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반려견용 샴푸를 단순히 세정력과 향, 패키지에 집중해 골랐다면, 이제라도 기준을 바꿔보길. 반려견은 사람보다 피부가 예민한 데다 온몸에 샴푸를 사용하는 만큼, 제품을 꼼꼼하게 골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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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야! 너 피부가 왜 이래?”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나의 반려견인 두부의 피부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하루 만에 배 주변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난 것이다. “어제 목욕한 후로 계속 핥더니 저렇게 돼버렸어. 그래서 병원 가서 약 바르고 깔때기 씌웠지.” 엄마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욕실에 가 패키지가 예쁘 고 가격도 꽤 나가기에 의심 없이 사왔던 샴푸를 꺼내 들었다. 뒷면의 성분을 검색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제수 바로 다음에 표기된 성분은 다름 아닌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였다. 화장품의 20가지 주의 성분으로 꼽히는 설페이트계 계면활성제로, 피부 건조를 유발하고 백내장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취작용을 하는 페녹시에탄올과 간장, 신장 장애를 일으키는 PEG 성분 역시 모두 20가지 주의 성분에 해당하는 유해 성분이었다. 여기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데다 후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화제가됐던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까지 함유되어 있었다. 좋은 성분을 사용했을 거라 믿고 구매했는데, 유해 성분이 가득 든 샴푸로 목욕시킨 거였다니! 좋은 사료를 찾아 먹이면서 몸에 직접 닿는 샴푸 성분은 체크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개의 피부와 피모는 사람보다 더 예민하다. 사람은 pH 4~6의 약산성 피부를 가졌지만, 개는 pH 7~7.5의 중성에 가까운 약알칼리성 피부를 가졌다. 그래서 샴푸를 고를 때도 좀 더 주의가 필요했는데 그걸 간과했던 것이다. “사람과 개의 피부는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어요. 바로 산도와 표피 구조의 차이죠. 사람 피부의 표피층이 10~15층으로 구성된 반면 개의 피부는 3~5층으로 무척 얇아요. 또 세균은 개의 피부처럼 중성, 알칼리성 환경에서 잘 번식해요. 반려견이 세균 증식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자주 앓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죠. 사람과 개는 피부가 다르기 때문에 개를 목욕시킬 때는 반려견용 샴푸를 사용해야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또한 세정력이 뛰어난 샴푸 역시 피하는 것이 좋아요. 세정력이 강할수록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는 피지까지 씻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샴푸를 사용하면 피부 보호막이 약화돼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세균 감염 확률도 높아져요. 특히 개는 피부를 자주 핥기 때문에 화학 성분이 가득 담긴 샴푸를 장시간 사용하면, 화학 물질이 몸 안에 축적돼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요. ” 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문재봉 원장의 조언이다.

 

1 와일드와시의 딥 클리닝 데오도라이징 샴푸 & 센시티브 코트 샴푸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식물 성분과 에센셜 오일을 혼합해 동물샴푸화장품협회(ASCAS)로부터 3 스타 인증을 받은 샴푸. 딥 클리닝 데오도라이징 샴푸에는 페퍼민트, 로즈메리 오일이, 센시티브 코트 샴푸에는 알로에베라와 달맞이꽃 오일이 함유됐다. 각각 300ml 3만8천원. 2 잠보아의 워크 위드미 세트 보습용 칼렌듈라 풋비누와 항균 작용을 하는 핑크 클레이 풋비누, 자몽 종자 추출물이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픗 보습 미스트, EWG 안전 등급의 11가지 식물성 오일이 영양을 부여하는 풋밤으로 구성된 발바닥 관리 세트. 비누 25g×2개, 아톱 부스터 30ml, 풋 케어 밤 10g 3만5천1백원. 3 본다이 워시의 드라이 도그 워시 파우더를 손에 뿌린 뒤 피모에 문지르고 5분 후 브러시로 빗어 사용하는 반려견용 드라이 샴푸. 옥수수 전분을 베이스로 했으며, 해충 퇴치에 효과적인 페이퍼바크에 레몬그라스 오일을 블렌딩한 상쾌한 향이 난다. 민감한 반려견의 피부에 사용해도 자극이 적다. 100g 2만1천원.

