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격변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하루는 뉴스로 시작해 뉴스로 끝난다. 1시간만 뉴스를 챙겨보지 않아도, 급변하는 정세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뉴스가 뉴스가 되는 시대’에 그 치열한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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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뉴스>는 고군분투 중
모두가 지상파 뉴스의 위기를 말한다. 지난해 12월, 2년 만에 <SBS 8뉴스>로 돌아온 김성준 앵커 역시 “지상파 뉴스의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때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화제가 됐던 김성준 앵커는 SBS 보도 본부장이 되어 더욱 어깨 가 무거워졌다. 그동안 동 시간대 타사의 뉴스가 승승장구하는 동안<S BS 8뉴스>의 자존심은 상처가 났다. 현재 상처 회복을 위해< SBS 8뉴스>는 고군분투 중이다. 저녁 8시 정각에 시작하는 뉴스가 전파를 타기 3시간 전, 목동 SBS를 찾았다. 김성준 앵커는 다섯 시에 시작하는 편집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치부, 사회부, 편집부 등 뉴스를 만드는 각 팀의 부장들이 모여 8시에 방송될 뉴스의 큐시트를 점검한다. 그날은 7차 청문회가 열린 날. 최고의 화두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 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태도였다. 10분간 회의에 참여한 그는 분장실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을 하고 SBS 공식 페이스북 라이브 코너인 ‘오프닝’을 진행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되는 날인 만큼 관련 내용의 짤막한 브리핑과 소회를 밝힌다. “시청자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NSS예요. 개인 계정으로도 SNS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일반적인 정보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많이 배우고 있죠. 때로는 그 시청자들이 세력이 되어서 제 뉴스를 홍보해주는 ‘버즈’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제가 부당한 공격을 받을 때 방어막 역할을 해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1시간가량 뉴스 준비를 마친 후, 뉴스 제작부에 있는 뉴스룸에 도착하면 리허설이 시작된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각 꼭지마다 소요 시간을 체크한다. 카메라 감독, 작가, FD등 열 명이 넘는 스태프가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김성준 앵커는 그 자리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보며 연신 뭔가를 체크한다. “기사 순서가 적힌 큐시트가 방송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뀌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펴봐야 해요. 게다가 오늘은 대선 후보자들의 릴레이 인터뷰가 시작되는 첫날이고, 그 첫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담이 예정되어 있어요. 편성 시간인 51분을 맞추기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쓰죠. 후보자들의 형평성과 관련된 부분이니 엄격할 수밖에 없어요.” SBS 기자 공채 1기로 베테랑 뉴스 진행자인 그이지만 뉴스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긴장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다름 아닌 2년간 휴식을 취하고 앵커 자리로 복귀했던 첫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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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흔들렸던 <SBS 8뉴스>에 제가 투입된 것을 두고 사람들이 저를 ‘구원투수’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책임투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아요. 책임지고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본전이고, 실패하면 빚더미만 안고 끝나는거니까요.” 보도국 장(長)으로서의 책임감이 오롯이 느껴진다. ‘ON AIR’의 빨간 불이 켜지자 국회, 특검 사무실 앞 등 곳곳에 포진한 기자들과 김성준 앵커는 문답을 해가며 꼼꼼하게 뉴스를 전한다. 일찍이 스튜디오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문재인 전 대표와의 대담은 약속한 대로 7분 안에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51분간의 뉴스를 진행하는 그에게서는 시간에 쫓긴다는 인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생방송이지만 마치 녹화방송인 것처럼 말이다. “돌발상황은 늘 있지만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카메라를 보면서도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의연하게 말하죠.” 시청자들을 대신해 뼈 있는 의견을 담았던 클로징 멘트는 여전하지만 조금 다른 듯하다. “클로징 멘트 역시 하나의 기사라고 봐요. 취재 기자들은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기사를 쓰지만, 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뉴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최종적인 관점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죠. 어떤 사람은 앵커 멘트가 마음에 들면 소신 발언이라고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뉴스에서 왜 사견을 말하냐’고 해요. 소신 있는 말을 하면 ‘버즈’가 많이 일어나고 논란이 되면서 화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지만, 그때부터 그 뉴스는 뉴스가 아닌 게 되죠. 뉴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전체 메시지를 클로징 멘트 하나로 훼손시킬 수 있으니 최대한 소신과 사견은 버리고 가려고 합니다.” 이전보다 <SBS 8뉴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사실은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SNS와 포털 사이트, 그리고 종합 편성 채널 덕에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 밤 10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는 김성준 앵커가 마지막으로 지상파 뉴스, 즉 <SBS 8뉴스>의 역할을 되짚었다.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을 가려줄 수 있는 뉴스, 파편적인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뉴스, 질 높은 정보를 잘 정제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뉴스. 지상파 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BS 8뉴스>가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