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많지만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며 대중을 사로잡는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수상한 고엔제이의 정고운은 동시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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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 1>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정고운이 전개하는 고엔제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브랜드다. 레이스와 러플 디테일을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해석하여 고엔제이만의 로맨티시즘을 선보인다. 움직일 때 더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정고운의 철학은 남다름에서 시작한다.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상이었고, 디자이너가 되어서는 꼭 받고 싶은 상이었기 때문에 무척 기쁘다. 자신감도 생겼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신진 디자이너 후원이라는 상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한다. 예를 들어 보통 저지나 실크 소재는 부드러운 소재로 생각하고 그 성질을 살려서 디자인을 하는데, 나는 딱딱하고 큼직한 러플을 만드는 식이다. 이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조합이나 방법으로 여성스러운 무드를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재를 보면서 디테일을 많이 구상한다.
란제리 디자인을 공부한 것으로 아는데, 디자인을 할 때 영향을 미치나? 물론이다. 란제리는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란제리 디자인을 공부한 덕분에 실루엣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평소에 모든 사물을 볼 때 호기심을 가지고 보려고 노력한다. 시든 꽃이 예뻐 보인다면 사진을 찍어두고 다시 보면서 왜 예쁘게 느꼈는지 생각하고 기록한다. 핸드폰에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은 다음 그 속에서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전시를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작품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집중해서 본다.
당신만의 디자인 방식을 말한다면? 디자인 콘셉트와 어울리는 음악을 끊임없이 들으면서 작업을 한다. 쇼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런웨이를 한다고 가정하고 컬렉션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의상의 순서를 배치한다. 바이어나 고객들이 룩북이나 의상만 보더라도 쇼를 보는 듯 리듬이 느껴졌으면 한다.
2017년 봄/여름 시즌 콘셉트는 무엇인가? <피크닉 앳 행잉 록(Picnic at Hanging Rock)>이라는 오래된 영화의 스틸컷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를 보면 소녀들이 하얀색 옷을 입고 소풍을 가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소녀들이 움직일 때 흩날리는 옷과 실루엣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옷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의 판매가 월등히 높다. 뉴욕의 오프닝 세레머니, 런던의 하비니콜스는 물론 이번 시즌에는 네타포르테에서도 판매된다. 특히 네타포르테는 170여 개국으로 배송되는 세계적인 쇼핑 사이트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브랜드 론칭 후 5년이 흘렀다. 처음과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처음 디자인을 시작할 때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에 더욱 집중했다. 고엔제이 옷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고객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홍보는 브랜드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잘 만든 옷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인정받고 싶다. 지금 반짝하고 알려지기보다는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은? 옷이란 누군가가 입어서 입체적인 실루엣이 완성될 때 그 가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옷의 움직임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입체적인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드레이핑 테크닉을 많이 활용했는데, 최근에는 소재와 실루엣으로 이를 표현하려고 한다. 편하지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의상을 만들고 싶다.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존경한다기보다는 멋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아제딘 알라이아이다. 그는 시즌마다 컬렉션을 하지 않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만 컬렉션을 발표한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패션계에서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고 이를 유지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
최근 들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트렌드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얼마 전 트렌드 세미나에서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자동차에 대해서 분석하면서 이런 요소들이 패션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례와 부분을 들으며, 시야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새해 계획은?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 외에 프리폴, 리조트 컬렉션을 시작할 것 같다. 덕분에 보다 다양한 룩과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이사 가는 매장의 인테리어와 모든 집기 디자인을 이광호 작가와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은 혼자만의 작업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