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매력의 소유자 카라 델라바인. 패션계의‘ 잇걸’이었던 그녀가 어느새 영화계의 ‘잇걸’로 거듭나고 있다. 절친인 모델 애드와 아보아와 함께하는 근황 토크.

 

셔츠는 집시 스포트(Gypsy Sport).

셔츠는 집시 스포트(Gypsy Sport).

 

카펠렛과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카펠렛과 드레스는 버버리(Burberry).

뉴욕 보워리 호텔을 찾은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와 카라 델레바 인은 한창 과거를 회상하는 중이다. 아보아는 델레바인과의 첫 만남을 정확히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카라 델레바인이 남긴 강렬한 인상만은 잊 을 수 없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런던 한복판에서 종이 박스를 머리 에 쓰고 있었어요!” 당시 십대였던 애드와와 카라는 오디션을 한 차례 마 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카라가 거리에 뒹구는 박스를 주워 구멍을 두 개 뚫고 머리에 썼다고 했다. 카라 델레바인의 장난에 둘은 눈물이 쏙 빠 지게 웃었다.

카라 델레바인은 영국 상류층 집안 출신이다. 그녀의 할머니는 엘리자베스 2세의 동생인 마거릿 공주의 시녀이기도 했다(영국 왕실의 시녀는 보 통 높은 신분의 여성만이 할 수 있다). 카라는 고등학교에서 드라마를 전 공했지만 언니 포피 델레바인을 따라 모델의 길을 걷게 되었다. 61세의 나이에 모델이 된 카라 델레바인은 데뷔 2년만인 2011년 버버리 컬렉션 을 시작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2년 영국 패션 어워즈에서 최고의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델레바인은 그녀의 트레 이드마크와 같은 짙은 눈썹을 트렌드로 만들어내며 무수한 잡지의 커버 모델로 주가를 올렸다. 모델로서 활약을 펼치던 중 카라는 꿈꾸던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영화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로 데뷔 한 그녀는 2015년 영화 <페이퍼 타운(Paper Town)>에서 주연을 맡았고, 2016년 히트작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에서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에는 뤽 베송의 공상과학 영화<발 레리안:천 개 행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의 주연으 로 촬영을 마쳤다.

카라 델레바인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애드와 아보아 등 주변 친구들은 물론이고, 4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유수의 패션과 뷰 티 브랜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길거리에서 박스를 머리에 쓰고 돌아다니던 일화로 충분한 설명이 되는 카라 델레바인의 강한 개성 덕이다. 그녀의 모토도 “똘끼를 받아들자!”라고 하니 말 다 했다. 그녀의 셀 카는 혀를 내밀거나 눈을 자유자재로 굴리는 등 익살스러움이 가득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그녀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는 세 인트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 애니 클라크와의 교제를 밝히면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임스 코든 과 데이브 프랑코와 펼친 랩 경연 프로그램에서 “난 너희 둘을 합친 것보 다 더 매력적인 여자들이랑 놀아”라며 조크를 던지는 게 카라 델레바인이다. 그녀를 보고 용기를 얻은 여성도 많아졌다. 한 팬은 트위터에 “카라 델레바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나 자신도 내 성적 지향을 인정하게 됐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우울증에 관해 입을 열었다. 사회적으로 쉬쉬하는 또 다른 이슈였다.

카라 델레바인은 또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다. 그녀가 뤽 베송의 영화에 서 로렐린 역을 맡기로 마음을 정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외계 악당에 대항해 세상을 구해야 하는 특수요원 로렐린은 남자 상대역 발레리안에 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도움을 주며 전장에 뛰어드는 적극적 인 여성상을 표현한다. 그리고 스포츠 브랜드 퓨마와 협력해 만드는 여 성 권익 신장 다큐멘터리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가을에는 십대를 주 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할 계획이다. UN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걸 업 캠페인(Girl Up Campaign)’의 앰배서더로 최근에는 우간다를 방문해 여아 교육 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 아들이기.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이게 바로 카라 델레바인의 신조다. 카라 델레바인은 이런 얘기를 모두 애드와 아보아에게 털어놓는다. 오랜 추억부터 더듬어가는 이들의 대화를 함께 엿들어보자.

 

자수 장식의 후드 스웨터는 델포조(Delpozo).

자수 장식의 후드 스웨터는 델포조(Delpozo).

 

애드와 아보아(이하 애드와) 같이 놀았던 일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더라?

카라 델레바인(이하 카라) 켈리스(Kelis) 무대를 보려고 글래스톤베리 페 스티벌에 갔을 때! 그때 일행을 다 놓쳤어.

애드와 어쩌다 보니 이미 우린 켈리스 무대 앞에 있었지.

카라 아니면 처음 버닝맨 페스티벌에 가려던 길 아닐까. 제대로 가는 게 맞나 싶었지. 운전하던 사람이 임신도 했는데 앞도 잘 못 보고 그랬잖아.

애드와 그분이 안경을 안 썼던 것 같아, 맞지? 그러고 보니 둘이서 처음 경험해본 일이 참 많네.

