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술’, ‘혼밥’으로 대변 되는‘ 나 홀로 문화’는 헤어숍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인 미용실 역시 전성시 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개성 있는 1인 미용실이 밀집된 홍대 인근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헤어숍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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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살롱
홍대입구역과 신촌역의 중간에 위치한 감성살롱은 3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스무 살부터 미용 일을 시작해 어느덧 14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우희 원장의 취미는 사진 촬영. 이 때문에 단골들 사이에서는 ‘사진 찍는 헤어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마치 귀여운 여고생의 방에 온 듯한 살롱의 곳곳에는 우희 원장이 좋아하는 사진집과 꽃, 캐릭터 등이 가득 차 있다. 숍 안쪽에는 놀이방과 아기용 의자도 따로 마련돼 있어 아이와 함께 헤어숍을 찾기도 좋다.

감성살롱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
ㅡ 감성을 자극하는 머리를 하자는 의미에서 남편이 이렇게 지어줬다.
주로 어떤 고객이 방문하나?
ㅡ 모발에 콤플렉스가 있거나 어디서 헤어 스타일을 심하게 망친 20~3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다. 인터넷에서 후기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오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딸이 하고 온 머리가 예뻐서 따라오는 어머님들도 있다. 젊은 분위기를 내며 머리를 하고 싶어도 대형 프랜차이즈 숍은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니까.
가장 자신 있는 헤어 스타일링은?
ㅡ 펌 손님이 가장 많다. 펌을 할 때 샴푸부터 마무리까지 좋은 제품을 아낌없이 쓰는 편이라서 문제성 모발을 가진 분들이 많이 방문한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꼭 지키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면?
ㅡ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나 성향이 다 있다. 고객에게 계속 질문을 해서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머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상담이 중요하다.
감성살롱만의 장점은?
ㅡ 좋은 제품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 그리고 친화력이 좋은 편이라 손님들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손님이었다가 친구가 된 사람도 많다. 그렇게 친해지면 연예인 사진을 내밀 때 눈치도 안 보이고, 헤어 상담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배고플 땐 같이 밥도 시켜 먹는다. 숍에 오면 친구네 놀러 온 느낌이 든다고 말해준 손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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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살롱
415 살롱의 진쟈와 건 원장은 부부 디자이너다. 10년간 연애를 하고 올해 6월 결혼한 뒤, 같은 달에 415 살롱을 오픈했다. 두 사람 모두 미용 경력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으로, 415 살롱의 이름은 두 사람이 처음 사귄 4월 15일에서 따왔다. 조용한 팝 음악이 흘러나오는, 유럽의 작은 카페 같은 숍에 들어서면 강아지 하루와 콜라가 손님을 반긴다. 친화력이 뛰어난 두 강아지는 딱 월요일에만 출근한다.

부부가 함께 일해서 좋은 점은?
아무래도 남자 디자이너 혼자 있는 미용실은 여자 손님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지 않나. 우리는 둘이 함께다 보니 여자 손님들이 더 편안해하는 것 같다.
진쟈 여자들은 남자친구나 남편이 혼자 머리를 하러 가면 걱정돼서 따라가고 싶어지지 않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커플이나 부부가 같이 오기가 좋은 것 같다. 우리도 부부고, 손님도 부부니까 서로 편하다.
1인 미용실의 장점은?
진쟈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서 친밀도가 높아진다.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대화도 편안하게 흘러가니까 요구사항도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다.
가장 자신 있는 헤어 스타일링은?
진쟈 모발 텍스처를 가볍게 살린 커트를 좋아한다. 불규칙한 컬을 넣은 스타일처럼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헤어 스타일을 즐긴다.
남자 머리에 자신 있다. 실제로 남자 손님이 많이 찾아오기도 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포마드 스타일을 선호한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진쟈 손님의 직업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다. 손님이 원하는 것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중간 정도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헤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나?
진쟈 일본 헤어 디자이너들의 인스타그램이나 동영상 등을 많이 찾아본다.
따로 찾아보기보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저 사람 머리 예쁘다’ 싶으면 기억해두고, 다음에 응용한다.
최근의 헤어 트렌드는 뭐라고 생각하나?
진쟈 레이어드 커트가 대세다. 여기에 C컬 펌을 많이 한다. 한마디로 혼자 손질하기 최적화된 스타일을 다들 선호한다.
뱅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왜 시스루 뱅이 생각보다 혼자 손질하기가 어렵지 않나. 시스루 뱅에서 묵직한 느낌이 드는 뱅으로 유행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415 살롱만의 장점은 뭔가?
진정성! 가격으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진쟈 ‘1인 미용실’ 하면 왠지 어색해하지만 우리 매장은 부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분위기가 편안하다. 숍에 강아지를 데리고 와도 된다. 우리도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에 숍에 사료와 물, 배변패드까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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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 시스터 살롱
상수역과 합정역의 중간쯤에 위치한 시저 시스터 살롱은 6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저 시스터 살롱이라는 상호는 권범철 원장이 좋아하는 밴드 ‘시저 시스터즈’에서 따온 이름.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대학에서 공예 미술을 전공한 권범철 원장이 직접 꾸몄다. 성격이 느리고 조용한 편인 그는 손님에게도 딱 해야 할 말만 천천히 또박또박 한다. 그가 선호하는 헤어 스타일과 숍의 분위기, 이곳을 찾는 손님 모두가 권범철 원장과 닮아 있다.

