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는 무뎌질 줄을 모른다. 스물세 번째 작품인 <샴페인 친구>에서도 날카로움은 여전하다.

 

be-따스하게 날카롭게

여성 작가들의 신작 소설 3권.

광적인 글쓰기로 알려진 아멜리 노통브는 매해 새 작품을 발표하는데, 이 <샴페인 친구>는 작가가 서른 살이던 1997년 <사랑의 파괴> 사인회에서 만나게 된 한 팬과의 우정 이야기로 시작된다. ‘술친구가 되어줄 사람 하나 찾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이 빛의 도시에는 함께 빛을 마실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 그녀는 이후 사인회에서 만난 팬 페트로니유를 샴페인 술친구로 삼는다. 값비싼 샴페인 잔이 늘어날 때마다 우정은 깊어간다. 마침내 페트로니유도 작가가 되지만 두 사람 사이는 예전 같지 않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이 작품에서 그녀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페트로니유의 실제 모델은 동료 소설가 스테파니 오셰로 알려져 있다. 페미니즘 SF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새 작품도 출간되었다. 작년 <체체파리의 비법>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집으로 작가의 대표작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을 비롯해 1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1970년대 페미니즘의 기수로 불린 SF 작가다.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기도 했고, CIA에서도 일했으며, 실험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따기도 한 작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으로 주목받은 경험을 피하기 위해 남자로 인식되는 필명으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 이름을 따서, 젠더 문제에 대한 문학적 시야를 넓힌 SF 소설에 수여되는 ‘팁트리 상’이 생겼을 정도의 작가지만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처음 책을 선보이며 뒤늦게 찾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성들의 위대한 여정은 계속된다.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은 제목처럼 정직하게 50명의 사람들이 나온다.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 사람 한 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정세랑 특유의 따뜻한 인간관과 세계관이 엿보이는 이 작품은 50명의 주인공 모두가 제각기 자신의 장에서 주인공이 된다. 배경은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병원에서 각자의 직업을 걸고 일하는 사람은 물론 아픈 사람들과 아픈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들, 이곳에서 떠나는 사람들까지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가습기 피해자 유가족부터 성 소수자,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고를 다루고 있다. 삶은 고통과 아픔이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을 통해 희망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