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숙한 배우가 된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새 작품은 그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다. 이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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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매편 흥행력을 과시하며 살아남았다. 다섯 번째 작품인<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5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가 명실상부한 해적의 대표주자가 되는 동안 주체적 여성 캐릭터는 몇 번 교체되었다. 초기 시리즈의 인기를 주도했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하차한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에는 페넬로페 크루즈, 아스트리드 베르제프리스베가 등장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과시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카리나 스미스 역으로 등장한다. 새롭게 합류한 그녀의 말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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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뭐였어요?
어린 사촌 동생들은 물론, 언젠가 내 아이들과도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서 정말 흥분되었어요. 저로서는 코미디 연기를 처음 해볼 기회이기도 했고요. 이 시리즈는 예전부터 아이와 어른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리한 코믹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로서 놓칠 수 없었어요.

_조니 뎁이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에 처음 잭 스패로우 역할을 수락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잖아요? 당신이 언제 처음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을 봤는지 기억해요?
1편을 봤을 때 열네 살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나요. 친구들과 함께 두 시간 동안 거대한 모험을 즐길 수 있었죠. 잠깐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보는 그런 영화요. 열네 살 무렵에는 올랜도 블룸에게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여러 번 봤어요.

_당신이 맡은 카리나 스미스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카리나 스미스는 가족이 하나도 없는 고아 아가씨지만 혼자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있죠. 자신의 상황에 마냥 주저앉아 있으려고 하지 않아요. 대학에 가서 시공간, 별, 우주에 대해 공부를 해서 천문학자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_이번 시리즈는 두 명의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는데요.
요아킴 뢰닝과 에스펜 잔드베르크 감독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컸어요.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진 새로운 감독들과 일하는 것이 좋거든요. 뢰닝과 에스펜 잔드베르크 감독의 영화 <콘-티키(Kon Tiki)>를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흥미로운 스토리에,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웠어요. 언젠가 그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작품을 같이하게 되다니 정말 멋진 일이죠.

_두 감독과 동시에 일하는 경험은 어때요?
예전에도 두 명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배우와 감독 사이에 상당히 편안한 관계가 형성돼요. 두 명의 감독에게 디렉팅을 받으니까 압도당하는 기분일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뢰닝과 잔드 베르크 감독은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어요. 모든 배우의 연기에 저마다 관심을 쏟고 개별적으로 디렉팅을 하면서 많은 시간 공을 들이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바람직했죠.

_현장은 어떤 분위기였어요?
모두의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모두가<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새로운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어요. 샷 하나하나, 프레임 하나하나가 굉장히 멋지고 디테일이 상당해요. 모든 게 철저하게 계획되었고요. <캐리비안의 해적> 특유의 유머와 재미는 물론 긴장감도 살아 있어요.

_시리즈의 주역인 조니 뎁과의 작업은 어땠어요?
잭 스패로우 그 자체였나요?저는 그를 배우 조니 뎁뿐만 아니라 인간 조니 뎁으로 무척 좋아해요. 저 뿐만 아니라 촬영장을 방문한 남편과 친구들, 가족에게도 정말 잘해주었 어요. 저는 평소 사람을 볼 때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는데, 항상 훌륭했어요. 또 조니 뎁처럼 최고의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것은 흔 하지 않은 기회죠. 저는 직감에 따라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조니도 그 런 스타일인 것 같아서 잘 맞았어요. 정말로 캐릭터와 하나 되어 연기를 하거든요.

_조니 뎁 외에도 제프리 러시, 하비에르 바르뎀 등 쟁쟁한 배우와 함께했는데요.
제프리는 촬영장의 빛이자 영혼 같은 존재였어요. 매우 진지한 배우일 거 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정말 유쾌한 성격이었어요. 촬영장에서 제 프리는 제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죠. 그것도 정말 멋지고 재미있는 아빠 였죠. 하비에르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꿈이 이루어진 기분이었어요. 엄마가 브라질인이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 항 상 소외감을 느꼈는데, 하비에르처럼 자신의 출신에 자부심을 가진 배우 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요. 평소에는 다정한 사람인데 연기 할 때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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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험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조니 뎁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고요.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하고 내 안의 코믹 본능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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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키이라 나이틀리와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엘리자베스와 윌 커플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물론, 영화사에 남을 만한 멋진 커플이었죠. 이번에는 카리나와 헨리 커플의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다던데요? 헨리를 맡은 브렌튼 스웨이츠와의 연기 호흡은 좋았나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 중에 브렌튼을 가장 먼저 오디션장에서 만났어요 . 그는 이미 캐스팅된 상태였고, 저는 그와 스크린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었 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상대 배우와 잘 통하면 연기에도 도움이 돼요. 촬영장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적은 우리는 연륜 있는 훌륭한 배우들과 프로듀서들, 세트 등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적어도 촬 영 첫 주 동안의 느낌은 그랬어요. 브렌튼은 동료 배우를 넘어서 그 여정을 잘 헤쳐나가도록 도와준 친구예요.

_아무래도 카리나와 헨리의 이야기가 중요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나요?
둘 다 외로운 사람이고, 아버지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에요. 처음에는 티격태격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에게 자신과 똑같은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고 둘 사이에 유 대감이 형성되고 힘을 합치기로 하죠.

_너무 다른 사고방식의 두 사람 아닌가요?
카리나는 과학을 믿고 헨리는 미신을 믿거든요.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서로에게 생각을 불어넣는 게 재미있죠.  <캐리비안의 해적>의 세계 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니까.