1 와일드와시의 딥 클리닝 데오도라이징 샴푸 & 센시티브 코트 샴푸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식물 성분과 에센셜 오일을 혼합해 동물샴푸화장품협회(ASCAS)로부터 3 스타 인증을 받은 샴푸. 딥클리닝 데오도라이징 샴푸에는 페퍼민트, 로즈메리 오일이, 센시티브 코트 샴푸에는 알로에베라와 달맞이꽃 오일이 함유됐다. 각각 300ml 3만8천원. 2 본다이 워시의 드라이 도그 워시 파우더를 손에 뿌린 뒤 피모에 문지르고 5분 후 브러시로 빗어 사용하는 반려견용 드라이 샴푸. 옥수수 전분을 베이스로 했으며, 해충 퇴치에 효과적인 페이퍼바크에 레몬그라스 오일을 블렌딩한 상쾌한 향이 난다. 민감한 반려견의 피부에 사용해도 자극이 적다. 100g 2만1천원. 3 잠보아의 워크 위드미 세트 보습용 칼렌듈라 풋비누와 항균 작용을 하는 핑크 클레이 풋비누, 자몽 종자 추출물이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픗 보습 미스트, EWG 안전 등급의 11가지 식물성 오일이 영양을 부여하는 풋밤으로 구성된 발바닥 관리 세트. 비누 25g×2개, 아톱 부스터 30ml, 풋 케어 밤 10g 3만5천1백원.

 

달라진 펫 뷰티 시장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펫 뷰티 제품은 그리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애완견’이라는 말이 주로 쓰이던 시기인 데다,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반면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펫 뷰티 제품도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성분을 메인으로 사용한 제품으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농협 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천억원, 2016년 2조2천9백억원에 이어 2020년에는 5조8천1백억원으로 성장한다고 해요.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로 인해 최근에는 펫 뷰티 시장도 점점 더 고급화되어가는 추세예요.” 고든 맥킨타이어, 본다이 워시의 마케팅 매니저 민유선의 설명이다. 와일드와시를 수입 판매하는 앤폴펫츠의 이주현 대표 역시 이에 동의했다.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는 건 많은 의미를 내포해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사람이 키우는 동물’에서 ‘사람과 교감하는 동격의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 거니까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강아지의 개성과 기호, 피부, 털 유형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펫 케어 제품 역시 점점 더 세분, 화프리미엄화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개의 체취를 덮기 위해 인공 향의 펫 케어 제품을 구매했다면, 요즘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생각해 에센셜 오일을 함유한 펫 케어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죠. 반려동물의 아토피피부염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저알레르기성 샴푸처럼 자극이 적고 유해 성분을 배제한 샴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4 울지마마이펫의 만능가루 고체솝 그린 & 만능비누 로즈향 티트리 추출물이 함유된 고체타입 비누와 블랙시드 성분이 함유된 장미향의 중성 비누. 두 제품 모두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저자극 베이스와 자연유래 식물 성분을 사용했다. 200g 3만5천원, 90g 3만3천원. 5 고든 맥킨타이어의 3-in-1 내추럴 펫샴푸 로얄 헤브리디스 & 와일드 고스 100% 천연 향을 사용하고, 사람이 사용해도 안전한 순한 성분으로 만든 펫 전용 샴푸. 로얄 헤브리디스에는 로즈힙 오일이, 와일드 고스에는 유칼립투스 추출물이 담겼다. 각각 237ml 3만6천원. 6 하이포닉의 저자극 샴푸 볼류마이징 & 저자극 샴푸 전견용 & 편백수 귀세정제 100% 자연 유래 세정 성분만 사용하고, 전 성분이 EWG 안전 등급을 받은 전견용 샴푸, 볼류마이징 샴푸와 계면활성제 대신 편백수를 함유하고 합성향료를 배제해 각질 제거, 항균 작용에 효과적인 귀 세정제. 샴푸 각각 500ml 2만8천원, 귀세정제 120ml 1만5천원.

