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즘과 실용주의 노선이 팽팽하게 접전을 펼친 가운데 이번 시즌 밀라노를 아우른 키워드는 바로 관능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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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GLAMOUR
우아함과 새로움에 초점을 맞춰 동시대적으로 해석된 관능미! 이 대열의 스타트를 끊은 쇼는 바로 구찌였다. 쇼 시작 전 백스테이지에서 “나는 패션계의 룰이 아닌 나의 룰을 따른다”라고 말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연금술사의 정원’이라는 주제 아래, 플라워를 주축으로 곤충, 식물을 모티프로 한 119벌의 호화로운 의상을 쏟아냈다.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과 협업해 손글씨 같은 캘리그래피로 재미를 더했다. 거대한 투명 피라미드로 유유히 걸어가는 무대는 마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거대한 인공정원 같았다. 프라다는 1970년대 틴에이저의 방을 무대로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거리를 휩쓴 플레어 팬츠, 페플럼 스커트를 더한 화려한 레트로 레이디 룩을 선보였다. 반면 펜디는 다채로운 패턴 프린트를 간결한 미디 라인 실루엣에 녹였다. 여기에 레드 사이하이 부츠로 관능미를 더했다. 막스마라는 레드, 캐멀, 블랙 맥시 코트의 향연으로 우아하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Photo: Yannis Vlamos / Indigital.tv

HOT ISSUE
패션 패밀리 유튜브 스타 출신의 오스틴 마혼의 라이브로 시작된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에는 직업 모델 대신 일반인들이 섰다. 부부, 모녀, 형제, 자매, 연인 등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진짜 가족들이었다. 따라서 패션쇼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그렇다면 의상은? 언제나처럼 장식적인 파티 의상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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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드레스   맥도날드, 테디베어, 종이인형에 이은 모스키노의 이번 시즌 주제는 패션계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쓰레기와 부산물! 택배 포장지와 박스, 쓰레기 봉투와 세탁 비닐 등을 모티브로 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의상이 런웨이를 누볐다. 제레미 스코트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이번 시즌에도 멈추지 않았다.

Photo: Marcus Tondo / Indigital.tv

핑크 모자의 향연 미쏘니 컬렉션장의 모든 좌석에는 낯익은 핑크색 니트 모자가 놓여 있었고, 피날레의 모델들 역시 핑크색 모자를 쓰고 걸어 나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라 미쏘니는 “불확실한 시대에는 유대감이 생겨납니다. 패션 커뮤니티가 얼마나 강하게 결합되어 있고 두려움이 없는지 보여줍시다”라며 여성의 인권과 자유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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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 ‘Buy Now See Now’에 이어 남녀 통합 컬렉션으로 패션 캘린더가 변하고 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풀어내던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하나로 통합해 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브랜드의 색과 방향을 보여주려는 행보다. 이번 시즌 통합 컬렉션의 포문을 연 것은 라프 시몬스가 합류한 캘빈 클라인. 남녀 모두가 입을 수 있을 법한 슈트와 셔츠 룩을 제안하며 성공적으로 첫 컬렉션을 마쳤다. 코치 1914 컬렉션의 남성과 여성의 키 아이템은 바로 시어링 재킷! 작년 2016년 9월 최초로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인 버버리는 이번 시즌에는 아티스트 헨리 무어의 조각에서 영감받아 건축적인 실루엣의 셔츠를 남녀 모두에게 제안했고,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남녀의 경계가 모호한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 119벌로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긴 런웨이를 완성했다.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 역시 이 시류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