 에드워드처럼 되고 싶지도 않았다. 우유부단하게 꿈만 꾸면서 낡은 차를 애지중지하며 혼자 늙어가고 싶지 않았다. 몇 달 후 나는 메르세데스를 팔았다. 행동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녹터널 애니멀스>는 개인적으로도 인상적인 영화였다. – 박찬용(<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내 사랑> 올여름 극장가에서 예상 외의 흥행 <내 사랑> 성적을 거둔 영화가 있다. 에이슬링 월시 감독,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주연의 <내 사랑>이다.극중 주인공의 이름인 원제 <Maudie>를 좀 더 낯간지럽게 만든 <내 사랑>은 ‘한여름의 멜로영화’라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블록버스터 대전에서 승부수를 띄운 작품이었다. <매기스 플랜>, <문라이트> 등 개봉하는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수입사 시네마 오드의 선구안은 놀라워서 <내 사랑>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여름 극장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200여 개의 극장에서 3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 사실 ‘왜 이렇게 잘될까 이 영화는?’이라는 궁금증이 컸다. 이미 흥행세를 타고 있던 개봉 3주차가 되어서야 극장을 찾아 <내 사랑>을 관람했고 여름 이후 이 영화 이상으로 마음을 차지한 작품이 없다.
혼자인 게 익숙하던 두 사람 에버렛과 모드는 에버렛의 작은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부딪히고 사랑하고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영화 <내 사랑>에는 계절처럼 담겨 있다. 온 세상을 구경하는 예술가 모드와 한 사람을 탐험하는 문지기 에버렛의 사랑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생생하게 나이를 먹어간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어떤 영화냐고 누군가 물을 때마다 ‘낯선 두 존재가 만나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 마음을 치는 영화’라고 대답해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품은 영화들이 그랬다. <드래곤 길들이기>, <마법에 걸린 사랑> 그리고 올해 또 한 편의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할 영화’ <내 사랑>을 만났다. – 진명현(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베이비 드라이버> 나는 일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팬이다. 담장 뛰어넘다 담장과 함께 쓰러지기, 짧은 장면을 이어붙여 시간 경과 나타내기, 화면 밖에서 뜬금없이 들어오는 손 등 그의 트레이드마크를 사랑하며 내 단편에서 오마주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의 장기는 바로 음악과 동기를 이루는 화면 구성이다. 옛날엔 미키마우징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에드가 라이트가 사용하는 방법은 훨씬 뮤직비디오적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바로 그런 음악과 장면의 조화가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진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노래와 동기를 맞춘 편집 타이밍으로 스바루 WRX의 모습이 ‘짠 짠’ 하며 등장하고, 예전에 그가 연출했던 뮤직비디오, 민트로열의 ‘Blue Song’과 똑같은 구성으로 베이비가 소개된다. 첫 번째 카 체이스가 끝난 후, 원신원컷으로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찍은 타이틀 장면에서는 밥앤얼의 ’Harlem Shuffle’이 흐르면서 영화 속 간판이나 그래피티 등에 그 가사가 동기를 맞춰 보여진다. 정말이지 부러워 죽을 뻔했다. 우리 라잇이 하고 싶은 거 다 했구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나와 연배가 비슷하다. 나처럼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그는 분명히 <트루 로맨스>의 팬이었을 것이다. 베이비와 데보라는 마치 21세기의 클레어런스와 앨라배마 같았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범죄 현장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는 오로지 장르 영화 속에서만 아름답지만 그만큼 가치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이어 OST 전곡이 이미 내 아이팟 속에 들어 있는 또 한 편의 영화다. 심지어 이제 생산되지도 않는 바로 그 아이팟이 등장하기도 한다. 친구이며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는 내 프로듀서가 이 영화를 먼저 봤는데, ‛이건 당신이 꼭 봐야 할 영화다’라고 말했다. 두말하면 잔소리, 보자마자 인생 영화의 한 편으로 각인됐으며 앞으로 오랫동안 주기적인 재감상을 하게 될 것 같다. 함께 본 내 여자친구는 안셀 엘고트 때문에 실로 오랜만에 남자배우 덕질을 시작하기도 했다. <500일의 섬머>에서 조셉 고든 래빗을 발견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 조원희(영화감독) 

