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향에 대한 남다른 취향을 가진 수향의 김수향 대표가 그녀의 집으로 초대했다. 공간을 향기롭게 채우는 노하우부터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법에 대하여.

싱그러운 꽃과 향이 가득한 집에서 만난 김수향 대표.

싱그러운 꽃과 향이 가득한 집에서 만난 김수향 대표.

니치 향수와 향초가 주목받기 시작하던 2013년 봄, 김수향 대표는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에 자신의 이름을 따 ‘수향’이라는 작은 향초 매장을 열었다. 벚꽃 잎을 닮은 화사한 연분홍색 레이블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특히 신선한 꽃향기와 풋풋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수향만의 특별한 향은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성장을 거듭했고, 첫 매장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가로수길에 빌라 수향이라는 매장을 열었다. 오래된 2층 주택을 개조해 1층은 작업실로, 2층은 쇼룸으로 꾸몄는데, 기존 주택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수향만의 감성을 더한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연분홍색 패키지 제품들과 어우러지도록 톤다운된 블루와 그린 컬러를 매치한 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간에 대한 세련된 취향을 가진 그녀의 집이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한남동에 자리한 그녀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찾았다.

ㅡ얼마 전 인테리어를 바꿨다고 들었어요. 특히 어떤 부분에 공을 들였나요?
최고의 인테리어는 비우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번에도 채우기보다 버리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들은 대충 쌓아두지 말고 제대로 보관하자는 생각에 수납공간을 곳곳에 숨겨두었죠. 화장대도 긴 서랍이 있는 걸 선택하고, 화장대 바로 옆에 작은 서랍이 여러 층 있는 수납장을 놓았어요. 세면대 밑에도 큰 서랍장 두 개를 짜 넣어서 많은 화장품을 수납하고 있어요.

ㅡ공간을 꾸미는 센스와 취향이 남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집이라는 공간은 작업실이나 매장과는 또 다른 의미일 텐데요. 집을 꾸밀 때 어떤 취향을 담고 싶었나요?
공간을 꾸밀 때는 중심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요. 집 안에서는 제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공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큰 방을 과감하게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으로 꾸미는 대신에 작은 방을 침실로 꾸몄죠. 곳곳에 창이 많은 밝은 집이라 가구는 모두 밝은 색으로 골랐어요. 가구는 이케아 제품과 디자이너 제품이 섞여 있는데, 거실의 톰 딕슨 조명, 화장대의 영국 앤티크 의자, 드레스룸의 스누피 액자처럼 전체적인 공간은 화이트톤으로 맞추되 지루하지 않게 각 공간마다 포인트를 줬죠.

ㅡ집 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욕실이에요. 워낙 욕실 공간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이죠. 가끔은 거실에 머무는 시간보다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어요. 이 집은 제 소유가 아닌데도 처음 이사 올 때 욕실 공사를 직접 했어요. 평소 꿈꿔온 욕실 디자인의 절반밖에 실행에 옮기지 못해서 아쉽기도 해요. 언젠가 제 소유의 집을 갖게 된다면 집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서 거대한 욕실을 만들고 싶어요.

ㅡ각각의 공간을 어울리는 향으로 채우는 레이어링이 요즘 인기인데요. 집 안 곳곳에 어떤 향을 담았는지 궁금해요.
집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향을 주로 사용해요. 신선한 꽃향기와 풋풋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그린 계열의 향을 좋아하죠. 포근한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에는 룸 스프레이를 사용해요. 외출 전 침실에 룸 스프레이를 뿌리고 문을 닫아두면 집에 돌아왔을 때 깨끗하게 정돈된 침구처럼 산뜻한 느낌이 들어요. 여러 사람이 머무는 거실에는 상쾌한 느낌을 주는 시트러스나 그린 계열의 향이 무난한데, 공간이 넓은 만큼 향이 멀리까지, 오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디퓨저를 주로 사용해요. 옷장에는 우디 계열의 왁스 타블렛을 걸어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욕실에는 곳곳에 다른 향 제품을 두는 편이에요. 세면대에는 향 비누를, 수건을 걸어두는 곳에는 왁스 타블렛을 걸어두고, 욕조 옆 공간에는 반신욕을 할 때 즐겨 사용하는 향초를 두죠.

ㅡ공간마다 이렇게 다양한 향 제품을 두는 이유가 있나요?
사람도, 공간도, 향이 시작과 마지막을 담당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아름다운 집이라도 좋지 않은 향기가 난다면 근사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특히 공간의 향이라는 건 여자들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해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향을 통해서 자신만의 공간에, 자신의 취향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Life is better when you smell nice’라는 수향의 모토처럼 좋은 향기가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확고한 믿음도 가지고 있고요.

ㅡ집 안 곳곳에 꽃이 많은데요. 빌라 수향에도 입구와 매장 곳곳에 늘 싱싱하고 향기로운 꽃이 놓여 있죠. 직접 꽃을 사러 꽃시장에도 가나요?
경리단길에 첫 매장을 열면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는데, 싱싱한 꽃을 매장에 두는 거예요. 예전에는 경리단길 매장과 빌라 수향 매장 꽃을 모두 직접 관리했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꽃시장에 다녀야 했는데 고되긴 했지만 지난 4년간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매장에 늘 생화를 두었어요. 요즘은 일이 바빠서 매장 꽃은 플로리스트가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꽃시장에 가려고 노력해요. 꽃시장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거든요. 향기는 계절과 관련이 깊어서 새로 나온 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향에 대한 영감이 떠올라요. 직접 사 온 꽃을 집 안 곳곳에 꽂아두고 바라보는 게 참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작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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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싱그러운 수선화와 요즘 즐겨 뿌리는 향수을 모아놓은 화장대.

