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영화로서는 8만 관객을 넘기며 성공한 김종관 감독의 영화 <더 테이블>이 책 <더 테이블: 지나가는 마음들>로 나왔다. 영화의 뼈대가 된 시나리오는 물론, 네 주인공에 대한 단편과 감독의 제작 후기를 곁들였다. 김종관 감독은 무슨 말을 더하고 싶었던 걸까?

 

232 talking book

<더 테이블> 책을 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출판사가 제안을 했지만, 나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그들의 사정을 보고 듣는 것이다. 이들이 어디서 흘러왔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유추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끝내놓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고민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완성된 캐릭터에 대한 스핀오프를, 영화가 아닌 책을 내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이야기는 처음에 얼굴이 없었지만, 지금은 영화 속 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거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희곡이라는 형식을 낯설어 한다. 그런데 완성된책을 보니, 대중에게 쉽게 전달되도록 구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에 지문이 거의 없는데, 일부러 들어낸 것인가?
대사를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쓰는 말로 구성했다. 영화 대본은 배우들이 말하기 편해야 하니까 그걸 가장 신경 썼다. 그래서 읽기도 편할 것이다. 처음부터 배우에게 연기를 지정하는 지문이 별로 없었다.

배우가 채워나가길 바랐나?
지문을 명확하게 계산해서 넣으면 배우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는 편이다. 그래야 배우들이 캐릭터를 자기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선택을 할 때는 이 시나리오가 좋다 나쁘다라는 판단이 있겠지만, 또한 자신이 소화를 할 수 있냐 없냐도 크게 작용한다. 그런 부분에서 자신이 들어갈 여지가 있으니까 승낙을 했을 것 같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에 대한 독해 능력이 뛰어났다.

네 주인공에 대한 단편이 실려 있다. 책을 위해 따로 쓴 건가? 배우들은 이 단편까지 읽고 영화를 촬영한 것인가?
영화가 완성된 다음에 썼다. 단편은 오직 독자를 위한 것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화에서 표현된 코드도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편 소설을 썼을 때 가장 이야기가 쉽게 흘러나오는 인물은 누구였나?
모든 사람이 연애와 사랑을 한다. 그런 면에서 와 닿는 지점이 있다. 쓱 한번에 써진 거는 혜경, 운철 이야기다. 혜경의 행동은 그 길을 간 사람이든 아니든 거기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들이면 공감하지 않을까.

책은 감독의 제작 후기로 마무리된다. 제작 후기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싶었나?
<더 테이블>은 딱 일주일 동안 촬영했지만, 영화 한 편이 나오는 데에는 많은 곡절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썼다. 브런치에 연재한 글도 있다.

 

 표지와 편집 디자인.

<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표지와 편집 디자인.

 

지금까지 당신의 작품은 대부분은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이번 <더 테이블>에도 여성 캐릭터는 복잡하고 능동적으로, 남자들은 좀 더 피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여성 캐릭터를 쓰는 데 더 재미를 느끼나?
여성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 캐릭터에 좀 더 모질고 공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관계에 대해 리얼하고 사소한 남녀 간의 관계를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의 컨디션은 다 다르다. 현실적으로 어리석고 좋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같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아무래도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환경이 있다. 그 안에서 둘 다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여성에게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이 공감을 했다. 영화 특성상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배우들은 유진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배우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많이 당한다.(웃음) 유진의 에피소드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끼리 추억이 훼손되는 이야기다. 우리도 다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이다. 친구였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생겨난다. 유진 에피소드에서 정유미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줬다. 마지막 말을 하고 창섭을 보며 선글라스를 다시 끼는 장면에 그 연기의 모든 게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책의 에피소드 순서가 좀 다르다. 맞추지 않은 이유가 있나?
책을 읽을 때의 호흡은 좀 더 다를 것 같아서 그랬다. 책은 사람들끼리의 공통점과 흐름으로 순서를 정했다.

영화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에피소드는 은희(한예리 분)의 이야기였다. 거짓공동체에서 진심이 만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꼈다. 
다른 에피소드는 대화를 할 때 갈등을 소재로 했다. 갈등이 잘 해결되거나 안 되거나. 반면 은희의 에피소드는 서로 거짓말은 하지만 갈등은 없는, 서로가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식의 대화를 시도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휴머니티가 있는 내용이길 바랐다.

극중 배우인 ‘유진(정유미 분)’에 대한 단편에서 유진은 낯선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가능한 일일까?
영화 속 유진의 직업은 배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에 놓일 때도 많다. 남자는 나이도 먹고 장애를 갖고 있다. 유진은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닫고 사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서로 닮았다고 느낀 것이다. 서로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부분이 있는데, 경진 에피소드와도 연결된 구성이다.

<더 테이블>의 인물은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다. 혹시 작가이자 감독을 닮은 것인가?
어느 부분으로는 무디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잘하거나 순발력 있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일들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에는 서로 좋은 모습만 보다가, 시간이 지나면 단점이 보인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싫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관계가 유지됐을 때 깊은 무언가가 생긴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유를 찾으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카페주인’이 관객의 역할을 대신한다. 책에서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지는 않았나?
출판사에서 요청하긴 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웃음) 정작 나는 주로 스타벅스에서 일한다. 일단 와이파이가 되고, 전원도 있고 의자도 편하다. 파는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감이 좋다.

책이 다음 주에 출간된다. 나오면 배우에게 한 권씩 전달할 텐데, 뭐라고 써서 줄 생각인가?
음…난 이럴 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저 ‘고맙습니다’라고만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