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개봉 예정인 <분장>은 남연우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극중에서 그는 연극배우 ‘송준’으로 분해 트랜스젠더를 연기한다. 사전 공개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반응은 그야말로 ‘스타 탄생’이었다.

 

234 talkin movie

단도직입적으로, <분장>은 어떤 영화인가? 감독이자 배우를 맡았으니, 가장 잘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위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나?
<분장>이라는 제목은 내가 지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한 후, 노트북을 켰을 때 처음으로 생각난 단어가 ‘분장’이었다. 거기에 ‘어느 위선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은 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분장>의 모티프나 실마리가 된 사건이 있었나?
한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테이블의 잘 모르는, 예술 하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토론이 펼쳐졌고, 당연히 이해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계속 생각이 났다. 진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일까?

‘분장’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얼굴에 분칠한 사람 믿지 말라’는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도 주인공이 연극배우로 분장을 한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에 익숙해진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분장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위선이 있다.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나?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에도 학교에서 배우는 시에는 답이 있지 않나?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정답을 계속 주는 사회다. 그래서 영화에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다.

포스터에 트랜스젠더의 모습과 주인공 본래의 모습 두 가지가 담겨 있는데, 진한 립 메이크업을 하며 분장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나?
트랜스젠더 역할이니까 분장이 솔직히 어색하고 그 모습이 낯설고 거부감이 들긴 했다.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걱정을 했는데, 제작사에서는 ‘당신이 당신 얼굴을 알고 있어서 거부감이 드는 거 같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는 괜찮다’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최대한 나의 원래 모습과 정반대로 보여지길 바랐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다.

트랜스젠더 연기도 도전이었을 것 같다.
진짜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연기하는 배우 역할이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내가 이해한 게 이해한 것이 아니었구나’라고 깨닫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했다.

연기를 하는 것과 연출을 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즐거웠나?
무조건 연기할 때다. 가장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나리오가 막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라서 내가 직접 연출을 하게 되었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건 아무래도 연출이다. 이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 압박감 이런 것 때문에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정말 많이 썼다.

연출자로 캐스팅도 직접 했는데, 특별히 공들인 캐스팅이 있다면?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 특별히 감사한 분은 최용진 선생님이다. 영화 속 연극 장면에서 연극 연출자 김태백 역할을 해주셨다. 나중에 10년 뒤에라도 언젠가 연기상을 받게 된다면 최용진이라는 이름을 시상식에서 꼭 말하고 싶을 정도로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치신 분이다.

저예산 영화로서 신경 쓸 일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초반에는 제작부도 없었다. 원래 이 영화가 프로덕션에서 제작 파트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원래 감독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까지 했다. 촬영 당시에는 머리가 터질 뻔했다.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피디가 ‘액션’을 불러주면 연기하고, ‘컷’ 하면, 다음 장소가 어디이고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찾아보고 그랬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연출을 했지만 그 지점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내가 맡은 캐릭터를 온전히 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이 결정은 바꾸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영화가 완성되었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료 배우들에게도 권하고 싶나?
무조건 응원한다. 정말 힘든 일이지만 마냥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라고 말해주겠다.

다음 영화도 준비하고 있나
굉장히 큰 꿈을 갖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이 흘러가는 것과 다른 영화를 하고 싶다. <분장> 이후에 쓴 장편 시나리오를 이번 부산영화제 마켓에 내서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14살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234 talkin movi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