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뿌리는 이유 중에 이성에게 어필하고 싶은 속마음도 있을 거다. 향에 민감한 남자들에게 마음을 사로잡는여자 향수와 남자 향수를 물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흥미로운 향수 이야기.

판매율이 높은 베스트셀러 향수 리뷰부터 이성에게 끌리는 향 취향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세 명의 남자. 왼쪽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하우스 미디어 대표인 강지환, 향 컨설턴트 김민수, 네이버 패션뷰티 뷰스타이자 자타공인 헤어 전문가 주민님아.

판매율이 높은 베스트셀러 향수 리뷰부터 이성에게 끌리는 향 취향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세 명의 남자. 왼쪽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하우스 미디어 대표인 강지환, 향 컨설턴트 김민수, 네이버 패션뷰티 뷰스타이자 자타공인 헤어 전문가 주민님아.

남자 향수에 관하여

Q 각자 즐겨 뿌리는 향수가 궁금하다.
김민수 향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니 평소에는 향수를 전혀 뿌리지 않는다.김민수 향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니 평소에는 향수를 전혀 뿌리지 않는다. 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려면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늘 역시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강지환 불가리의 뿌르 옴므를 오랫동안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러쉬의 고릴라 퍼퓸을 뿌리고 있다.
주민님아 버버리의 위크엔드, 이세이 미야케의 뿌르 옴므까지 시트러스 향조의 향수를 선호하는데, 최근에는 라이징웨이브의 제로라인과 프리라인을 애용한다. 롭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수인데 지나치게 강하거나 연하지 않고 적당히 기분 좋아지는 향이다. 향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려면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오늘 역시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Q 향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일이다 보니 요즘 향에 대한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김민수 얼마 전까지 남자들은 주로 싸한 알코올 냄새나 시원한 아쿠아 향 같은 전형적인 오이 향을 찾았다. 여자들에게는 싱그러운 시트러스 계열이나 로맨틱한 프루티 플로럴 계열이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향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았나 싶을 정도로 원하는 향조가 구체적이고 취향이 세분화됐다는 게 실감 난다. 조 말론 런던이나 딥티크 같은 니치 향수 브랜드가 대중을 공략한 점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Q ‘이건 별론데…’ 하는 향이 있다면?
주민님아 예전에는 진한 향을 풍기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향신료처럼 코끝을 강하게 자극하는 향은 선호하지 않는다.강지환 향의 농도와 뿌리는 강도에 민감한 편이다.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많은 양을 뿌리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수를 뿌릴 때는 나와 상대방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뿌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Q 향수는 이성 간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여자친구에게 받고 싶은 향수가 있다면?
김민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향수를 받아보고 싶다. 둘이 함께 갔던 여행지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동네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에피소드가 연상되는 향 말이다.
강지환 선물을 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향수를 건넨다면 실망할 것 같다. 예전에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향수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안 뿌리자니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뿌리자니 망설여져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향은 아주 내밀하고도 사적인 부분이라 선물로 고르기가 그만큼 어렵다.

Q 오늘 시향한 남자 향수 중 가장 인상적인 향은 무엇인가?
주민님아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 코롱 향수가 좋았다. 한 단어로 설명하기엔 복잡미묘한 향의 세계가 느껴졌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이 향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다.
김민수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 뿌르 옴므 향수. 워낙 유명하지만 오늘 다시 맡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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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향수의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있는 제품
왼쪽부터 1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 뿌르 옴므, 2 존 바바토스 아티산, 3 딥티크의 탐다오, 4 조 말론 런던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 코롱,  5 불가리의 블루 뿌르 옴므.

 

Q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때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
강지환 내가 가진 의외의 면을 부각시킬 수 있는 향을 뿌려보고 싶다. 특히 오늘 맡은 향 중에 딥티크의 탐다오 향수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향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신성한 의식에 쓰일 법한 차분하고 그윽한 향이 감돌았다. 이런 오묘한 매력이 있는 향을 뿌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민님아 너무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향이 아닌 딱 중간 정도의 향이 이성에게 부담이 덜 될 것 같다. 혹은 페라리 블랙 향수 같은 향도 좋다. 남자가 사용하기에 적당한 달콤한 향인데 옆에 찰싹 붙어 있고 싶게 만드는 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자 향수에 관하여

Q 인기 여자 향수 중에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향은 무언가?
강지환 은은한 비누 향을 좋아한다. 향수를 뿌렸다는 느낌보다는 본래 체취인 듯 살 냄새 같은 느낌의 향이 좋다. 옆에 함께 있지 않아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향이랄까?

