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갑과 을이 없다는 말은 그저 듣기 좋은 말 뿐인 것 같고, 영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밀당 없이 연애를 하는 건 비현실적인 것만 같다. 과연 현실에도 가능할까? 이 시대 진정한‘ 직진녀’ 개그맨 안영미가 말하는 밀당 없이 연애하는 법.

 

fe-안영미의 밀당 없이 연애하기

Q을의 연애
석 달 동안 썸만 타던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 지 반년이 되어간다. 좀처럼 고백을 하지 않던 그에게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사귀자는 말을 들은 거라 내가 먼저 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사귀는 내내 남자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만 같아 힘들다. 한 번은 남자친구가 회사일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고, 3일간 잠수 타는 바람에 애먹은 적도 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아서 아침, 저녁에 생존 신고만이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참담했다. “이렇게 30년 넘게 살았는데 어쩌겠니” 내가 화를 내면 풀어주기는커녕 연락을 끊어버리는 이 남자. 홧김에 헤어지자고 하면 순순히 돌아서버릴 것 같아 그 말도 못한다.
A 마음의 계약 기간을 정한다 상대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헤어지자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기 쉽다. 당신이 싫어하는 남자친구의 행동에 대해 차분히 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니 남자친구는 모르게 당신 혼자서 마음의 기한을 정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남자친구를 위해 헌신할 시간을 한 1개월~3개월 정도를 정해놓는 것이다. 그땐 친구들이 당신에게 “너 호구 아냐?”라고 말할 정도로 그 남자에게 쏟아붓는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변화가 없다면 미련 없이 끝내라. 그러나 평소엔 싸우고 3일간 잠수를 탔는데, 어느 날은 하루로 그 시간이 줄었다면 긍정적인 사인이다. 그때는 마음의 기한을 조금 더 늘린다. 당장 남자친구가 변하지 않아도 상심하지도 마시라. 남자는 같은 말을 4천 번 이상 해야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렇다. 남자는 정말 아이 같다.

Q취중대시
술 자리에 조금이라도 호감 가는 남자가 있으면 난 숨겨왔던 끼와 애교를 선보이며 들이댄다. 술 자리에 같이 있던 친한 동기의 말에 따르면 내가 회식 자리에서 나와 남자 동기에게 “너무 춥다”라고 말하며 그의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코를 박을 듯이 얼굴을 들이대며 귀엽게 취한 척, 예쁜 척하며 온몸을 꽈배기처럼 꼬았다고 한다. 그가 택시 잡아주겠다고 해도 집에 안 가겠다며 버티길래 동기가 나를 겨우 진정시키고 집으로 데려다줬다고 한다. 물론 술자리에서 만난 남자와 짧게나마 사귄 적도 있다. 그러나 그 관계가 결코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좋아한다기보다는 상대에게 약간의 호감만 있으면 술자리에서 눈에 불을 켜고 들이대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A 맨 정신으로 대화하는 용기 나 역시 그랬다. 문제는 술에 취해서 대화를 나눌 때는 분명 재미있었는데 맨 정신에는 별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깊이 없이 흐지부지 스쳐 지나갔던 인연을 떠올리면 허무한 마음이 든다. 물론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술자리를 갖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부터는 상대와 맨 정신으로 대화를 나누며 말이 잘 통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진지하고 깊은 만남을 가지고 싶은 남자와 만날 때는 술기운에 만나는 건 지양하시라.

Q고백할 줄 모르는 남자
좋아하는 오빠와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그의 과거에 대해 듣게 됐다.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연애의 물꼬를 튼 쪽은 늘 여자였다는 것이다!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안 된다는 그 오래된 말은 이 남자에게만큼은 통하지 않는 듯했다. “나도 상대를 좋아하긴 했지만, 한 번도 먼저 사귀자고 말한 적이 없어. 나는 늘 그쪽이 내게 고백하도록 유도했지.” 나와 가치관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해서 관계를 잘 발전시키고 싶은데, 어쩐지 이 남자 자존심도 세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남자 같다. 연애를 해도 늘 맞춰주기만 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된다.
A 겁이 많은 남자는 리드해야 제 맛 여자에게 고백을 해본 적이 없다는 남자의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말 잘난 사람이라 여자가 먼저 좋아하고 따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에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서 여자가 고백하게끔 만드는 것일 테니까! 대부분이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여자가 착각하게끔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 친구들에게는 “걔가 날 좋아한다고 하더라”라면서 우쭐댈지도 모른다. 사연처럼 단둘이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남자는 여자가 리드하길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겁은 많지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런 남자를 나는 ‘깍쟁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남자들보다 오히려 대하기 쉽다. 연애할 때도 당신이 리드하는 대로 연애가 흘러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니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Q어긋난 이상형
나는 말수 별로 없고, 연애에 관심 없이 공부만 하는 ‘범생이’ 스타일의 남자가 좋다. 외모도 거의 보지 않아서 대다수의 공대생이 내 이상형에 적합하다. 이상형이 꽤 소박한 편인데, 정작 이런 남자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부담스러워한다. 오히려 클럽 가서 술 마시기 좋아하는, 소위 많이 놀아본 ‘날라리’ 스타일의 남자들이 날 좋아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A 이상형은 변하는 거야! 이상형에 들어맞지 않는 남자일지라도 일단 만나보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날라리’더라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당신의 장점을 ‘범생이’들이 못 알아봐주는 게 안타깝듯이, 당신을 좋아하는 ‘날라리’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날라리’ 같은 남자가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이 그를 모범생으로 만들어보시라.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맞춰갈 수 있다. 지나치게 이상형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마시라. 그럼에도 반드시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이 가는 장소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Q고백하면 정리가 되나요?
동호회에서 알게 된 남자를 1년 넘게 짝사랑하고 있다. 관계의 진전도 없이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정기 모임을 하는데, 그날 그의 얼굴을 못 보면 너무 걱정되고, 보고 싶어서 일주일이 괴롭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점점 내 마음도 지쳐만 간다. 나를 걱정하는 친구들은 “그럴 바엔 고백하고, 안되면 깔끔하게 마음을 정리하는 게 어때?”라고 하지만, 고백하고, 거절당해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을 쉽게 접을 수 없을 것 같다.
A 무거운 당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토스한다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한다고 해서 쉽게 감정이 정리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고백을 함으로써 당신 혼자 감당했던 마음의 짐이 상대에게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은 가벼워진다. 단, 고백을 할 때 유의사항은 있다. 상대가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준비가 돼 있는지 상황을 체크해보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상대에게 들이대기보다는 지금 그에게 고백을 하면 상대가 곤경에 빠지지는 않을지 등을 고려한다. 더 중요한 건 짝사랑을 1년 넘게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을 채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돼서 ‘고백이라도 할걸’이라며 후회하는 것보다는 잠깐 창피한 게 낫다. 거절당하면 어떤가? 두 번, 세 번 기회가 있다.

연애를 하면서 내가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그 남자와 내가 처음 사귀었을 때 느꼈던 그 감사함을 자꾸 되뇌어보세요. 생각하는 연애 말고, 마음으로 하는 연애를 하세요. – 안영미(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