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음식 콘텐츠를 만든 두 사람을 만났다.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의 <오늘 뭐 먹지?>,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을 지휘한 프로듀서 석정호와 한국형 미식 어워드를 표방하며 출범한 ‘코릿’을 기획한 푸드 저널리스트 김성윤과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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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저널리스트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푸드 저널리스트로 현재 <조선일보>의 음식 전문 기자를 맡고 있다. 작년 출범한 한국형 미식 어워드 코릿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어릴 적부터 음식을 좋아했나?
어릴 적부터 음식을 먹고, 만드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를 따라 홍콩으로 이주해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살았는데, 그 동안 다양한 세계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음식 기자가 되었나?
전공인 미술사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중 학비나 벌까 하는 생각에 <조선일보> 시험을 보게 되었다. 이력서에 ‘대학 3학년 시절 육류수출협회 주최 창작요리대회에 나가 돼지고기 부문 3등 수상. 부상으로 쇠고기 식육세트 10kg을 받음’이라고 적었더니 입사할 때 이미 음식 좋아하는 이상한 놈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러면서 음식 기사를 맡게 되었다. 줄곧 음식 담당 기자로 있다가 2014년에는 ‘음식 전문 기자’로 발령이 났다.

‘담당 기자’와 ‘전문 기자’는 어떤 차이인가?
담당 기자는 어느 시점에서 데스크가 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 쉽게 말해 전문 기자는 데스크가 되지 않아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신문사의 음식 기자는 흔한가?
음식 전문 기자로 회사가 지정한 것은 현재로서는 나뿐이다. 하지만 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는< 한겨레>와 <한국일보>, <중앙일보>에도 있다.

신문사의 음식 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무엇인가?
역시 가장 좋은 건 좋아하는 분야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내 음식을 즐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음식이 일인 셈이다. 취재비도 있으니까. 일하면서 전문성을 기를 수도 있었다. 몇 해 전에는 1년 동안 이탈리아 파르마의 세계 슬로푸드 협회가 설립한 미식학 대학에서 음식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과정을 밟기도 했다.

신문의 음식 기자이기 때문에 다룰 수 없는 내용도 있지 않을까?
있다. 예를 들면 값비싼 파인 다이닝은 오히려 다루지 못한다. 신문은 거의 모든 계층이 읽기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외식과 관련해 가장 환영받는 기획은 오래된 노포, 저렴한 국밥집처럼 부담 없는 곳이다. 음식과 관련된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신문이라는 점이 취재할 때 유리한 점도 많다. 지난주에는 지역별 쇠고기를 다룬 ‘전국 우지도’라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의 기자이면서 작년 출범한 한국형 미식 랭킹인 ‘코릿(KOREAT)’ 디렉터로 기획과 진행 전반을 맡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몇 년 전에 싱가포르에서 해마다 열리는 미식 랭킹인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을 취재한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외식 전문가가 함께 갔다. 50위 안에 드는 레스토랑만큼 뛰어난 곳이 서울에도 있는데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한국형 미식 랭킹을 기획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조선일보>와 웰콤이 공동 주최했고, 올해는 <조선일보>가 빠진 형태로 진행되었다.

야심차게 시작한 <자갓 서베이> 서울편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인데, 어떤 차별화를 꾀했나?
<자갓 서베이>는 서양의 시스템을 따르다 보니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론칭할 때 화제를 모은 것과는 달리 갈수록 호응이 적었던 것 같다. 코릿은 외식 전문가와 저널리스트에게 중복된 추천을 받아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레스토랑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또, 평가에 참여한 외식 전문가와 저널리스트 100명의 이름과 소속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고 있다.

그 100명을 ‘백인회’라고 부르고 있는데 섭외는 쉬웠나?
기자로 일하면서 누가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백인회를 꾸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다들 본업이 있어서인지 서베이의 회신을 받는 게 대단히 어려웠다.

작년 처음 출범했는데 기획자로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렸나?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처음부터 코릿을 기획한 이유는 해외에 뛰어난 한국 레스토랑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그 리스트를 보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후기를 자주 보았다. 뿌듯하고 고무적인 결과다. 특히 선정된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열 계획이었던 코릿 서울 푸드 페스티벌은 작년 메르스 등 여러 이슈로 무산되었지만, 제주에서 열린 푸드 페스티벌은 굉장히 호응이 좋았다. 스시조, 하동관 등 참여한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음식 3백여 인분이 금세 동났다.

올해 순위가 지난 8월 31일 발표되었다. 1위는 작년과 동일하다.밍글스 1위를, 정식당이 2위를 차지했다. 작년과 비교해서 어떤 변화가 있나?
불황의 결과일까?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의 약진이 눈에 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진진은 네 명이 배불리 먹어도 10만원이 넘지 않는다. 또 밍글스와 정식당에서 볼 수 있듯이 모던 한식이 여전히 강세고, 평양냉면의 인기도 높다.

곧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공개된다. 코릿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미식 가이드가 정식 출범하는 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미쉐린 가이드>의 경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 유럽의 경우 별 하나를 더 받기 위해서는 오너가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하지만, 아시아의 경우는 허름하고 지저분한 곳도 별을 받으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시아보다 유럽의 불만이 크다. 별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그들 입장에서는 <미쉐린 가이드>가 아시아에서의 흥행을 위해서 자격 요건도 안 되는 레스토랑에 별을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 전문 기자로서 식문화의 변화를 가장 앞자리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무엇인가?
음식이 가장 큰 오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부터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비슷한 음식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또 셰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 셰프가 인기도 끌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하는 일이 늘면서 젊은 셰프들이 더 큰 비전을 갖게 된 것 같다.

블로거가 미식 전문가의 역할을 크게 담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1인 미디어로서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셈이다. 나도 취재하기 전에 사진 등을 참고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구성으로 나오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미리 확인하면 취재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면은 무엇인가?
서비스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홀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일을 잠깐의 아르바이트처럼 여긴다. 그 식당과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서비스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달까. 서비스하는 분들도, 그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그 일이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미식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올리브 채널 <원나잇 푸드트립>의 대구편에 직접 등장했다.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대구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 맛있는 식당이 정말 많다. 멋진 카페도 많다. 또 스탬프를 많이 받아야 이기기 때문에 교통이 좋다는 것도 이유였다. 1박 2일 동안 열 곳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