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봄/여름 트렌드를 살펴보면, 디자이너들은 동시대 여자들이 원하는 ‘여성성’이 무엇인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장식은 덜어졌지만 그동안 꾸준히 시도된 과감하고 도전적인 색과 무늬, 그리고 형태가 전통적인 여성성 위에 드리워졌다. 물론 실용의 범주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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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 LAYERING
립스틱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 미니 가방과 상체를 덮을 만큼 커다란 오버사이즈 가방이 유행한다는 사실은 가방이 실용보다 장식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굳이 가방을 하나만 들 필요가 있겠는가! 작은 가방을 두 개 드는 것, 큰 가방에 작은 가방을 묶어 드는 것, 백팩에 토트백을 걸어 매는 것은 가방을 드는 새로운 스타일이다. 세린느, 에르메스, 발렌티노, 베르사체, 메종 마르지엘라, 돌체앤가바나, 멀버리로부터 가방 겹쳐 드는 방법을 배워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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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AGE ARRIVED
슬로건은 새로운 미학이다. 발렌티노에서 디올로 거처를 옮긴 마리아 그라치아키우리는 마치 새로운 여성성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선포하듯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만 한다.”, “Dio(R)Evolution”이라고 씌어진 슬로건 티셔츠를 부서질 듯 연약한 로맨틱 의상에 매치했다. 자신의 철학을 온몸으로 표현한 스텔라 맥카트니도 있다. “Thanks Girl”, “No Leather, and No Fur”. 스텔라 맥카트니의 철학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정의할 단어가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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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 GIRL
란제리 룩의 성공은 여자들에게 좀 더 과감해지라고 주문한다. 올 봄/여름에는 브라렛에 재킷만 입거나 셔츠 위에 비키니 톱을 입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스텔라 맥카트니가 수영복에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입기를 제안하고, 펜디가 스윔슈트에 속이 비치는 스커트를 입는 방식에 대해 탐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여름 도시에서도 해변의 룩을 즐길 수 있도록 여성들을 개화시킨 이는 미우치아 프라다이다. 미우미우 컬렉션에서는 복고풍 수영복과 수영모자를, 프라다에선 40년대식 하이웨이스트 쇼츠와 브라렛으로 유쾌하고 도발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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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SHOULDER
올 봄/여름은 어깨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프릴 장식으로 어깨를 둥그렇게 감싸는 볼륨 소매, 비대칭 소매, 우아한 퍼프 소매 등 다양한 형태의 소매가 런웨이를 메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보적인 것은 직각으로 떡 벌어진 건축적인 소매이다. 특히 파리의 디자이너들은 합심한 듯 1980년대 파워 숄더를 우아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생 로랑으로 이적한 안토니 바카렐로,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 파리의 신성 자크 뮈스 등이 각진 어깨에 심취한 디자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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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O BRACELETS
여름 시즌 단골 주제인 에스닉과 트라이벌 무드가 감쪽같이 사라졌나 했더니, 액세서리에서 그 마지막 자존심을 부렸다. 아프리칸 부족의 마스크처럼 조각한 로에베의 메탈 뱅글, 메탈을 위빙하여 팔목을 감싼 루이 비통, 원석과 스터드, 참 장식을 주렁주렁 단 뱅글을 쌓아 올린 알렉산더 맥퀸과 로다테의 컬렉션이 바로 그것들. 반지와 귀고리에 밀려 있던 팔찌의 영광이 다시금 부활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