1인 미용실을 차리게 된 이유는?
ㅡ 미용 일을 시작할 때부터 혼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대형 미용실에 있을 때는 여러모로 힘든 게 많았다. 성격이 느린 편인데 항상 빨리빨리 해야 하고, 한 번에 여러 명의 머리를 만져야 하는 등 전체적인 시스템이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존에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을 보게 됐고, ‘아 이렇게도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구나’ 싶었다.
홍대를 선택한 이유는?
ㅡ 예전부터 홍대는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집도 가깝고 고등학생 때 미술학원도 여기서 다녔고, 처음 미용 일을 시작한 곳도 이 동네다. 홍대 말고 다른 곳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1인 미용실의 매력은?
ㅡ 조용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 단점은 뭔가?
ㅡ 육체적으로 힘든 것과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것. 이 단점을 극복하려고 매일 시술 후기를 수기로 기록한다. 상세히 기록하기 때문에 머리를 하다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극복이 쉽다.
주로 어떤 고객이 방문하나?
ㅡ 사실 어리고 예쁜 사람들은 뭘 해도 예쁘지 않나. 나이가 들면 헤어 스타일에도 제약이 많아진다. 우리 숍에는 유행에 민감한 사람보다는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은데 그중 자신에게 어울리는 걸 찾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가장 자신 있는 헤어 스타일링은?
ㅡ 커트는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는 거라 생각한다. 커트하는 게 재미있다. 미술을 전공한 덕에 색을 고르는 감각도 좋은 편이다. 오렌지색 염색이 유행이라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오렌지 컬러로 염색할 순 없다. 피부톤에 어울리는 색 조합을 잘 찾아내는 편이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ㅡ 전체적인 모양은 무겁지만 페이스 라인의 모발에는 레이어나 텍스처를 넣어 가벼운 느낌이 들도록 커트하는 걸 좋아한다. 펌은 몇 년째 굵은 S컬로 자연스럽게 하는 걸 즐긴다.
헤어 스타일링을 할 때 지키는 철칙은?
ㅡ 스타일링하기 편하고 오래가는 머리를 하는 게 목표다.
어떤 디자이너를 꿈꾸나?
ㅡ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 직업이 타인에게 행복을 준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존감까지 확 높아지더라. 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고객이 미용실에 왔다가 집에 돌아갈 때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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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캣
빛바랜 듯한 나무 가구와 통기타, 베어브릭과 액션 피규어가 공존하는 올드스캣은 홍대입구역과 홍대 정문 사이에 위치한다. 미용실의 원장이자 유일한 직원인 윤종환은 케라스타즈와 웰라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다양한 인디 뮤지션과 개그맨들의 머리를 담당한 16년 차의 베테랑 미용사다. 빈티지한 감성이 느껴지는 숍 내부에는 올드스쿨 음악을 좋아하는 윤종환 원장의 감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올드스캣’이라는 이름은 뭘 뜻하나?
ㅡ 스캣은, 재즈 보컬들의 흥얼거림을 뜻하는 용어다. 그 스캣 창법이 나의 감성을 나타내는 완벽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오랜 감성’이라는 뜻을 담아 올드스캣이라고 이름을 정하게 됐다.
1인 미용실을 차리게 된 이유는?
ㅡ 대형 헤어숍에서 근무할 때는 손님이 너무 많아 대충대충 빨리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더라. 그 모든 게 바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다. 1인 미용실을 하기 직전에는 미용 기술이나 이론을 가르치는 강의도 했었는데, 유명세나 금전적인 욕심보다는 고객과 1대1로 제대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1인 미용실을 운영하게 됐다.
1인 미용실의 매력은?
ㅡ 디자이너가 한 사람에게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거나, 남들 시선을 불편해하는 고객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가장 자신 있는 헤어 스타일링은?
ㅡ 텍스처가 살아 있는 커트를 좋아하고 가장 신경 써서 한다. 그러다 보니 무겁게 떨어지는 스타일보다는 모발의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헤어 스타일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ㅡ 무리하게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해서 손질하기 힘든 헤어 스타일보다는 개개인이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헤어 스타일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
ㅡ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나, 패션 피플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그들이 하는 스타일은 실제 길거리에서도 멋지게 표현되지 않나. 그 시즌의 헤어 트렌드를 고객의 머리에 어떻게 녹여내나? 최근에는 앞머리를 짧게 자르는 처피 뱅 스타일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트렌드를 모든 고객에게 접목하지는 않는다. 트렌드마다 그 스타일에 어울리는 모발 상태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숍을 방문할 손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ㅡ 인상은 좀 무섭지만 보기보다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