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솔로 활동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수 없을 정도로 흔해졌다. 그리고 이에 비례해서 대중들의 반응은 더욱 냉정해졌다. 그룹의 후광은 더 이상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좋은 노래는 살아남고, 애매한 노래는 밀려난다. 그러니 어떤 가수가 잭팟을 터트릴지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새해부터 연이어 출격 예정인 솔로 가수들의 관전 포인트를 모았다.

 

솔로시대

차례대로 수지, 박경, 서현.

배우로서 작품 활동에 집중했던 수지는 솔로 가수로 첫 걸음을 뗀다. 1월 17일에 공개하는 수록곡 ‘행복한 척’을 시작으로 24일에는 총 여섯 곡이 수록된 미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상 티저를 공개한 데 이어 윤상, 조현아, 에피톤프로젝트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작업한 트랙리스트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타이틀곡 ‘Yes No Maybe’는 박진영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함께 와인을 마시다 수지의 말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댄스 곡으로 알려졌다. 수지의 데뷔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는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드림하이>, <구가의 서>, <함부로 애틋하게> 등 드라마 OST를 통해 들려줬던 그녀의 편안하고 맑은 음색이다. 듣기 편한 목소리로 지루하지 않게 노래 한 곡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2016년 겨울, 백현과의 듀엣 곡 ‘Dream’을 통해서 보컬리스트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건 15일 처음 온에어될 예정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 수지>다. 2008년 이효리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 많은 사랑을 받은 방송 <오프 더 레코드, 효리>가 떠올랐다면, 맞다. 당시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한 최재윤 PD가 제작을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변화된 플랫폼에 맞춰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딩고 스튜디오를 통해 10부작의 웹 시리즈로 공개된다. 앨범 공개 시기와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배우 수지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대중들에게 예쁜 얼굴에 가려져 있던 노래와 춤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을까? 같은 날, 서현 역시 데뷔 10년 만에 첫 앨범을 발표한다. 소녀시대, 소녀시대-태티서에 이어 이제 서현으로 홀로 무대에 선다. 소녀시대에서는 태연, 티파니, 효연에 이어 네 번째 솔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 곡을 제외한 총 여섯 곡의 수록곡 전체를 작사했다. 타이틀 곡 ‘Don’t Say No’는 작곡가 켄지와 매튜 티슬러가 호흡을 맞췄으며, 펑키한 피아노 리듬과 R&B 하모니가 돋보이는 팝 댄스 곡이다. 앞서 공개한 티저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고혹적인 매력을 뽐내며 앨범에 대한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언론은 수지와 같은 날 음원 발표를 하는 것을 두고 JYP와 SM의 맞대결 구도라고 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서현이 가진 솔로 가수로서의 잠재력이다. ‘I’, ‘Rain’, ‘11:11’ 등 연이은 음원 성공으로 여성 솔로로 위치를 공고히 한 태연에 비해 티파니의 앨범이나 효연의 솔로 음원은 반응이 미미한 편이었기에 다음 도전자인 서현의 성패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지코는 이제 블락비를 뛰어넘는 브랜드가 됐지만, 블락비에서 주목해야 할 래퍼는 또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보통연애’, ‘자격지심’, ‘오글오글’로 이어지는 연애 3부작을 완성하며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적 사랑 노래’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박경은 음원 차트에서도 선방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음원이 아닌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틀 두 곡은 앞선 연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곡으로 정했다. 연애를 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습을 담은 ‘너 앞에서 나는’과 누군가를 향한 기억을 노래하는 ‘잔상’을 포함해 총 다섯 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한다. 그간 박보람, 여자친구 은하 등 주로 여자 보컬과 호흡을 맞추며 달달하고 귀여운 매력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각각 브라더수와 윤현상이라는 남자 뮤지션과 작업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경이 가진 일상적 공감의 힘이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