카라 우리가 처음 섹스했을 때? 장난이야!

애드와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웃음) 우린 그런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우 리에 대해서 오해하는 게 뭐가 있을까?

카라 전부 다? 아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웬만하면 사람들의 말을 오래 담아두지 않으려고 해. 그게 얼마나 나에게 해로운지 알게 됐으니까.

애드와 패션계에서 사람들이 우릴 ‘절친’이라고 하잖아. 사실 우리는 모 델이 되기 전부터 친구였어. 내가 늘 감사하는 건 우리 모두 우정 그 이상 은 서로에게 바라지 않는다는 거야.

카라 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있을 때 다가오는 걸 끔찍이 싫어하잖아 . 근데 우리는 서로의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하지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없어.

애드와 맞아. 내 질문지에 적힌 걸 하나 물어볼게.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 을 했는데 기분이 어때? 카라 나 이 질문 싫다. 변신이라는 말이 이상해. 애드와 싫어할 줄 알았어. “이제 연기를 하는 거야?”라고 꼭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내 경우는 연기 공부를 하려고 대학도 갔는데 그런 질문을 들 으면 ‘모델 일을 시작해서 여배우가 되려고 이제 연기를 하는구나’ 이렇 게 생각하는 것처럼 들려.

카라 나도 그래. 그래서 늘 모델은 내가 하는 일이고, 연기는 나 자신이 되는 기분이 들게 한다고 말하지. 지난 몇 년보다 연기를 시작하고 최 근 느끼는 만족감이 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그리고 이번에 <라이프 인 어 이어(Life in a Year)>를 촬영하는 동안은 술도 마시지 않 고 임했거든. 늘 머리가 맑으니까 배역에 빠져드는 데 더 도움이 됐어.

애드와 <페이퍼 타운>을 찍은 지 2년이 지났어. 이젠 영화 <발레리안>의 주연이 되었는데 기분이 어때? 좀 자리 잡은 느낌이 들어?

카라 글쎄, 자리를 잡았다기보다는 ‘내가 뤽 베송 작품에 출연한다’는! 생 각이 더 커. 어릴 때부터 뤽 베송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거든. 처음 감독님 을 만날 때 진지하게 프로처럼 행동해야지 생각했는데 만나자마자“제 가 정말 팬이에요!” 이랬어.

애드와 그거 귀여운데! 들어보니 네 인생은 늘 신나는 일로 가득한 것 같 아. 그게 계속됐으면 좋겠다.

카라 그래 맞아. 근데 어떨 때는 정말 신나고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 의욕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래.

애드와 네가 이룬 일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카라 맞아. 끝내자마자 바로 ‘그 다음!’ 이러지 말고 말야.

 

셔츠, 보디슈트, 레깅스, 펌프스, 실버 반지는 모두 구찌(Gucci). 왼쪽 새끼 손가락의 반지는 에디 보고(Eddie Borgo), 오른쪽 새끼 손가락의 반지는 톰 우드(Tom Wood). (오른쪽 페이지) 탱크톱, 데님 팬츠, 베스트, 벨트, 부츠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셔츠, 보디슈트, 레깅스, 펌프스, 실버 반지는 모두 구찌(Gucci). 왼쪽 새끼 손가락의 반지는 에디 보고(Eddie Borgo), 오른쪽 새끼 손가락의 반지는 톰 우드(Tom Wood).

 

애드와 내가 시 낭송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모두가“잘 했어!”하고 칭 찬해주는데 그 말이 짜증나더라. 친절함을 베푼 건데도 다 거짓말이라는 생각부터 들었거든.

카라 그게 네가 칭찬을 듣고 화난 일 중 가장 이상한 경우 아냐? 근데 나 도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이 내게“< 페이퍼 타운> 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예요!”라고 말하는데 속으로 ‘나도 참 좋아하 는 영화지만 거짓말하는 거 알아요’라고 생각했지. 그때 혼란스럽더라 고. ‘혹시 자기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 보려고 물어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그냥 “저도 그 영화 제일 좋아해요”라고 대꾸했어.

애드와 정말 우리는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하나도 모른다.

카라 그보다 우리가 왜 그러는지 문제의 근원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 해. 단순히 칭찬을 받는 순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잖아. 자신감의 문제 야, 이건.

애드와 이제 영화 <발레리안> 얘기를 해보자. 네가 로렐린 역에 끌렸던 이유가 있어?

카라 로렐린은 그냥 쩔지(She’s a badass)! 수천 개 행성의 도시인 알파 에서 로렐린과 발레리안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야. 발레리안은 머리보다 는 몸을 쓰는 편이고, 로렐린이 두뇌회전이 필요한 일을 맡아. 발레리안 이 임무를 망치지 않으려면 로렐린이 필요하지.

애드와 이 영화 출연 전에 따로 준비하기도 했어?

카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명상, 요가를 하고 밥도 잘 먹고 충분히 잠도 잤 어. 머리가 맑지 않으면 뭐든 흡수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드니까.

애드와 뤽 베송 감독이 네가 이 역할에 완벽하다고 했는데, 들어보니 맞 는 말이다. 너도 대단해!

