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얼루어>에서 연애 상담소를 차렸다. 상담가는 직설적이고 화끈한 개그맨 안영미. ‘연애를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이 묻고 그녀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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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쏠’ 탈출, 할 수 있을까?
서른 살인데 연애 경험이 없다. 노력파인 난 지난 1년 동안 소개팅과 미팅으로 남자 마흔 명을 만났다. 그 많은 남자 중에서 내게호감을 보인 남자는 딱 한 명. 소개팅으로 만난 그 남자는 첫 만남에서 돈가스계 김밥천국이라 불리는 음식점에 가서는 계산을 하며 “밥은 제가 샀으니 커피는 그쪽이 사세요”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커피 정도는 살 생각이었는데… 불길함이 엄습했다. 하이힐을 신은 내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좀 걷자고 한 게 30분. 그는 이후에 데이트를 한 번 더 청했다. 연애에 목이 많이 마르지만 이 남자 마셔도 되는 물인지 잘 모르겠다. 감사히 여기며 벌컥벌컥 마셔야 하는 걸까?
A 지나친 상상 대신 음주를! 모태 솔로들의 특징 중 하나는 처음 만난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엄청난 예지력과 상상력을 동원한다. 물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미리 짐작하고 만남을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이들에게 권하는 특효약이 ‘술’이다. 여자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지만 적당히 긴장을 푸는 건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좋다. 나도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는 술을 마시고,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관계를 형성한 적이 있다. 많은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와 통하는 게 꼭 하나 생기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된다. 특히 이자카야를 추천한다. 은은한 조명과 분리된 공간, 그리고 따뜻한 정종, 회 몇 점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술을 못 마셔도 분위기만 맞추고 ‘안주발’만 세워도 괜찮다. 일단 상대와 술자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

Q 고백해도 될까요?
입사한 지 1년 차인 스물입곱 살 신입사원이다. 회사에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는데 나보다 무려 열네 살이나 많다. 그동안 남자 사귄 경험도 없고, 신입사원인데다가 나이 차도 많이 나서 그분에게 다가가기 무척 조심스럽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그분 때문에 속앓이도 많이 했고, 보고 싶어서 일부러 야근도 여러 번 했다. 한 번은 퇴사할 각오까지 하고, 고백하려 청심환도 먹어봤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못했다. 이렇게 좋아한 남자는 처음이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모르겠다.
A 고백을 흘린다 많은 사람은 고백 후에 거절당할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고백 이후를 생각하지 말고, 그 상황만 생각하시라. 퇴사까지 생각할 만큼 고백하는 것 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이면 어떤가? 둘이 사귀다가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고백하기 너무 어렵다면 그를 향한 당신의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흘린다. 마음씨 좋은 몇몇 동료들이 온 우주의 힘을 모아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Q 카톡으로 ‘썸’ 타는 남자
숱한 소개팅 끝에 드디어 이상형을 만났다. 나이, 직업, 외모 등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라 기대가 무척 컸다. 그런데 이 남자, 만날 날짜는 좀처럼 잡지 않고, 열흘째 계속 카톡만 한다. 처음부터 “자주 연락할게요”라고 하더니 정말 자주 한다. 우리가 마치 몇 번 데이트를 하고, 썸 타는 사이인 것처럼 말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새벽에 퇴근하면서 카톡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인데 연락만 적극적으로 하는 남자. 만나기 전부터 두렵다.
A 그린 라이트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남자가 이 정도로 여자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좋은 신호다. 그럼에도 경계심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쩌면 연애가 그리 ‘고프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나도 남자친구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그때 난 그 사람의 직업, 얼굴, 나이 등도 모르는 채 일주일간 연락만 하며 지냈다. 오히려 그쪽이 먼저 “만나지도 않았는데 우리 너무 자주 연락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을 정도였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마음의 빗장을 걸고 있으면 인연을 만날 수가 없다. 당장은 상대가 너무 성큼 다가와서 싫겠지만, 막상 너무 소극적인 남자를 만나면 짜증난다고 할걸? 일단 얼굴 보고 이야기해보시라. 당신이 상상하고 걱정하는 그 모습과는 또 다를 것이다.

Q 자꾸만 꼬이는 모쏠남
연애를 딱 한 번밖에 해보지 않았는데, 자꾸만 모쏠인 남자들만 꼬인다. 나만의 편견일 수는 있지만 연애 경험 없는 남자들의 특징이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직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킨십을 하기 위해서 속 보이게 일부러 폐쇄된 곳만 찾아간다. 눈치도 별로 없고, 센스도 없는 남자들만 들이대니 나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A 흑심과 진심을 구분한다 ‘내가 그렇게 쉬워 보이나?’라는 생각에 고민이 될 수도 있다. 나는웃음이 많아 남자들에게 오해를 많이샀다. 20대 때는 군대 휴가 나온 친구들이 급 고백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나의 호의적 리액션 때문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여자가 리액션만 잘해줘도 ‘OK’ 사인으로 안다. 그러니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사인을 주고, 싫은 건 냉정하게 뿌리치는 태도를 취하라.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당신은 남자들이 다가가기에 편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모쏠인 남자들도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상대를 공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당신이 주의해야 할 건, 남자의 흑심과 진심을 구분하는 것이다. 사연에서처럼 연애를 한 번밖에 하지 않은 당신 눈에도 상대의 의도가 빤히 보인다면, 그 남자는 순수할 가능성이 높다. 흑심만 있고 진심이 없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굉장히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그 속이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어? 나 당한 것 같아!’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 참에 괜찮은 모쏠남의 직진을 아이 다루듯 자제시키고, 리드하는 연애를 해보는 건 어떨까?

Q 처음이라는 자격지심
서른두 살에 첫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원만하고 행복하지만, 첫 연애라 내가 너무 서툰 것 같아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별히 남자친구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괜한 자격지심에 “내가 처음이라서 미안해”라고 말해버릴 때도 있다. 특히 사랑을 나눌 때는 내가 잘하지 못해서 남자친구가 만족 못할까 봐 걱정도 된다. 나의 미천한 경험이 원망스럽다
A연애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연애를 아무리 많이 한 사람일지라도 관계에 서툴고 미숙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단순히 연애의 기술이 능숙하지 않다고 해서 자격지심을 가질 이유도 없고, ‘더 잘하고 싶다’는 승부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일단 당신이 처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리고 모르는 게 있다면 남자친구에게 물어보라. 자격지심과 짜증을 잔뜩 담아서가 아니라 약간의 애교를 섞어서 말이다. “처음이라 잘 몰라용~ 알려주세용~” 혹은 “어제 배운 거 오늘 복습할까용?”이라고 하면 마다할 남자는 별로 없다. 사실 모든 사람은 현재 하고 있는 연애가 첫 연애다.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애를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걱정과 상상을 너무 많이 한다는 데에 있어요. 섣불리 짐작하지 마세요. 주변 사람들 말에 휩쓸려서 이상한 시나리오도 쓰지 말고요. 한 사람 앞에서 망가지는 걸 너무 창피해하지도 마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막 들이대세요. 저처럼.”- 안영미(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