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주가 다시 <얼루어>의 뷰 파인더 앞에 섰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결혼 화보에 이어, 만삭의 몸으로 커버를 장식했다. 임신한 장윤주가 지닌 몸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의 삶 중에서 가장 여유롭고 평온한 시간을 함께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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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소재 로브는 마들렌 피그 바이 더퀸라운지(Madeleine Fig by The Queen Lounge). 실크 소재 파자마 팬츠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블랙 언더웨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엄마가 되길 기다리며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윤주는 예전보다 더 깊고 단단해졌다. 장윤주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뿜어내는 그런 종류의 따뜻함.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남편을 향해선 담백한 존경을, 뱃속 아이에겐 대담한 용기를 내비쳤다. 장윤주는 일과 사랑 그리고 아이라는, 여자의 인생에서 소중하지만 조율하기 어려운 것들을 느긋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안감을 떨쳐내고 균형 있는 삶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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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소재 블랙 보디슈트는 버쉬카(Bershka).

아이가 태어날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기분인가요?
아이에 대해 생각할 땐 언제나 두려움이 함께 떠올랐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제 아이가 생기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얼마 뒤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죠.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오랫동안 불규칙한 생활과 저체중을 유지해왔기에 아이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긴 것에 대해 감사해요. 지금은 출산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모든 엄마가 그렇듯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거죠.

아이를 기다리는 지금 무엇을 하며 지내나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좋아하는 것들을 해요. 운동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붓글씨도 쓰고요. 아기에게 주는 선물로 데뷔 앨범에 수록된 ‘April’을 동요로 만들어보고 있어요. 그리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생일날 무엇을 했는지, 밥 딜런이 뮤지션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든지, 지금 세상이 시끄러운이유 같은 것들이죠. 소소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당시의 시대를 읽을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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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재 로브는 메스 선데이 바이 더퀸라운지(Mae`s Sunday by The Queen Lounge), 레이스 소재 톱은 제이미앤벨(Jamie&Bell), 안에 입은 블랙 언더웨어, 하이웨이스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엄마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변화죠. 어떤 변화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모델 생활을 해왔기 때문인지 일이 곧 삶이었죠. 일하면서는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했어요. 내 상태, 내 감정,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죠. 결혼한 후로는 상대를 배려하는 과정 속에서 안정감을 느껴요. 아이를 갖고 그 배려와 안정감이 더욱 견고해졌죠. 그리고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라가 혼란스러워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요. ‘내가 항상 깨어 있어야겠구나!’ 깨닫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고 배려하게 되는 거예요. 아이를 기다리는 지금은 주변을 돌아보는 삶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기도 해요.

인류애적인 사랑을 모성애라고도 하죠. 그런데 모성애와 자기애가 부딪힐 때가 종종 있지 않아요? 모유 수유 때문에 가슴이 처지는 걸 걱정하거나, 일과 육아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라든가.
아직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현대의 모성애는 무조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엄마도 꿈을 꾸고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게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무엇이든 무리하게 하고 싶지는않아요. 잠시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다른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괜찮다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임신은 매섭게 세워놓았던 날을 내려놓게 해주었어요. 남편에게도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죠.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었고, 일할 땐 그런 날 선 감각이나 고집이 필요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어보니 부드러워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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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재 화이트 보디슈트는 라펠라(La Perla), 실크 소재 파자마 셔츠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델이니까요.
지금까지 예민하게 몸을 체크해왔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금세 눈치 챌수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몸이 확확 변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커지고 늘어진 가슴, 상상조차 못했던 배와 허리 곡선은 낯설고 신기해요. 내몸이 이렇게도 변화할 수 있구나 경이로울 정도죠. 그런데 예전처럼 완벽하게 관리된 몸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어요. 왜냐하면 출산 후의 몸이 더욱 기대되거든요.

