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몇 년 전 위 광고문구로 소위 ‘히트’를 친 건강기능식품이 있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난 광고인데도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광고효과는 굉장했던 것 같습니다. 제품의 효능은 알 길이 없지만 ‘남자에게 참 좋다’는 표현이 실제 남자들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분명히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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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기에 성분이나 효능을 광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성분이름 하나 대지 않고도 대박이 난 이유는 있을 겁니다. 남자에게 좋다. 그 말 이외의 다른 말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떠올렸을 테니까요. 구글에 ‘남자한테 좋은 음식’을 검색해보면 결과로 압축되는 키워드는 세 가지, ‘정력’, ‘스태미너’, ‘성기능’입니다.

 

그렇다면 여자는 어떨까요?
‘여자에게 좋은 음식’의 검색 결과는 키워드가 남자의 경우처럼 한 방향으로 꿰어지지 않습니다. 피부 미용을 위해서는 콜라겐과 비타민C를, 갑상선 기능을 위해서는 해조류를 추천하고 갱년기에는 식물성 여성호르몬, 산후조리를 위해서는 고단백 고칼슘의 식단을 권하는군요. 먹어야 되는 음식만큼이나 먹지 말아야 될 음식에 대한 정보도 많습니다. 365일 다이어트 중이라면 칼로리에 GI 지수까지 따지는 건 기본이고 ‘임신이나 수유 중에 000를 먹으면 000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괴담 섞인 소문들까지 무성합니다. 이래저래 여자로 살기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한의학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자환자 10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여자환자 1명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렵고, 여자환자 10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소아환자 1명을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렵다.’ 아이는 잠시 미뤄두고 여자와 남자만 비교해봐도 나타나는 증상과 질환의 복잡성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경우의 수 자체가 다른 거지요. 저 표현은 이렇게 바꿀 수 있겠네요. ‘10명의 남자에게 좋은 음식을 찾는 것보다 단 한 명의 여자에게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이 훨씬 어렵다’.

추가

좋은 음식은 과연 ‘모두’에게 좋은 음식일까?
단군 이래 ‘먹거리’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높은 시절이 있었을까 싶은 요즘입니다. 그만큼 정보도 쏟아지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조기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하셨던 40대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 종편 건강프로그램의 열혈시청자였는데 거기서 좋다고 하는 재료를 하나 둘씩 챙겨먹다 보니 하루에 먹어야 되는 음식과 건강기능식품이 너무 많아졌다며 저에게 리스트를 가져와서 순서를 정해달라고 합니다. 리스트를 들여다보니 없는 게 없습니다. 홍삼, 생강즙, 칡즙, 아로니아, 치아씨드, 발효쑥차, 렌틸콩… 거기다 종합비타민에 단일성분별 영양제를 또 추가해서 먹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뭐라고 답했어야 좋을까요?

 

예전에 건강프로그램의 방송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에게 전해들은 ‘한의사 방송진출의 노하우’는 이렇습니다. “원장님, 방송은 늘 새로운 소재를 갈구해요. 그래서 예전에 누군가 했던 식상한 얘기를 반복하는 건 소재가 안되구요. 반짝 이슈로 떠오를만한 신선하고 이국적인 재료를 제시해주시면 좋아요.” 뜨는 식재료들의 효능이 모두 근거 없는 얘기는 물론 아닐 겁니다. 다만 흔하게 보는 심심한 재료들보다 훨씬 더 좋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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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
영양과 건강식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여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좋은 음식 같은 건 없습니다. 영양적으로 완벽해도 특정 질환에는 삼가야 하는 음식이 있고, 나빠 보이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피하지 말고 꼭 먹어야 할 음식도 있거든요. 석류는 정말 미녀를 위한 과일일까요? 지방은 절대 피해야 할 여자의 적일까요? 쇠고기와 달걀은 누구에게나 좋은 완전식품일까요? 매일 급변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사는 여자의 몸이라면 일단 대답은 ‘글쎄요’가 정도로 해두어야 합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1백명의 여자에게는 각기 다른 1백가지 식이요법이 필요하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내 몸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해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던 브리에 샤바렝의 말을 빌려서 말해도 좋겠네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면,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알려드리죠.”

 

» 여자를 위한 음식은 없다,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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