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부터‘ 연기 천재’로 불려온 엘르 패닝이 10대 소녀로 성장했다. 할리우드의 가장 촉망받는 감독과 가장 기대를 모으는 어린 여배우의 만남은? 패션계와 모델들의 이야기를 다룬 <네온 데몬(The Neon Demon)>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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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이야기를 다룬 영화 .

패션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네온 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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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패닝이 우리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영화는< 아이 엠 샘>이었다. 언니 다코타 패닝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그녀는 다코타 패닝을 쏙 닮은 귀여운 외모와 천진한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곧 언니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지금에 와서는 그녀를 굳이 누구의 동생이라고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릴리, <말레피센트>의 오로라 공주, <썸웨어>의 클레어로 기억한다. 이제 열여섯이 된 엘르 패닝은 드디어 자신의 나이와 똑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드라이브>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새 영화< 네온 데몬>이 그것. 영화 이전에 패션 광고 작업으로 명성을 쌓았던 감독은 다시 패션계로 화두를 돌렸다. 화려한 패션계와 모델의 세계를 그린 이 영화에서 제시 역을 맡은 엘르 패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신이 <네온 데몬>에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작품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는 일단,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에요.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설레기 시작했죠. 저희 영화가 패션계를 다루고,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제시와 당신의 공통점을 찾았나요?
작품을 촬영할 당시 마침 제가 딱 열여섯 살이었는데, 제시가 열여섯 살 소녀 역할이잖아요. 십대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라는 점이 아주 맘에 들었어요. 또, 저도 어릴 때부터 패션에 아주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시 역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특별한 작업이었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어요?
촬영을 할 때마다 항상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한 제시 같은 경우도 막 모델 일을 시작하는 새내기인 데다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많이 없어요. 그리고 그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죠. 뚜렷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그런지 저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하는 일은 본능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항상 연기를 할 때마다 두려움이 있어요. 가장 큰 건 제 감에 따라서 어떠한 방향으로 연기를 했는데 ‘그게 틀렸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에요. 물론 아무도 뭐가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그런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해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려고 해요. 그런 두려움이 있어서, 제가 어떤 방향으로 연기하면 좋은지 고민하고,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모든 신을 순서대로 촬영했다던데요. 연기하는 데 실제로 더 유리했나요?
사실 <네온 데몬> 이전에는 한 번도 순서대로 촬영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출연하는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찍고 있어요. 물론 저는 이런 시스템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요! 자연스레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어서 배우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에요.

가장 재미있게 촬영한 장면은요?
런웨이 오디션 장면이에요. 애비 리와 함께 촬영했는데, 그녀는 현직 슈퍼모델이잖아요. 그래서 애비 리가 직접 모델 워킹을 알려줬어요. 근데 정말 이것저것 룰이 많더라고요. 팔을 흔들면서 걸어도 안 되고, 팔이 더 길어 보이는 자세를 취해야 하고… 정말 복잡했어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애비 리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니, 저도 진지하게 임하게 되더라고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천재 감독으로 불리죠. 또 당신도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곤 했고요.
저는 제가 천재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최근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제 어른이 됐다는 개념만 있지, 사실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계속 어른과 소녀 사이에서 헤매다 보니까 좀 혼란스럽고, 무섭고 그래요. 본인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잖아요.

 

<진저 앤 로사>

<썸웨어>ㅓ

<말레피센트>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트럼보>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과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나요?
처음에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패션계를 배경으로 십대 소녀가 주인공인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좀 놀랐어요. 왜냐하면 감독님의 전작인 <드라이브> 같은 영화와는 너무 다르잖아요? 남성적이지도 않고, 피가 낭자하지도 않은 영화를 한다는 게 의외였죠. 아무튼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신선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집에 갔을 때 완전히 편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집이 생각과 달랐어요?
집에는 공주 옷들과 바비 인형 같은 여성스러운 물건투성이였어요 <!겨울 왕국> OST인 ‘렛 잇 고’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또 그의 어린 두 딸이 저를 반기러 나왔죠. 그제서야 그가 얼마나 여성스러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달았어요.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렛 잇 고’라고 했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자주 불렀어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이 영화를 ‘아름다움에 관한 영화’라고 줄곧 말해왔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첫 만남에서 감독님은 제게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어요. 좀 곤란한 질문이었어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예쁘다고 말하고 다니는 건 잘못된 거라고 배우잖아요. 뭐랄까… 금기 같은 것이죠. 그래서 대답 대신 그냥 웃었어요. 하지만 저 역시 왜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리고 왜 사람들이 ‘나르시시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도 의문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긍정적인 말들을 늘 설파하잖아요? 그러면서도 같은 맥락인 ‘나르시시즘’은 왜 부정적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것에 대한 답이 영화 속에 있어요?
10대인 저와 제 친구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자주 하는데, 항상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으면 날씬하게 보이려고 하고, 실제보다 더 예쁘고 날씬하게 나온 사진들만 올리거든요. 그런 것과 비슷하게 요즘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사회적 현상을 떠올리면, 아마 미래에는 저희 영화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멋진 여성들이 가득한 <네온 데몬>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네온 데몬> 이전에는 이렇게 친밀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출연진과 스태프들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제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모든 게 자연스럽게 진행됐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작업 중반에 가서는 엔딩을 바꿔버렸어요. 그 엔딩은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