<덩케르크> <덩케르크>는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다. 전투는 패배했고, 병사들은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적군. 40만 명의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 군사들은 무기력하게 구조만 기다릴 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실패를 영화로 옮겨놓는다.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밝히자면,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섯 번 보았다. 올여름은 꽤나 복잡한 계절이었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막막했다. 그때마다 나는 가까운 극장에서 <덩케르크>를 보곤 했다. 처음 본 <덩케르크>는, 많은 사람이 말하듯 심장이 죄어오는 것처럼 관객을 긴장시킨다. 주인공 격인 토미(핀 화이트헤드)는 대사 한마디도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포격을 피한 후에도 말은 없다. 배를 타면 침몰하고, 도망가면 폭발한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집에 가기 위해서다. 한스 짐머의 신경을 긁는 듯한 음악은 금방이라도 터질 어뢰가 다가오는 것처럼 째깍거린다. 혹자는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다고 할 정도로 정말 숨막히는 106분이었다. 두 번째 봤을 때에는 바다, 육지, 하늘과 각각의 시간이 교차되는 구조에 눈길이 간다. 이들의 시간은 각각 다르게 흘러가다 어느 순간 겹친다. 현재와 과거가 각각의 공간에서 그려진다. 세 번째부터는, 그저 아름다움에 취했다. 강박적일 정도로 실사 촬영에 고집하는 놀란 감독이 촬영한 아이맥스 영상은 매번 봐도 질리지 않았다. 당시 기록 사진과 정확히 일치하는 바다의 먹먹한 기다림. 파리어의 하늘 위에서의 전투(톰 하디). 특히 파리어가 고된 전투를 끝내고, 바닥난 연료로 인해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장면은 언제나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웠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니까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간을 본다. 살아 있는 한, 인간은 살아야 한다. 알렉스(해리 스타일스)는 ‘깁슨’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화를 내는 노인이 이미 눈이 멀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병사들에게 노인은 잘했다고 말한다.
덩케르크 구출 작전은 할 말이 많은 이야기다. 고립된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어선이며 귀족의 요트들이 차출되고 많은 시민이 직접 자신의 배를 몰고 구출 작전에 뛰어들었다. 그로 인해 죽음 직전에 몰렸던 33만8천여 명을 영국으로 철수시킬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제독이 수평선에 나타난 배를 보며 ‘Home’이라고 말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이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더욱 신파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 그만큼이라서 좋았다. 나는 몇 번이고 극장에 앉아 이 영화를 보면서 되뇌곤 했다.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이게 가장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 에디터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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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 예쁘다니까
앨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앨범 커버는 그 속에 들어 있는 노래만큼이나 중요하다. 뮤지션과 음반 업계 종사자, 에디터가 뽑은 올해 커버가 가장 아름다운 음반은?

1 ZION.T <OO> 자이언티의 이번 앨범을 구입하게 된 건 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구성 때문이었다. 앨범 <00>는 ‘영화관’이라는 노래로 시작해 청춘물을 연상시키는 ‘노래’, 연애의 감정을 담은 ‘미안해’, 코미디 영화처럼 위트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Comedian’과 ‘Complex’를 거쳐 휴머니티를 그려낸 ‘바람(2015)’으로 끝을 맺는다. 트랙 구성뿐 아니라 패키지에서도 자이언티의 깐깐함을 엿볼 수 있다. 영사기 필름을 본뜬 이 앨범 안에는 영화 티켓과 영수증, 찢기고 구겨진 악보,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다. – 주희주(프리랜서 에디터)

2 REJJIE SNOW <VIRGO> 음악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 앨범 커버의 통일성은 뮤지션의 정체성을 극대화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 레지 스노우는 검정 테두리와 좌측 상단의 로고, 우측 하단의 제목을 매 앨범마다 일치시켜 한눈에 그의 앨범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중앙의 그림으로 앨범의 내용을 담아낸다. 이번 앨범 <Virgo> 역시 장르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잘 담아냈다. – 장희원(뮤지션)

3 잭 아벨 <ONLY WHEN WE’RE NAKED> 잭 아벨의 데뷔 앨범 <Only When We’re Naked>는 보는 순간 어떤 장르의 음악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컬러풀한 아트워크가 돋보인다. 오색찬란한 총천연색의 팔레트 조명 아래 지그시 눈을 감은 그의 사진은 꼭 그의 음악을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데뷔 앨범은 총 10곡이 수록됐는데, 그가 사랑하는 R&B에서부터 세련된 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심연을 파고드는 느낌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떠오르고, 재치 있게 옥타브를 넘나드는 모습에서는 존 메이어가 느껴질 정도다. – 장선화(워너뮤직코리아 마케팅팀)