출산 후의 몸이 기대된다니 놀라워요. 모두들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요.
20대와 30대의 몸이 달랐던 것처럼 출산 후도 출산 전과는 분명히 다를거예요. 20대는 깡말랐었지만 탄력 있었죠. 팔다리가 정말 가늘었어요 .그때도 가슴과 엉덩이의 굴곡이 확실한 몸이었지만 완연한 여자의 몸은아니었죠. 그때는 선배들의 큰 골반을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풍만하고 여성스러운 몸으로 변했죠. 20대보다 탄력은 없지만 가슴과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이 더욱 또렷해졌어요. 운동으로 콜라병 같은 몸을디자인할 수 있었죠. 몸은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녀요. 출산 후의 몸은 더 예뻐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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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땅기고 건조한 피부 탄력을 위한 비오베르제뛰르 150ml 5만9천원대. 피부 장벽을 강화해 임신으로 민감해진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라이프 플랑크톤 에센스 125ml 6만5천원대. 유채씨 오일과 호호바 오일, P.파보니카 성분이 피부 보습과 탄력을 높여주는 바디 리펌 스트레치 오일 125ml 5만9천원대. 제품은 모두 비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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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리펌 스트레치 오일 125ml 5만9천원대. 비오베르제뛰르 150ml 5만9천원대. 제품은 모두 비오템. 면 소재 셔츠는 푸시 버튼(Push Button), 저지 소재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출산 후의 몸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자의 곡선이 살아 있고 적당히 살집도 있지만 군살은 없고 다부지게 근육이 잡힌 여유 있는 몸이요. 오랫동안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 사람들의 몸을 떠올리면 상상하기 쉬워요. 건강하고 단단한 볼륨이 아름다운 몸이죠.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요?
20년 가까이 모델로 살면서 운동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운동은 그냥 습관이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오히려 불편하거든요. 일주일에두 번 필라테스를 하는데, 몸의 부기를 빼고 몸을 이완할 수 있게 스트레칭하는 정도의 근력 운동을 해요. 탄력 있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에도 신경 쓰죠. 무엇보다 임신 전보다 탄력이 떨어지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오일과 크림을 섞어서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더라고요. 비오템의 예비맘 크림 비오베르제뛰르와 바디 리펌 스트레치 오일을 3 대1의 비율로 섞어서 바르고 있어요.

2015년 <얼루어>와의 웨딩 화보 인터뷰에서 영원히 여자 장윤주로 남고 싶다고 말했던 거 기억하나요?
여자로서 아름답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의 본능이죠. 여자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대중에게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기보다는 남편한테만은 여자로 보이고 싶은 데에서 출발하죠. 그렇다고 아침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고 섹시한 속옷을 입고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부부는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인지 알아가고 삶의 방향을 확인하죠. 저는 기본에 충실하고 사랑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남편은 그런 꿈을 지닌 나의 모습을 사랑하죠.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로 정의되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번 만삭 화보를 통해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요?
그동안 보아왔던 여신 같고 단아한 만삭의 모습이 아니라 모델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임신한 몸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고정된 여자의 몸에 대한 도전이죠. 모델의 일은 신체를 통해 내면의 것들을 표현하는 일인데, 이전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의 기록을 남긴 것 같아요. 결과물을 보니 억지로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델 장윤주답게 담백하게 나온것 같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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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재 보디슈트는 라펠라. 레이스 소재의 블라우스는 제이미앤벨.

음반, 라디오, 방송, 영화까지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을 해왔어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돌이켜보면20대에는 두려운 게 많았어요. 보다 당당하게 도전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것들이 있거든요. 반면에 서른 살부터 지금까지는 앨범도 두 장이나 냈고, 3년간 라디오 DJ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죠. 방송과 영화<베 테랑>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모델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누린 시기였죠. 지금은 그 시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앞으로 제3의 챕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죠?

그 제3의 챕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전과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올해가 모델 일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예요. 20년의 시간을 잘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해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어요. 대단한 자서전이나 사진집은 아니고, 어떤 형태일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20주년을 기념하는 결과물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