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싸움은 정말 칼로 물 베기일까? 아니다. 요령껏 잘 싸워야 한다.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닌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진짜 사랑 싸움을 하는 방법, 개그맨 안영미는 알고 있다.

 

Q 까마귀와 고슴도치 남자친구는 예민한 편인 데 반해 나는 둔하다. 건망증이 좀 있는 편이라 남자친구가 얘기한 걸 금세 잊고 다시 물어보거나 아예 까맣게 잊어버린다. 예를 들면 어젯밤 잠자기 전까지 통화를 해놓고는 다음 날에 난 “어제 몇 시에 잤어?”라고 묻는다. 그러면 남자친구는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 있냐고 화를 낸다. 그는 내가 매사에 자기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관심이 없다며 서운해한다. 이렇게 싸울 때마다 나는 남자친구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되지 않고, 남자친구는 그런 날 답답해한다.

A 무마용 애교 부리기 남이 얘기한 걸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습관적이거나 성향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같은 말을 묻는 사람에게 짜증이 날 법도 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같이 짜증내면 싸움만 커질 뿐이다.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살짝 애교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 “아이, 내가 또 까묵었나봐용”라면서 말이다. 어미 하나만으로도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마되기도 하니까 다정한 말투가 중요할 것 같다.

 

Q 전화를 받지 않는 너에게 우리 커플은 전화를 하다가 싸우는 일이 많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나의 언성이 조금만 높아지려 하면 “끊어!” 하면서 정말 전화를 끊는다. 너무 황당한 나머지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만 남자친구는 묵묵부답.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남자친구는 혼자 감정 정리를 하고 나서야 연락을 한다.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아 울며 불며 “아무리 화나도 일방적으로 전화 끊지 마!”라고 말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만나서 싸울 때 그는 나를 째려보고, 인상 쓰고, 한숨을 푹푹 쉬며 “너 이제 집에 가!”라는 소리도 서슴없이 한다. 남자친구와 싸울 때마다 자존심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는다. 물론 화해할 때는 언제 우리가 싸우기라도 했냐는 듯이 친절해지지만 싸울 때마다 생긴 상처 때문에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

A 벽을 만들면 금이 간다 서로에게 벽이 생기는 싸움의 패턴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이 말을 하면 분명 싫어하고, 연락을 끊겠지’라는 생각에 말을 안 하게 된다.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둘 사이에 벽이 생긴다. 나도 사연의 남자처럼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는 편이었다. 감정이 앞서면 머릿속으로는 별 생각을 다 하면서도 말을 잘 못하는 것이다. 두서 없이 말하는 것보다는 도망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회피를 하는 것이다. 싸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서로에게 밑바닥 감정까지 모두 보여주고,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에 대해 제대로 표현해야 개선이 되고 서로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몰아붙이면 상대는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에 도망가기 쉽다. 그러니 날카롭게 쏘아붙이거나 몰아붙이기보다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한풀 꺾어서 얘기하다 보면 남자 쪽에서도 답이 오지 않을까? 이도 아니면 전화 통화 중에 싸우다가 중간중간 코러스처럼 “나 말하고 있어, 끊지 마”라고 얘기하는 방법도 있다.

 

Q 나도 싸우고 싶다!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연락을 하고 각자 일상을 잘 보내고 난 후, 주말에 만나 밥 먹고 영화 보며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는 우리 커플. 정말 싸울 일이 없다. 남자친구의 취미는 집에서 게임하는 것인데 그때도 연락을 잘한다. 게다가 술도 잘 안 마시고, 주변에 그 흔한 ‘여사친’도 없는 터라 우리의 관계는 매우 안정적이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싸울 일이 너무 없다는 게 나의 고민이다. 지지고 볶고 싸워봐야 그 사람의 밑바닥이나 본성을 알게 되지 않을까?

A 나를 보여준다  무미건조한 연애가 조금 심심하고, 의심이 간다면 스스로 먼저 흐트러진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남자친구에게 “자기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라고 대뜸 말한다면 남자친구는 분명 “갑자기 왜? 뜬금없이?”라며 의아해할 것이다. 자신의 반듯함이 왜 불만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여자 역시 본인의 페이스대로 행동해보고, 그에 대한 남자의 반응을 살펴보시라. 그게 바로 그 남자의 본모습일 것이다.

 

Q 그 남자의 취미는 잠수 난 평소에는 애교도 많고 귀엽지만 화나면 정말 무섭게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나의 이야기를 꿋꿋하게 다 들어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수를 탄다. 나의 문자와 전화를 모두 받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나중에 이런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물으니 “남자는 원래 동굴에 들어가고 싶어 해”라고 답했다. 그래서 난 “화가 나서 혼자 삭일 시간이 필요하면 기약이라도 해줘”라며 당부까지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면 버려지는 기분만 들고 비참하다. 이런 남자는 그냥 두는 게 답일까?

A 남자는 곰이 아니다 남자들은 왜 자꾸 곰처럼 동굴로 들어가려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잠수를 타면 여자들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남자들은 화도 삭이고 이성을 찾으려는 행동이겠지만 여자의 속은 타 들어간다. 남자의 이런 행동에 대해 여자가 진지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관계가 지속되긴 어렵다. 그러나 단칼에 자를 수 없는 게 남녀 사이. 상대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고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남자를 조금 괴롭힐 필요가 있다. 남자가 잠수를 타고 다시 연락을 하면 그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든가, 클럽에 가서 영상 통화를 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자극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싸움의 원인을 제대로 찾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Q 고래가 되다 남자친구랑 싸울 때마다 나는 고래가 된다. 싸울 때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이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들과 이렇게 격하게 싸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와 한번 싸우면 불꽃이 튄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든 없든 소리를 지르면서 싸워서 한 번은 주민 신고를 받은 경찰 아저씨가 와서 우릴 말린 적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남자친구는 화 돋우는 말을 너무 잘한다.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말을 잘해서 나의 승부욕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이 남자와 사귀면서 점점 내 성격도 난폭하고, 이상해지는 것 같다. 어느 영화의 명대사처럼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더 망치는 사람’인 것만 같아서 이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A 문자 100배 활용하기 싸울 때마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카톡 싸움’을 권한다. 나도 남자친구와 싸울 때 장문의 카톡을 주고받는다. 말로 하지 못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소리 지르면서 싸우면 목과 감정만 상할 뿐 뾰족한 해결책이 생기지 않는다. 연애 초반 남자친구와 교환 일기를 쓴 적도 있다. 남자친구가 먼저 제안했지만, 처음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대화도 많이 나누고 데이트와 통화도 자주 하는데 굳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쓸 말이 많았다. 말로 하지 못한 서운한 점을 글로 쓰니까 생각도 정리되고 상대의 마음도 이해가 많이 됐다. 교환 일기가 정말 서로의 마음을 교환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감정적으로 자주 부딪히는 커플이라면 평소에도 글로 된 편지나 메신저를 이용해 많은 대화를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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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싸우는 건지,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건지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목적이 있는 싸움은 끝이 있지만, 상대에게 상처만 주는 싸움은 끝이 없어요. 상대가 나와 똑같길 바라는 욕심만 버린다면 극단적인 싸움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영미(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