4 THE XX <I SEE YOU> The xx의 커버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일관성이 있다. 심지어 멤버인 제이미 xx(Jamie xx)의 솔로 데뷔작 <In Colour>나 리믹스 앨범조차 그렇다. 음악뿐 아니라 아트워크에 멤버들이 직접 투입된 덕분이다. 3집 앨범의 반짝이는 은색 커버는 마주 보면 앨범 제목처럼 얼굴이 비춰진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거치며 우정을 잃고 방황했던 멤버들의 마음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실물로 봐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스크린에선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특성상 디지털 앨범 커버는 다르게 출시되었다. – 홍소희(강앤뮤직 매니저)

5 NOTHING BUT THIEVES <BROKEN MACHINE> 낫싱벗티브스는 브리티시 록밴드로, 전설적인 록밴드의 계보를 잘 이어나가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올해 발매된 2집 <Broken Machine>의 앨범 커버는 고장 난 기계를 표현하고 있는 아트워크다. 앨범 커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어쩌면 과감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추상적인 음악적 표현이 이 팀의 매력 중 하나다. – 채지호(기타리스트)

6 검정치마 <TEAM BABY> 검정치마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특유의 감성으로 꽉 찬 새 앨범이 대체 언제쯤 나올까 애태우며 기다렸던 6년의 시간을. 두세 곡의 디지털 싱글을 거쳐 마침내 앨범 형태로 나온 3집을 손에 쥐었을 때의 감격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찬 3집 앨범에 부모님의 낡은 결혼 사진을 커버로 쓰는 것만큼 적절한 선택이 있었을까 싶다. 작고 예쁜 꽃이 그려진 CD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 정지원(<얼루어> 피처 에디터)

7 CIGARETTES AFTER SEX <CIGARETTES AFTER SEX> 셀프 타이틀 앨범명만 한가운데에, 그마저도 특별하지 않은 폰트로 덩그러니. ‘가장 아름다운 커버’로 이 앨범을 꼽는 데에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안일함과 대범함 사이에 어떤 아름다움이 보인다면 억지일까? 그것도 음악이 탁월하니까 보이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회의 시간에 이 아티스트 이름만 나와도 움찔하는 나 같은 새가슴에게는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디자인이다. 참 대범하다. 여러모로. – 변준수(소니뮤직 마케팅팀)

8 루시드폴 <모든 삶은, 작고 크다> 거친 질감의 갈색 커버 안에 액자 식으로 표현된 뒷모습의 사진은 지난 2년간 작고 크게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잘 녹여낸 듯하다. 이번 8집 앨범에서는 60년대 세미 할로우 베이스와 80년대의 업라이트 피아노의 소리를 담아 날것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담으려 했다고 한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듣고 있으면 모든 삶은, 작고 크다라는 의미를 되뇌게 된다. – 조소정(뮤지션)

9 이나래 <OVERWATER> 2013년 데뷔 이후 파스텔뮤직에 안착하기까지 긴 시간을 견뎌낸 이나래의 첫 EP앨범이다. 투명한 물과 영롱한 구슬을 두 손 가득 담은 이미지는, 이나래의 노래가 드디어 수면 위로(Overwater) 떠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묘한 핑크색과 금박의 폰트로 수록곡 전체를 관통하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담았다. 앨범 커버만큼 노래도 아름답다. – 황정민(파스텔뮤직 홍보팀)

10 ALVVAYS <ANTISOCIALITES> 2014년 <Alvvays> 앨범 이후로 찾아온 캐나다 인디밴드 얼웨이즈의 신보. 지난 앨범에서는 시선을 사로잡는 빼곡한 소녀들 이미지의 앨범 커버로 많은 이슈를 낳았는데, 이번 앨범 역시 감각적인 그래픽과 이미지의 콜라주가 인상적이다. 두 앨범 아트워크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소년, 소녀 이미지라는 점. 지난 앨범은 유니폼을 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란 소녀들이었고, 이번 앨범은 (알고 보면) 세바고 호수에서 보트를 기다리며 서 있는 소년 캠퍼들의 뒷모습이다. 듣는 순간 근사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들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사운드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트워크다. – 이진수(스페이스 오디티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