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잘하고 진행 잘하는 유튜버는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독보적인 매력으로 스타 유투버로 활약 중인 이사배와 김기수,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다. 모두 지금 가장 ‘뜨거운’ 이들이다.

 

셔츠와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셔츠와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42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71세의 박막례 할머니는 커버 메이크업부터 요리, ASMR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독자는 어느덧 30만 명에 육박했고, 인 스타그램 팔로워는 10만 명이 넘었다. ‘마성의 매력,’ ‘71세 크리에이터’, ‘할머니 유튜버 1세대’, ‘국민 랜선 할머니’, ‘막례쓰’가 그녀를 설명하는 수식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할머니의 곁을 지키며 영상의 기획, 촬영, 편집을 도맡는 손녀 김유라가 없었다면 ‘박막례 할머니’ 채널도 존재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할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할머 니와 단둘이 호주 여행을 떠난 손녀가 유튜브에 올린 여행 영상이 계기가 되어 할머니가 스타 유튜버가 됐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실화다. 그 후로 할머니는 손녀와 단둘이 파스타를 먹고, 메이크업도 하 며 여자 박막례의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71세에 난생처음으로.

 

구독자 수가 30만 명을 육박했어요. 인기를 좀 실감하나요?
박막례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아는 체하니까 가슴이 벌렁벌렁하더라 고. 지금은 팬들을 만나고 나면 정말 행복해. 나를 알아봐주고 ‘할머니~’ 하면서 막 안아주고 그러면 기분이 이상해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돼요.

식당은 여전히 그대로 운영하시죠?
박막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 나 준비를 하는데 6시쯤부터 손님이 오기 시작해. 아침에 혼자 장사를 하고, 11시쯤 일하는 아줌마들이 오면 그때 좀 쉬어. 예전에는 점심 장사 도 했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일을 줄이라고 그래서 요샌 점심때 쉬어요.

쉴 때는 주로 뭘 하나요?
박막례 한의원에 가고, 정형외과도 가야 해. 병원 끝나면 이제 친구네 집에서 노가리 좀 까야지. 저녁 손님을 받 아야 하니까 그거 맞춰서 와요. 그렇게 가게가 아홉 시쯤 끝나면, 연속극 좀 보다가 잠들지. 요즘은 씻고 나서 유튜브에 뭐가 올라왔나 검사하지.

영상은 저녁에 찍나요?
김유라 오래 걸리는 메이크업 영상은 보통 점심시간에 찍고, ASMR 같은 비교적 간단한 영상은 퇴근 후에 찍어요.

본인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막례 잘 모르겠지만 인기 가 많다 그러면 ‘아 우리 유라가 편집을 잘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막례쓰’만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요?
박막례 톡톡 쏘고 욕하 는 거? 나는 못 참아. 확 다 말해버려야지.

한국 ‘할머니 유튜버’의 대명사가 된 기분은 어떤가요?
박막례 대통령 당선된 기분이지 뭐. 병원 가서도 사람들이 팬이라고 사진 찍자고 하 면 기분이 너무 좋고, 그런 생각 하다 보면 잠도 안 오고. ‘우리 영록이가 딸 하나는 똑똑히 잘 낳았어’라고 생각하곤 해요.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노년층에게 관심을 갖는 젊은이도 늘어났어요. ‘오랜만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거나 ‘처음으로 할머니랑 파스타 를 먹으러 갔다’고 하는 댓글도 많아요.
박 막례 할머니 데려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으면 좋겠어. 할머니 중에 파스타 안 먹어본 사람이 많아 요. 나도 애들이 나가서 먹자고 해도 그 밥이 그 밥인데 뭘 나가서 먹냐 고 잘 안 나갔지. 나 때문에 엄마, 아빠, 할머니한테 잘하면 좋지.

영상을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김유라 요즘 은 둘이 계속 붙어 있으니까 친구들과 했던 것을 할머니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구독자들은 그걸 신선하게 느끼더라고요.