카라 감독님이 거짓말한 거야. 애드와 진심으로 한 말이지. 왜 감독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아? 카라 감독님은 내가 로렐린을 연기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보여줄 거라고 판단했고, 나를 믿고 있다고 말씀하셨어. 근데 감독님이 하는 말 이 안 믿겨서 오디션 보는 내내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얼마나 했다고. 내가 이상한 거야?

애드와 응. 완전. 정말 그런 생각하면 위축되잖아.

카라 정말 신뢰하는 법을 좀 익혀야겠어. 일단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 해야 타인도 신뢰할 수 있는 거겠지? 감독님은 내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덕분에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연기 할 수 있었지. 감독님도 나의 그런 끈질긴 점을 좋아했고.

애드와 그리고 리한나도 영화에 출연하잖아. 같이 촬영해보니 어땠어?

카라 패션쇼나 콘서트, 파티에서 그녀와 안면이 있었는데, 연기하는 걸 보니 또 새로웠어. 리한나가 눈물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그녀를 자극한다고 “네 노래가 차트 1등도 못하고 네 무대도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겠어요?”라고 말했는데, 리한나의 반응이 어땠는지 알아? “장난이죠? 저 그런 거 신경도 안 써요.” 정말 이렇게 말했어. 나도 그런 자극으로는 미동도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하 니 재밌었지. 그리고 감독님은 둘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감독님 이 원하는 대로 반죽할 수 있는 점토 같다고 했는데, 그 점이 나와 리한나 가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어.

 

탱크톱, 데님 팬츠, 베스트, 벨트, 부츠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탱크톱, 데님 팬츠, 베스트, 벨트, 부츠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애드와 최근엔 UN의 걸 업 캠페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이 있다면 뭐야?

카라 우간다에 갔을 때였어. 그곳 여자아이들이 원하는 건 간단해. 바로 교육이야. 그리고 퓨마와 함께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여성 호신 수업 을 하는 한 여자 선생님을 만났던 일도 기억나. 그분이 “우리의 가장 강력 한 무기는 뭘까요?”라고 물었는데 나는 “주먹? 머리? 팔꿈치?”라고 대답 했거든. 그런데 다 틀렸다며 “목소리예요”라고 말씀하시는 거야. 그리고 그분이 나보고 자기한테 달려와보라고 하길래 달려갔더니 “스톱!”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뒤로 내가 물러난 거야. 나보고도 똑같이 해보라고 해 서 해보니 스스로 굉장히 강해진 기분이 들었어.

애드와 나도 걸스토크(Gurls Talk, 애드와 아보아가 만든 젊은 여성을 위 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웹사이트)를 시작한 이후 한 소녀가 메일을 보내왔는데, 자기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고. 근데 네가 커밍아웃을 한 건 스물두 살이 되고 나서였어.

카라 내 생각엔 늦게 알게 된 것 같아.

애드와 그래 내 말이 그 소리야. 내게 메일을 보내온 친구는 열다섯 살이 거든.

카라 지금 십대의 나이에 자신의 성적 지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친구 들을 좀 알아. 나도 그 나이에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지. 요즘 십대들이 성에 관해 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얘기를 꺼낼 수 있어 서 기분이 좋아.

애드와 성에 관해 얘기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땠어?

카라 내가 남자도, 여자도 모두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럼 “동성 애자인 거네요”라고 말해. 그럼 난 “그건 아니에요”라고 답하지.

애드와 패션위크 기간에는 동성 간 관계에 있는 여자가 많아. 그들은 동 성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성애자도 아냐. 하지만 사람들은 “동성애자 구나” 하고 결론짓지.

카라 여자랑 사귀다가 남자랑도 사귀는 사람을 두고 하나로 규정하지 않 았으면 좋겠어. 내가 만약에 남자랑 결혼이라도 하면, 사람들은 아마….

애드와 “쟤 거짓말했네!”

카라 그래, 거짓말했다고 할 거야. 근데 난 거짓말을 한 적은 없거든.

애드와 얼마 전에 삭발을 했는데 영화 <라이프 인 어 이어> 때문이지?

카라 내가 동성애자라 머리를 밀었지.(웃음) 작품 때문은 맞아. 난 동성 애자가 아닌데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난 유동적이라고!

애드와 내가 되고 싶으면 그만이야. 내 경우는 충동적으로 삭발을 했는 데 너는 삭발할 때 기분이 어땠어?

카라 속박 없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어. 근데 머리를 밀고 나니 사람 들이 내 생각을 다 들여다보는 기분이야.

애드와 숨길 게 없잖아. 앞으로는 어떨 것 같아? 5년 후엔 어땠으면 좋겠 어? 우리는 그때도 여전히 친구일 테고. 카라 앞으로? 그냥 사는 거지. 미래를 누가 알겠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모른다는 게 좋아.

 

톱은 프라다(Prada). 스커트는 BTW. 이어커프와 반지는 레포시(Repossi).

톱은 프라다(Prada). 스커트는 BTW. 이어커프와 반지는 레포시(Repo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