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세 권의 소설.

주목해야 할 세 권의 소설.

 

이제는 추억의 작품이 되었지만,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문학계의 사건과도 같은 시집이었다. 이 책은 무려 50만 부가 팔렸고,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이후 시인 최영미를 수식하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한 작품으로 가두기에, 작가는 얼마나 넓고 깊은가? 최영미는 유럽 여행 산문집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등의 시집을 냈고, 축구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 소설 <흉터와 무늬>가 있다. <흉터와 무늬>는 작가가 시로 등단하기 전부터 써온 소설로 알려져 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을 다룬 이 책은 소설의 언어와 시의 언어를 오가며, 누구나 통과할  수밖에 없었던 한 시절을 그린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리운 기분이 드는 이유다. 연약할 수밖에 없는 영혼은 사람과 세상 속에 수없이 상처를 받는다. 산다는 것은 곧 흉터를 남기는 일. 그 흉터들은 제각기 어우러지며 무늬를 그린다. 2005년 출간한 이 책은 저자가 내용을 수정하고, 삭제하고,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새로운 작품을 낼 때마다 관심을 모으는 김영하 작가가 오랜만에 신간을 선보였다.

<오직 두 사람>은 작가 김영하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후 7년 동안 집필한 작품이다.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 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를 포함해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희귀 언어를 사용하던 아버지와 딸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딸이 마지막 희귀 언어 사용자가 된다. 윤석의 아들 성민은 세 살 때 유괴당한 후 11년 후 돌아온다. 아들도, 아버지에게도 11년은 긴 세월이었다. 어릴 적 헤어진 지훈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슈트는 그의 몸에 꼭 맞는다. 이렇듯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있다면 이번에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오직 두 사람> 속 주인공들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사이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었다. 작가가 7년 동안 지켜본 사회적 사건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며,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인 우리 역시 같은 사건을 겪었다. 예컨대 이 책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잃어버린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애호가들>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작가 중 하나인 정영수의 첫 소설집이다.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작가다. ‘고요한 순간에 느껴지는 매력적인 서정성과 유머’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등단한 작품인 <레바논의 밤>과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로 선정된 작품이자 표제작이 된 <애호가들>을 비롯해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렸다. 누구에게나 첫 시작은 있기에,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이 젊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나는 것은 이 계절의 가장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엉뚱한 대목에서 느껴지는 위트에서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무엇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