메이크업 영상의 주제는요?
김유라 라미란 메이크업은 팬들이 닮 았다고 추천한 거고, 보통 할머니가 평소 하시던 스타일을 해요.

‘참외를 닮은 프리지아 메이크업’은 평소 할 만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박막례 우리 식당에 과일 파는 트럭이 자주 와요. 참외를 보고 ‘유라야! 우리 오늘은 참외 가지고 해볼까’ 하고 참외 먹다 생각한 거예요.

‘인생은 71세부터’ 영상 소개 글에서 ‘이 채널의 목적은 그냥 박막례 가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김유라 할머니가 한국 최 초 할머니 유튜버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조회수가 엄청 높았죠.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주변에서 가끔 조회수 100만 찍으려면 센 거 해 보라고 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유튜버들이 자기 할머니한테 매운 음식을 드시게 하는 걸 보면서 더 다짐했어요. 팬들이 가끔 ‘액체괴물 만들기’ 같은 걸 요청하는데 안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 요. 저는 할머니가 재미있어할 만한 것만 하고 싶어요.

촬영도 할머니의 컨디션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될 것 같아요.
김유라 다른 채널보다 영상을 자주 못 올려요. 할머니가 시간 되는 날 찍고, 제가 여유로운 날 편집해서 올리니까요. 언제 영상이 올라올지도 모르 고, 다음 예고도 없으니 굉장히 불친절한 채널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글 을 쓴 거예요. 여러분이 해달라는 걸 못해주고, 영상이 자주 안 올라와도 이 채널은 할머니를 위한 채널이니까 조금 이해해달라고요.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의견 충돌도 있지 않아요?
김유라 전혀 없어 요. 보통 할머니한테 ‘할머니! 카메라 앞에서 화장 해봐’ 이러면 ‘내가 왜?’ 하고 소리 지르잖아요. 근데 저희 할머니는 그런 게 없어요할. ‘머 니 춤 좀 춰줘’라고 하면 ‘남사스럽게 웬 춤’이 아니라 ‘별거 아닌디?’라 고 생각하시죠. 젊은 친구들도 쉽지 않은 건데, 대단하세요.

가장 재미있게 만든 영상은 무엇인가요?
박막례 그 권옥수(권혁수) 하고 이제훈 만났을 때 재미 있었어요.

평소 가장 애용하시는 화장품은 뭐예요?
박막례 설화수의 자음생 크림. 제일 오래 쓴 건 시장에서 산 천원짜리 초록색 립스틱!
김유라 그 립스틱은 매일 쓰세요. 아무리 좋은 립스틱이 있어도.
박막례 그건 잘 안 지워져. 냄새도 안 나고. 다른 건 끈적끈적하고 냄새도 나는데.

사람들이 박막례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나요?
박막례 좋아하는 마음을 길게 오랫동안 가져가줬으면 좋겠지.
김유라 할머니가 ‘할머니 유튜버’의 대명사가 아니라 ‘욜로족의 대명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채널명 ‘박막례 할머니’에서 할머니를 뺄까도 생각 중이에요. 할머니가 저 한테는 할머니지만, 할머니 입장에서는 그냥 여자일 뿐이잖아요.

여자 박막례, 인생을 즐기는 욜로 박막례로 기억했으면 좋겠나요?
김유라 이런 슬로건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박막례처럼!

그럼 여자 박막례에게 ‘도전’이란 무엇일까요?
박막례 어려운 일이 라도 하다보면 도전이 되지 않을까?
김유라 두근거리는 거요! 할머니가 얼마 후에 유튜버들이 모이는 ‘다이아 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하셨거든요. 그걸 연습하시는데, 저한테 두근거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고 119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두근거린다는 표현이 저 는 정말 좋았어요. 할머니는 긴장된다고 하시지만, 71세에 뭔가를 준비 하면서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할머니도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다가 요즘 들어 두근거리는 게 생긴 거 잖아요. 할머니에게 도전이란, 그 두근거리는 긴장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