4 울지마마이펫의 만능가루 고체솝 그린 & 만능비누 로즈향 티트리 추출물이 함유된 고체타입 비누와 블랙시드 성분이 함유된 장미향의 중성 비누. 두 제품 모두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저자극 베이스와 자연유래 식물 성분을 사용했다. 200g 3만5천원, 90g 3만3천원. 5 고든 맥킨타이어의 3-in-1 내추럴 펫샴푸 로얄 헤브리디스 & 와일드 고스 100% 천연 향을 사용하고, 사람이 사용해도 안전한 순한 성분으로 만든 펫 전용 샴푸. 로얄 헤브리디스에는 로즈힙 오일이, 와일드 고스에는 유칼립투스 추출물이 담겼다. 각각 237ml 3만6천원. 6 하이포닉의 저자극 샴푸 볼류마이징 & 저자극 샴푸 전견용 & 편백수 귀세정제 100% 자연 유래 세정 성분만 사용하고, 전 성분이 EWG 안전 등급을 받은 전견용 샴푸, 볼류마이징 샴푸와 계면활성제 대신 편백수를 함유하고 합성향료를 배제해 각질 제거, 항균 작용에 효과적인 귀 세정제. 샴푸 각각 500ml 2만8천원, 귀세정제 120ml 1만5천원.

 

반려견을 위한 샴푸 선택법
그렇다면 반려견을 위한 샴푸, 펫 뷰티 제품을 고를 때는 어떤 것을 따져봐야 할까? <TV 동물농장>에 함께 출연했던 반려견 ‘웅자’를 위해 직접 만든 샴푸를 론칭한 하이포닉의 강준배 대표는 사료 원료만큼 샴푸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웅자’가 열 살이 넘었을 때 피부 종양을 앓았는데 치료를 받아도 혹이 점점 커지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화학 제품이 종양 악화에 한몫했다고 하더라고요. 웅자가 사용했던 반려견용 샴푸의 성분을 찾아보니, 가습기 살균제부터 맹독성 방부제까지 유해한 화학 성분이 가득했어요. 결국 좋은 성분을 사용한 반려견용 샴푸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반려견은 사람보다 샴푸를 오랜시간 몸에 묻히고 있는 데다 온몸에 샴푸를 사용해요. 샴푸의 유해 성분이 몸 전체에 흡수될 수밖에 없죠. 샴푸를 고를 땐 우선 설페이트계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제품은 피하는 게 좋아요. 백내장과 피부질환, 암을 유발하는 대표 유해 성분이거든요. 제품의 전 성분표를 보며 화학 계면활성제, 가습기 살균제, 맹독성 방부제 등의 유해 성분이 함유됐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죠. 참고로 한국은 반려동물 샴푸의 전 성분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전 성분을 밝히지 않는 브랜드도 꽤 있어요. 좀 더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면 전 성분을 공개 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성분을 꼼꼼하게 따지는 만큼 반려동물의 나이와 털, 피부 상태, 알레르기 여부에 따라 현재 상황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아. 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현명하게 제품을 선택해야 해요. 어린 강아지라면 아직 피부가 약하고 면역력이 낮으니까 저자극 샴푸를, 질병을 앓고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는 샴푸를 선택해야 하죠. 샴푸 선택만큼 횟수도 중요한데, 개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되는 목욕을 강제로 하는 것뿐이에요. ~12주에 한 번 목욕을 시키고, 괜찮다면 더 오랫동안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무방해요. 사실 반려견에게서 냄새가 나는 원인은 귀나 입, 항문 주변의 질병 때문일 확률이 높아요. 냄새가 심한 편이라면, 목욕을 자주 시키기보다는 병원에 방문해 귓병, 치주질환, 항문질환이 있는지 진료를 받는게 더 효과적이죠. 미세먼지가 심해서 걱정된다면 평소 빗질을 자주 해주고, 샴푸 없이 물로만 목욕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좋은 샴푸라 하더라도 대부분 어느 정도는 화학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목욕 횟수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습니다” .문재봉 원장의 조언이다.

가족만큼 소중한 ‘반려견’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직접 갈 수도 있지만, 반려견은 샴푸가 피부에 닿았을 때 따갑거나 샴푸 후 몸이 너무 가려워도 그저 몸을 핥거나 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알레르기가 있는 개들은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천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샴푸와 컨디셔너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샴푸의 화학 성분과 계면활성제가 강아지 피부에 그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인공 향, 파라벤 등의 각종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유래 성분과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 저자극 펫 뷰티 제품이 많아진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소중한 반려견이 노견이 되어서도 건강하게 함께하길 원한다면, 한 달에 최소 한두 번은 사용하는 샴푸의 성분부터 꼼꼼하게 따져보길! 직접 사용할 화장품을 고를 때처럼 반려견용 제품의 성분을 꼼꼼하게 따지다 보면, 반려견의 피모 건강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