_촬영은 주로 어디에서 했나요?
겨울에 호주로 가서 6~7주간 촬영했어요. 골드코스트는 정말 아름다웠 어요. 스튜디오 촬영도 좋았지만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해변이나 바다로 나가서 노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곳 스태프들은 촬영 후 야외로 나가 휴식도 취하고 바비큐를 하더라고요. 서로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우리도 점점 익숙해졌어요. 나중에는 풋볼 경기도 보러 가고 지역의 스 포츠나 정치 행사에도 참여하고 물론 여행도 했죠.

_그 유명한 ‘블랙 펄’ 해적선은 어땠어요? 아시다시피 영화 팬들은 해적선의 이름도 모두 외우죠. 이번에는 중요한 배들이 모두 등장한다던데요?
배 중에는 실제 사이즈로 제작된 것이 많았는데, ‘블랙 펄(Black Pearl)’은 진짜 커요. 제작진이 어마어마하게 큰 배를 움직여서 진짜 배랑 똑같아 보였어요. 물살을 일으키고 옆으로 흔들리기도 하거든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나게 정교한 기술과 디테일이었어요. 첫날 리허설을 위해 제프리와 블랙 펄에 탔을 때 둘 다 경외심을 느끼며 배 안을 돌아다녔어요. 다른 세계로 들어가 거대한 모험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흔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실제 세트가 있으면 배우들에게도 정말 좋아요. 뼈대만으로 이루어진 유령선 ‘사일런트 메리(Silent Mary)’ 호도 굉장했고요. 그보다 작은 ‘죽어가는 갈매기(Dying Gull)’ 호를 실제로 바다에 띄워 며칠간 촬영했는데 정말 멋졌죠.

_그나저나 카리나와 잭 스패로우는 어떻게 만나게 되나요?
우연히요. 정면으로 충돌하듯 만난 후 서로 얽히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재미있어요. 카리나가 도움을 청하지만, 잭은 거절해요. 이기적인 해적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둘 다 붙잡히는 처지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죠.

_영화에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지도’가 등장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죠?
그 지도는 카리나에게 아주 중요한데요, 아버지가 남긴 것이기 때문이죠. 유일한 과거의 흔적이자, 그녀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는 퍼즐 조각이기 때문에 그 지도에 집착해요. 제가 이해한 카리나는 무엇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가족의 유산을 이루었고, 그것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할 것이고, 어려서부터 시작된 임무가 마침내 끝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해요.

 

에는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잭 스패로우와 숙적 바르보사와 극을 이끈다. 특별출연한 윌(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도 오랜만에 등장한다.

<캐리비언의 해적:죽은자는 말이 없다>에는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잭 스패로우와 숙적 바르보사와 극을 이끈다. 특별출연한 윌(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도 오랜만에 등장한다.

_그 지도로 무엇을 찾을 수 있죠?
전설의 유물을 찾을 수 있죠. 바다의 어떤 저주든 풀어줄 수 있거든요. 유령과 마녀, 크라켄, 인어의 세계에서 그것은 어떤 저주든 풀어줄 수 있어요. 그렇기에 모두에게 중요한 물건이죠. 잭 스패로우가 원하는 것도 그것이고요.

_해적들과의 관계도 궁금한데요.
그녀는 해적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적이었던 적도 없기에 처음에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요. 탐욕스럽고 더럽다고 생각하죠. 특히 바르보사는 그 전형인 탐욕스러운 해적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성과 기지, 그만의 매력, 세상물정에 밝은 모습 등을 알아보기 시작해요.

_이번 영화의 악역인 캡틴 살라자르는 어때요?
캡틴 살라자르는 정말 무시무시하죠. 처음 스크립트를 읽고 살라자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확 끼쳤어요.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체계가 딱 잡혀 있는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어요. 복수에 미친 아주 철저한 악당이죠. 저는 캡틴 살라자르와 직접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았지만, 부하들을 이끌고 배로 뛰어드는 살라자르의 모습은 제3차 세계대전 저리가라예요. 개미떼처럼 몰려들어 배를 장악하는 그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죠. 특수효과가 입혀진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요. 특수효과를 입히지 않았을 때조차 무시무시해 보였으니까. 단언컨대 살라자르는 제가 지금껏 본 것 중에서 가장 무서운 악당이었어요.

_‘죽은 자들(Ghost Pirates)’에 대해서도 기대가 되는데요.
죽은 자들은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솔직히 실제 드로잉 그대로 멋지게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디지털 작업물을 보니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온통 마음을 빼앗겼어요. 관객들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어요. 죽은 자들에 사용된 특수 효과 기술은 감탄 그 자체예요.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도 나오는데 무척 흥미로워요. 예전에 깔끔하고 빳빳한 제복을 입은 모습이었던 그들이 늙고 초라하고 지친 모습으로 변해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죽은 자들에 관한 거예요.

_<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의상으로도 유명한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었어요?
의상 디자이너는 카리나가 옷 같은 것에 좌우되지 않는 당찬 여성이라고 생각했대요. 옷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여자요. 하지만 레이스 같은 디테일이 있고, 검은 옷을 입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_이 영화에 출연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어요?
이 영화는 제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험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조니 뎁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고요.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하고 내 안의 코믹 본능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어요. 또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하는 법을 배웠죠. 어서 다음 작품에서 활용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