2,3 곳곳에 둔 향초와 왁스 타블렛 덕분에 늘 좋은 향기가 가득한 욕실.

4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을 보관하는 세면대 밑 수납장.

ㅡ꽃시장 외에 새로운 향이나 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 곳은 어디인가요?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영감도, 새로운 기회도, 깨달음도 없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은 늘 움직이고 경험하려고 노력해요. 하다못해 계속 걷기라도 하죠. 움직이고, 행동하는 중에 언제나 좀 더 나은 것, 새로운 것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니까요.

ㅡ화장대 가득 향수가 놓여 있는데, 요즘에는 어떤 향수를 즐겨 뿌리나요?
그때그때 선호하는 향수가 바뀌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꼼데가르송에서 선보인 러시아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의 향수와 역시 꼼데가르송의 다른 향수인 서펜타인을 즐겨 사용해요. 두 가지를 같이 쓸 때도 있고 따로 뿌릴 때도 있는데 지난 몇 달간 이 두 향수에 푹 빠져 지내고 있죠.

ㅡ평소 센 메이크업도 즐겨 하는데, 요즘은 어떤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은 저만의 ‘생얼 메이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자외선 차단제로 마무리한 다음 파운데이션은 가급적 건너뛰고 눈썹과 입술에만 포인트를 주는 화장법이에요. 입술에는 늘 새빨간 컬러를 발랐는데 최근에는 코랄 컬러의 매력에 빠졌어요.

ㅡ타고난 피부가 건강해 보이는데, 평소 피부를 어떻게 관리하나요?
가장 효과적인 건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충분히, 꾸준히 하는 거예요. 특히 저는 기름진 음식을 몇 끼에 걸쳐 먹으면 바로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오고, 운동을 며칠 건너뛰면 바로 각질이 도드라지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요. 덕분에 채소와 과일, 제철 음식을 챙겨 먹고, 주 3회 이상 필라테스와 러닝, 요가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요즘 토너나 부스팅 에센스를 7단계에 걸쳐 바르는 7 스킨이 화제인데, 저는 예전부터 SK- II 피테라 에센스를 화장솜에 듬뿍 적셔 팩처럼 사용해왔어요. 예민해진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수분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ㅡ보디케어에 관심이 많아서 목욕을 정말 오랜 시간 한다고 들었어요.
평소 목욕을 할 때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할애해요. 먼저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마른 모발에 헤어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수건으로 감싸요. 직접 만든 배스솔트를 욕조에 풀고 향초를 켜고 20분간 반신욕을 해요. 땀이 충분히 나면 머리를 헹구고 두피 전용 팩을 바르고 마사지한 다음 샴푸, 헤어 컨디셔너를 사용하고 샤워를 한 후 샤워 오일로 마무리하죠. 얼굴에 수분팩을 올린 다음 보디 로션을 바르고 드라이까지 마치면 끝나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서 정말 개운해요.

ㅡ요즘 가장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올해 출시 예정인 신제품이 많은데, 가장 최근에는 자동차 방향제에 어울리는 향을 개발하고 있어요. 자동차 방향제는 운전을 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맡게 되는 향이기 때문에 고려할 게 많아요. 기성 제품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강한 수향만의 자동차 방향제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또 화장품 라인을 곧 출시할 예정인데 그 구상에 몰입하고 있어요. 완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와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주 깊이 그리고 멀리 가야 하거든요. 다행히 너무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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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드레스룸에 있는 스누피 액자. 집 안의 전체 공간은 화이트톤으로 맞추되 지루하지 않게 개성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수향이 전하는 공간에 따른 향 레이어링
침실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에는 룸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온전한 휴식이 필요할 때는 숙면을 돕는 라벤더나 로즈메리 같은 허브 계열의 향을, 연인이나 부부가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때는 여성스러운 플로럴 계열의 향을 사용하면 좋다. 외출 전 침실에 룸 스프레이를 뿌리고 문을 닫아두면 향을 은은하게 즐길 수 있다.
거실 공간이 넓은 만큼 향이 멀리까지, 오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러 사람이 머무는 만큼 상쾌한 느낌을 주는 시트러스나 그린 계열의 향이 무난하다.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밤에는 작은 향초를 피우면 좋다.
옷장 옷장 안에 왁스 타블렛을 걸어두면 옷에 남아 있는 냄새를 제거하는 역할도 하고, 향이 옷에 은은하게 배어 향수를 뿌린 듯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평소에 자주 뿌리는 향수와 어울리는 다른 향조의 왁스 타블렛을 선택하면 옷을 입고 외출했을 때 서로 다른 향이 조화롭게 섞여 색다른 향을 느낄 수 있다.
욕실 욕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곳곳에 다른 향의 제품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면대에 향 비누를 두면 풍부한 향이 오랫동안 공간을 채운다. 향 비누 특유의 향이 욕실과도 잘 어울린다. 수건을 걸어두는 곳에 왁스 타블렛을 걸어두면 수건에서 좋은 향이 난다. 욕조 옆 공간에는 반신욕을 할 때 즐겨 사용하는 향초를 둔다.

디톡스 배스솔트 만들기
재료 바다 소금 혹은 히말라야 소금 1/4컵, 엡솜 소금 1/4컵, 베이킹소다 1/4컵, 에센셜 오일 몇 방울 또는 허브잎, 애플사이다 식초 1/3
컵만드는 법 준비한 재료를 골고루 섞어 유리 용기에 담는다.
효과 몸에 쌓인 독소 배출을 돕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마그네슘과 황이 결합해 만들어진 엡솜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반신욕을 할 때 물에 넣으면 온천욕을 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