Q 오늘 시향한 여자 향수 중에 클린의 웜코튼 같은 향인가?
강지환 그렇다. 막 세탁한 옷에서 나는 청량한 향이다. 좋은 섬유 유연제 향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분들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김민수 양 볼이 발그레하고 수줍게 웃는 여성이 연상되는 플로럴 향이 좋다.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같기도 하고 남자로서 지켜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주민님아 상큼하면서도 세련된 향인데 예를 들면 자몽과 레몬에서 날 것 같은 톡 쏘는 향기다. 과일 향 같은 싱그러운 향은 질리지 않고 자꾸만 맡고 싶은 향이다.

Q 오늘 순위권에는 없었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중에 바이레도나 아틀리에 코롱 같은 니치 향수도 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니치 향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민수 현재 근무 중인 그랑핸드 퍼퓸숍에 방문하는 여성 고객들 대부분은 니치 향수와 비슷한 향을 많이 찾는다. 주로 20대 중반이나 30대 후반의 여성들이 니치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녀들은 대부분 스무 살 초반에는 랑방이나 안나수이 같은 누가 맡아도 알 법한 플로럴 계열의 여성스러운 향수를 뿌렸는데 남들과 같은 향수를 뿌리는 게 싫어서 니치 향수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딱 어떤 향이라고 설명하기가 힘들 만큼 향에 대한 취향도 다양한 게 특징이다.
강지환 니치 향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 시향한 바이레도, 메종 프란시스 커정 같은 향은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향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스타일이 세련되고 트렌드를 잘 아는 여자가 뿌리는 향수 같다고 할까? 이런 향을 풍기는 여자를 길에서 마주친다면 뒤돌아볼 것 같다.

Q테이블에 놓인 다섯 종류의 향수는 서울 주요 백화점과 올리브영에서 판매율이 높은 향수인데, 제품명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미니어처 공병에 덜어왔다. 맡아본 소감이 어떤지?
주민님아 세 개는 흔한 향이라서 단번에 알아맞혔다. 흔한 향은 개성이 강한 사람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아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김민수 가장 좋았던 향은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다. 남녀 공용 향수인데 언뜻 흔한 향 같지만 잔향이 체취와 섞이면 아주 매력적인 향을 풍길수 있다. 판매가 잘되는 향수는 유명세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향이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자신과 어울리는 향이 무엇인지를 잘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내게 맞는 향을 찾는 여정은 쉽지 않다.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김민수 톱 노트의 향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자취를 감춘다. 그러니시향지나 손목에 향을 뿌린 뒤 30분 정도 지난 뒤 다시 맡아보는 게 좋다. 그래야 내게 어울리는 향을 고를 수 있다.
강지환 향은 그 사람의 분위기와 어떻게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 단아한 스타일의 여자인데 머스크 향이나 이국적인 스파이시한 향을 풍긴다면 어색할 것 같다. 좋아하는 향과 나의 이미지를 잘 매치하는 것이 센스라고 생각한다.

Q오늘 함께한 소감은?
주민님아 여성용 베스트셀러 향수의 향을 맡았을 때 어떤 향수는 첫사랑을 생각나게 했다. 그만큼 향수는 잊혀진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향에 대한 추억을 다시금 꺼내보는 기회였던 것 같다.
강지환 여자들과 남자들의 향에 대한 견해는 분명 다르다. 남자들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오늘 모인 세 명의 의견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남자들이 생각하는 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이 선호하는 남자 향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그려졌다. 그래서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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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여자 향수
왼쪽부터 1 클로에의 로즈 드 끌로에, 2 프레쉬의 헤스페리데스 그레이프프룻, 3 클린의 웜코튼, 4 랑방의 에끌라드 아르페쥬, 5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