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이 먹고 입고 바르는 모든 것이 화제다. 전지현이니까, 전지현이어서 가능한 것들에 대하여.

 

ALR_161210_04026_R0드라마 속 “눈 오는 날에는 치킨이 좋다”라는 대사 하나로 전국의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했다. 심지어 조류 인플루엔자로 닭 소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역병도 가뿐히 이겨내는 전지현의 아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방송된 2014년에는 그녀가 창출하는 경제 효과가 3천억원에 육박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을 정도. 비록 추정치이긴 하지만,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전지현 효과’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녀가 먹고 입고 바르는 모든 것은 무조건 잘 팔린다는 의미다. 그리고 2년 뒤, 말간 얼굴의 긴 생머리의 소녀는 어느새 아기 엄마가 되어 나타났지만 그래도 전지현은 여전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녀의 모든 것이 놀라운 속도로 화제에 올랐다. 그녀에게는 연일 ‘전지현의 힘, 광고완판 매출 벌써 90억’ 등 솔드아웃의 뉴스가 따라다녔고, 이미 국내외 14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많은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모면 미모, 광고 효과면 광고 효과 모두 전지현은 여전히 ‘전지현’답다.

왜 전지현인가
“브랜드에 선망성을 부여해줘요. 갖고 싶은 브랜드라는 이미지 말이에요.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갖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전지현이 3년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헤라의 브랜드 매니저 이응주 팀장은 말했다. 실제로 헤라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C)에서 2014년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하는 한국 산업 브랜드 파워(K-Brand Power Index)에서 부동의 1위였던 설화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인하고, 편안한 걸 추구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죠. 예를 들어 화장기가 거의 없이 주근깨가 비치는 피부지만 입술색은 아름다운. 전지현이 헤라에‘세련된’, ‘트렌디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네파의 홍보팀 강규진 주임 역시 이에 동의한다. “아웃도어에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더하는 데 전지현의 역할이 컸죠. 작년, 그녀가 광고 캠페인에서 입고 나온 알라스카 다운의 화이트 컬러가 완판되었는데, 이후 그 디자인이 네파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어떤 제품이든 전지현이라는 이름이 더해지면, 더 세련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죠 .”전지현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은 전지현이 이 시대가 선망하는 세련된 여자의 전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지현은 화장을 안 한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요. 키도 크고 모델처럼 가늘고 비율이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고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심지어 아기도 낳았고요. 자리 관리가 철저하다는 이미지도 강하죠. 이게 바로 요즘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요?”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사실, ‘전지현 효과’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뷰티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99년 신인이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에뛰드의 첫 번째 모델로 발탁된 이후, 2005년 라네즈, 2009년 더페이스샵을 거쳐 2014년 헤라의 모델이 되었다. 2010년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활동이 주춤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화장품 모델의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긴 생머리의 대명사로 무려 11년간 엘라스틴 모델로 군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당시 국내 미유통 브랜드였던 베네피트의 립틴트를 선풍적으로 유행시키며 베네피트의 한국 론칭을 앞당기기도 했고,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모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용한다고 알려지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컬러가 아시아 전체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라고 하니, 뷰티 아이콘으로서 전지현의 영향력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그녀가 바르고 나온 립스틱 하나가 브랜드의 흥망성쇠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전지현이 가져온 광고 효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드라마 속 제품 PPL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건만, 인어 전지현이 바르고 나온 헤라의 루즈 홀릭 147호 수프림 핑크는 이미 국내 백화점에서 품절을 기록했고, 한한령으로 어수선한 상황에도 중국에서 이미 ‘인어립스틱’, ‘인어 컬러’라 불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PL이 방송될 경우, 그 매출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국내에만 한정되던 그녀의 인기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 대륙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얼리 브랜드인 스톤헨지는 해외 시장 공략을 내세우며 지난 가을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했다. 모델이 된 지 겨우 두 달째지만 이미 중국 면세점에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전지현이 모델이 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는 설이 있을 정도.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입고 걸치고 나오는 모든 것도 화제다. 일단 전지현이 광고에 입고 나온 네파의 다운 패딩과 미샤의 의상들은 이미 초도 물량이 완판된 상태다. 톱 스타 천송이 역할이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물론이고, 인어 심청이 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도 그녀가 의류 수거함에서 주워 입는 옷조차 모두 랑방,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들인데 이 역시 연일 품절 뉴스다. 명품 브랜드의 특성상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완판되더라도 그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중국 등 아시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 따라서 명품 브랜드에서도 그녀가 옷 한번 걸쳐주기를 간절히 원할 수밖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에게 PPL한 후 급속도로 성장한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아예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영향력이 패션, 뷰티 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CJ의 더건강한 햄은 전지현이 출연한 CF를 방송한 뒤 전달 대비 17.7% 매출이 상승했다. “사람들은 햄이 주로 어린아이들이 먹는 음식이고, 몸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합성 첨가물을 빼서 건강한 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고 싶었는데, 아이를 출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완벽하게 다시 돌아온 전지현만 한 모델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 예상이 적중했고요.” CJ의 관계자는 덧붙였다. 자기 관리에 투철한 전지현이 선택한 음식이라면 몸에 좋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 바로 전지현이에요. 출장을 가서도 아침 일찍 꼭 운동을 하고, 저녁이 되면 일찍 들어가 잠을 자요.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죠. 술을 마시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완벽한 자기 관리의 전형이에요.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이런 애티튜드도 동경하는 게 아닐까요? 김연아 선수에게 모두들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죠.” 얼마 전 한 프리랜서 아티스트가 전지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이래서 모두들 전지현, 전지현 하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