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초코 과자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말하지 않아도 어떤 감정인지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고 표정 관리하는 게 업무의 일부인 사람들이 답한다. 회사에서 짜증나고 화날 때, 표정을 숨기는 방법.

1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솔직함은 죄요, 포커 페이스만이 진리라는 것을. 그래서 얼굴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억울한 일도 종종 겪는다. 비슷한 수준으로 일을 처리해도 표정 관리를 못하는 사람은 “너무 뚱해서 사람이 별로야”라는 말을 듣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아”라는 평을 듣는다. 불합리하지만 현실이다. 나 역시 같은 일을 부탁해도 생글생글 웃으며 “네!”라고 답하는 후배와 일하고 싶지,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후배와 일하는 건 꺼려지니 말이다. 그렇다면 표정 관리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까? 혜민 정신 건강의학과 우종민 원장은 기본적으로 표정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아차리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어서, 상황에 맞게 어떤 자세와 표정을 취해야 할지 잘 안다.” 반대로 얼굴에 감정이 모두 드러나는 사람은 겉과 속이 같고, 단순하며 감정에 매우 솔직한 사람이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순수하다’고 평가받을 테지만, 일로 만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행스럽게도 노력과 연습을 한다면 약간의 변화는 가능하다. 표정 관리를 하는 주된 이유는 본심을 숨겨서 자신의 이익을 차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을 때,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표정 관리는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얼굴에 감정을 숨기는 방법
1 상상력을 발휘한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건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는 것. 가장 효과적인 것은 오늘의 점심 메뉴나 퇴근 후에 갈 맛집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삼겹살이 먹고 싶다면, 친구들과 어디에 있는 맛집을 갈지, 그 집에 들어가서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부터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은 무엇이며,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것까지 상상을 한다. 굽는 소리까지 떠올리면 금상첨화다. 물론 그때 표정은 매우 덤덤하고 태평해야 하며, 잘 듣고 있다는 제스처의 고개 끄덕임 정도는 해야 한다. 또 나에게 일방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머리에 불이 붙었다고 상상하는 것도 좋다. 표정과 감정이 모두 컨트롤된다.

2 일단 자리를 피한다
일상이 권태로워질 때에는 청소를 하거나 집 안의 가구 위치를 바꾸면 분위기가 환기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난다면 자리에 앉아서 힘들어하지 말고, 일단 그 공간을 벗어난다. 한 공간에 오랫동안 머물면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되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는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화가 나서 울고 싶으면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회사에서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을 찾아보길. 여유가 있다면 회사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서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공간의 공기를 환기하듯 감정을 환기하는 데 매우 좋다. 물론 다시 회사로 돌아왔을 때 상황은 그대로일 테지만 말이다.

3 웃으면 복이 온다
친절한 주차 요원에게 상스러운 욕을 퍼붓고, 스튜어디스에게 폭력을 일삼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도 무색해진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전히 ‘웃는 얼굴’은 충분히 효과적이다. 그러니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진 순간에도 일단 미소를 머금고 있는다. 피식 웃으면 비웃음이 되어버려 일이 더 커질 수 있으니, 매우 유의해야 한다. 일단 입 모양을 ‘U’자로 만들면서 미소를 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표정으로 부당함을 말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반박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지지 않고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입 모양이 바뀌지 않으면 평상시에 ‘개구리 뒷다리’를 발음하며 입 모양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얼굴 근육 전체가 움직이면서 마지막 음절인 ‘리’ 발음을 할 때 입꼬리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 연습을 거울을 보며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표정이나 인상이 좋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인상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4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정을 짓는다
상사에게 혼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멋쩍은 듯 웃었다가는 “너 웃음이 나오냐?”라는 핀잔을 들을 테고, 무표정하게 있다가는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는 타박만 들을 테니. 듣기 싫은 소리 들을 때는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시선은 바닥을 바라보는 게 좋다. 한쪽 입술만 지그시 깨물며 뭔가를 깨닫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괜찮다. 만약 상대의 말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상대 역시 당신에게 발언의 기회나 변명의 시간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표정 관리가 너무 힘들다면 그 상황에서 일단 대답은 하되, 시선을 빨리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라는 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5 말투로 표정을 숨긴다
화가 나는 순간에 세 번 정도 말을 곱씹는다. 첫째,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가 바뀔 수 있나? 둘째, 내가 이 말을 하면 오늘 밤 잠을 설치지 않고 잘 잘 수 있나? 셋째, 내가 이 말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만족시킨다면 일단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러나 최대한 천천히 말하고, 종결 어미에 신경을 쓴다. 상대가 나보다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똑부러지고, 단호한 말투는 잠시 접어두고 “처우가 불합리해 제가 억울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담보로 하는 ‘-것 같아요’와 같은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나의 감정 표현마저도 매우 조심스럽다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한국어의 어법에 맞지는 않지만, 감정을 최대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데 의의가 있다.

 

정색하며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감추지 말고 마음껏 감정을 표출해야 할 때도 있다.

부당함과 무례함이 반복될 때 불합리한 대우를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당신이 느끼는 불쾌함을 표현해야 한다. 물론, 그 순간만큼 분위기는 안 좋아지겠지만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표현을 했을 때는 상대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도 좋은 편이다.

상대가 성추행했을 때 요즘 같은 세상에 농담이랍시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술 핑계로 ‘아무 말’을 해대는 사람에게는 한 번의 관용도 필요하지 않다. 그 자리에서 정색하고 불쾌함을 표시해야 한다. 만약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업무시간 외에 메신저가 올 때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때도 표정은 보이기 마련이다. 이미 퇴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메신저나 문자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무반응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당신이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인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