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도 악당 나름이다. 토르보다 로키가 좋은 건 배우가 톰 히들스턴이라는 이유도 있다. <토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토르: 라그나로크>는 로키의 이야기이자 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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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사의 인기 시리즈 <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다. 그러나 영화화되면서 몇 가지가 바뀌었는데, 신보다는 신처럼 여겨지는 외계인이며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의 맏아들이자 로키의 형이다. 그렇다면 로키는 누구인가? 북유럽 신화에서 장난의 신이었던 로키는 영화에서는 1인자인 형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가진 2인자다. 이 외계인 신이 가진 인간적인 복잡함이야말로 로키 캐릭터의 묘미다. 그리고 그걸 잘 살려낸 톰 히들스턴은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리게 된다. <토르> 시리즈는 총 2편의 전 세계 누적 수익 약 11억 달러(한화 1조 2천억원)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토르> 세 번째 시리즈인 <토르: 라그나로크>는 인기 캐릭터인 토르와 로키, 형제 간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 북유럽 신화에서 ‘라그나로크’라는 말은 세상의 종말을 뜻한다. 너무도 다른 이 형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톰 히들스턴의 말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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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많은 작품을 했다. 여전히 다시 ‘로키’ 역을 연기할 시간이 기대되던가?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크리스 헴스워스, 안소니 홉킨스 등 익숙한 배우들과의 재회와 카메라 앞에 다시 서서 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무척 기다려졌다. 익숙하지만 당연히 새로운 스토리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감독도 새롭고 나도 네 살 더 먹었다. 촬영 첫날 의상과 메이크업을 갖추고 가발까지 쓰고 거울을 보니 ‘정말 로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정말 반가웠다. 로키는 나에게 너무도 친숙한 존재다.

당신이 생각하는 로키 캐릭터의 매력은?
로키를 연기할 때마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는 도전 과제가 주어진다. 사실 내가 아직도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로키를 처음 맡았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제 4년 만에 다시 로키를 연기했는데, 관객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원래 모습 그대로,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방향을 더해서 연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로키는 매우 변덕스러운 캐릭터다. 나는 벌써 6~7년째 그가 원하는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고 애쓰고 있다. 로키는 권력, 수용, 소속감 등 자신이 원하는 것에 가까워졌다 싶으면 방향을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캐릭터인 것 같다. 교활하고 변덕스러우며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뭐든 할 것이다. 진정한 장난의 신이다.

토르와 로키의 관계는 어떠한가?
토르와 로키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지금까지의 익숙하고 안정적인 현실은 모두 온데간데없다. 난생처음 만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 주인공과 적수로서 대립 관계에 놓인 토르와 로키가 이번에 함께 곤경 속으로 내던져지고 아스가르드를 구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거나 적어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되나?
케네스 브래너의 <토르: 천둥의 신>은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이고 앨런 테일러의 <토르: 다크 월드>는 어머니와 두 아들의 이야기다. 이번 <토르: 라그나로크>는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랜드마스터’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캐릭터인가?
흥미로운 지적이다. 나는 그랜드마스터가 오딘의 다크 버전인 것 같다. 그랜드마스터는 매우 지위가 높은 인물이고 오딘과는 방식이 좀 다르다. 오딘은 전형적인 통치자이고 그랜드마스터는 무법자다. 모든 면에서 약간 복고적이면서도 특이하다. 재미와 유흥을 즐기는 그랜드마스터는 본질적으로 빌런이다. 하지만 지혜와 날카로움도 있다. 그는 상대방을 곧 바로 꿰뚫어본다. 토르와 로키의 관계도 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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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영화를 촬영하는 배우들은 육체적 피로를 호소하곤 한다. 당신은 어땠나?
앞으로 <토르 : 라그나로크>처럼 신체적으로 힘든 영화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벤져스>도 어떤 면에서는 신체적으로 힘들었다. 로키는 지는 싸움을 엄청 많이 했다! 그 말은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쓰러지고 해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그때는 의상이 더 무거웠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키가 쌍검을 더 잘 다루게 되어서 좋았다.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실물 세트를 지었다고 들었다.
실물 세트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했다. 알다시피 요즘은 워낙 첨단 기술이 발달해서 디지털 작업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배우들은 블루 스크린이나 그린 스크린의 배경막에 둘러싸인 채 실제로 영화 속 환경에 놓여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해야 한다. 좀 더 힘들다. 하지만 우리처럼 실물 세트가 갖춰져 있으면 연기가 훨씬 쉬워진다. 장소가 이해를 도와준다. 최고의 연기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었다.

빌런으로 등장한 케이트 블란쳇과의 작업은 어땠는가?
연기를 지켜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나 역시 슈퍼히어로 영화의 빌런을 연기하고 있기에 그녀가 느끼는 책임과 부담감을 공감한다. 마블의 영화에서는 빌런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다. 빌런이 늘 주도적으로 액션을 취하고, 히어로는 거기에 리액션을 취하는 쪽이니까. 케이트는 상당한 파워와 카리스마, 자석 같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엄청난 존재감을 몸으로 혹은 언어로 표현한다. 정말 훌륭하다.

테사 톰슨도 새롭게 합류했다. 호흡이 잘 맞았나?
신체적으로 고된 배역인데 놀라울 정도로 헌신적으로 임했다. 이제 마블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연기하는 강한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줄 것이다. 거대하고 영웅적인 여성 캐릭터는 모두에게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와의 재회는 어땠는가?
그와 로키가 처음 재회하는 재미있는 신이 나온다. 배너는 로키를 보고 기겁한다. 하하. 마크와는 친구가 된 지 좀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로키로 분한 나를 보면 약간 심란해하고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토르를 연기하는 크리스와는 7~8년이나 함께하는 셈이다. 형제를 연기하며 그동안 서로의 삶에 일어난 변화를 함께해왔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는 점이 연기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정말 많은 시리즈가 나왔음에도 마블 사의 영화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블 사에는 7000명의 캐릭터라는 안정적인 유산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캐릭터들의 상호작용과 싸움, 단결, 분열, 웃음, 갈등을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매번 영화가 새롭다. 마블 사만의 유머와 유쾌함이 있다. 사람들이 계속 마블 사의 영화를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마블 사의 영화에는 스펙터클과 액션, 훌륭한 캐릭터, 위트, 드라마, 코미디,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블은 절대로 만족이라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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