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달고 살아온 팔다리의 닭살에 작별을 고하고 싶다면? 매일의 생활습관부터 바꿔보길! 건조한 실내 온도와 뜨거운 물로 장시간 하는 샤워는 닭살 피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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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왜 아무리 때를 밀어도 팔다리가 안 보들보들해져?” 한창 외모에 관심이 샘솟던 유년 시절, 언젠가 목욕탕에 갔다가 엄마에게 이렇게 하소연한 적이 있다. 아마 어린 나이에 꽤 억울했던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씻어도, 아무리 때를 밀어도 오톨도톨한 팔다리는 도무지 매끈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우리 자매의 닭살처럼 오톨도톨했던 팔다리 피부는 엄마의 걱정을 한 몸에 샀다. ‘여자는 자고로 피부가 좋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던 엄마는 그럴수록 우리 자매의 피부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에 데려가 각종 탕(해수탕, 아로마탕, 한방탕 등등 종류도 다양했다)에 함께 몸을 담갔고, 열심히 때를 밀어주었다. 그 후엔 우유와 감자, 오이, 요거트 등 각종 천연 팩을 이용해 특별 피부 관리도 잊지 않았다. 목욕 후에는 열심히 보디 로션도 발라주었다. 팔다리에 뾰루지라도 나려 하면 소독한 면봉을 이용해 열심히 트러블을 짜내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각별한 노력에도 우리 자매의 닭살 피부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춘기가 가까워올수록 점점 더 악화될 뿐이었다. 이제야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의 노력은 대부분 닭살피부를 악화시키는 행동들이었다!

 

모공각화증이 뭐길래
어른이 되어보니 오톨도톨한 닭살 피부는 우리 자매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닭살 피부는 모낭 내에 각질이 쌓여 피부가 털을 뽑은 닭살처럼 오톨도톨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전문 용어로 ‘모공각화증’이라 부르며, 정상인 중40~50%에게 나타나는, 생각보다 흔한 피부 질환이다. 부모님 중 한쪽에라도 관련 유전자가 있으면 발현될 수 있는 유전성 피부 질환으로, 유전적 원인 이외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보통 피부가 건조하거나 아토피 피부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며, 각질마개가 모낭 입구에 박혀 모공 주위가 붉은색 혹은 갈색으로 보이고, 그 속에 끊어진 털이나 구부러져 꼬인 털이 보인다. 주로 팔다리, 어깨 등의 신체 외측부에 흔하고, 심한 경우에는 팔꿈치, 가슴, 엉덩이에 생기기도 한다. 취재를 하며 뒤늦게 알게 된 진실은 엄마도 어릴 적엔 닭살 피부였다는 것이었다. 결혼 전에는 엄마의 팔다리 역시 우리처럼 오톨도톨했지만, 언니와 나를 낳고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팔다리가 매끈해졌단다“.모 공각화증은 유전적으로 정상 피부보다 모공에 붉고 거친 각질이 많은 사람에게 생기는 증상이에요. 주로 팔다리, 뺨, 어깨 등에 많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할 때는 여드름과 혼동되기도 하죠. 대개 2세 전후에 처음 생겨서 스무살 전후로 증상이 심해지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앤박피부과 성신여대점 김미연 원장의 설명과 엄마의 경험담을 듣고 몸을 찬찬히 살펴보니, 문득 어릴 적보다 팔다리가 비교적 매끈해진 것 같기도 했다.  한참 닭살 피부가 심할 때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언젠간 나도 이 지긋지긋한 닭살 피부에서 벗어나 매끈한 팔다리 피부를 가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았다. 문제는 닭살 피부가 나아질 것 같다가도 건조한 환절기, 겨울철이 되면 다시 심해진다는 거였다. “모공각화증이나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가 건조할수록 더욱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습도가 낮아지고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가을, 겨울철에 더욱 악화돼요. 특히 겨울철엔 실내 환경이 더욱 건조해지기 때문에 가습기를 이용해 항상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며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해요. 무엇보다 보습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의 조언이다.
그렇다면 닭살 피부를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대다수의 전문가는 모공각화증은 다른 질환보다 시술이 까다롭고, 장기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피부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물리적 요법과 약물 요법이 있는데, 모공에 쌓인 각질을 제거하는 물리적 요법은 우레아, 국소레티노이드, 락틱산, 살리실산 등의 화학적 각질제거제를 사용해 모공에 박힌 각질을 제거하는 라이트 필링이나 미세 박피 시술이 주로 쓰인다.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어븀야그 레이저를 이용해 각질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 요법으로는 각질 용해제인 트레티노인 크림을 증상 부위에 바르는 방법과 색소 침착을 막기 위해 미백 연고를 꾸준히 바르는 방법, 비타민 A, E를 복용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닭살 피부의 특성상 1회 시술로 영구적인 효과를 얻기는 거의 힘들고, 1년 정도 후에는 다시 모공에 각질이 쌓이기 때문에 시술 후 연고를 꾸준히 발라서 치료 효과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닭살 피부의 오톨도톨한 정도와 착색이 심해 신경이 쓰일 정도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증상이 미미한 경우, 혹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증상이 호전되고 있는 경우라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닭살 피부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핵심은 각질 제거가 아닌 보습 닭! 살이 신경 쓰이는 부위에 보습 로션이나 크림을 다른 부위보다 .15배 정도 많이 바르고, 평소 닭살 피부를 완화하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지긋지긋한 닭살 피부와도 어느 순간 작별을 고할 수 있을 것이다.

 


모공각화증을 완화하는 생활습관

1 잦은 샤워와 뜨거운 물로 장시간 하는 샤워는 금물! 샤워를 할 때는 미온수로 노폐물을 빠르게 닦아낸다.
2 보디 클렌저에 함유된 설페이트계의 합성 계면활성제는 몸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을 피한다.
3 스크럽제 등을 사용한 물리적 각질 제거, 잦은 각질 제거는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을 인위적으로 벗겨내 피부를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닭살 피부를 가졌다면 주 1회 화학적 각질 제거제로 각질을 제거하되, 각질 제거 후 평소보다 보습을 철저히 한다. 외출 전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4 목욕할 때는 미지근한 물에 몸을 10분 정도 담근다. 그 다음 AHA성분이 포함된 필링 제품을 일정 시간 발라두었다가 닦아낸다. 이때 피부를 강하게 문지르거나 때타월로 각질을 제거하면 피부가 손상되거나 색소침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 샤워 후 뻑뻑하고 오래된 수건으로 피부를 비비듯 물기를 닦아내면 피부 건조가 악화될 수 있다. 샤워 후에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톡톡 두드리듯 물기를 제거한다.
6 샤워 후에는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로션, 크림 등의 보습제를 몸 전체에 충분히 바르고 흡수시킨다. 닭살이 고민되는 부위에는 보습제를 여러 번 덧바르고 마사지해 각질을 촉촉하게 다독인다.
7 닭살 부위에 여드름처럼 트러블이 난 경우에는 절대 손으로 짜지 않는다.
8 가습기, 젖은 수건 등을 활용해 집 안 습도를 항상 건조하지 않게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