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모바일 활용도는 한국보다 훨씬 높지만,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정부 규제는 여전하다. 정보의 홍수가 열렸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나라 중국. 그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을까. 달라진 중국의 뷰티 시장, 그리고 그 속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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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SBS 스페셜 <한류를 파는 왕서방>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요점은 한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재주 넘는 곰’은 한국인이고, 정작 그 한류로 인해 이익을 챙기는 ‘돈 버는 주인’은 중국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사들여 부가 상품을 기획, 판매하여 수백 배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중국 동영상 업체인 아이치이, 한국의 화장품을 자신의 SNS 채널에 판매하여 젊은 재벌 대열에 들어선 왕홍(중국판 파워 블로거),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한국 화장품의 중국 내 판권을 확보한 중국 벤처 그룹인 ‘팝니다 창고’까지, 줄줄이 소개되는 사례를 보고 있자니 분노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한류로 인한 K-뷰티의 성공을 떠들썩하게 자축한 것이 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SBS 스페셜 속 한 경제 분석가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중국 시장은 5년 전과 판이한데, 아직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엄청난 소비력을 지닌 지우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가 소비의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고, 급속한 인터넷 보급 및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 중국의 뷰티 시장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한층 더 예민해진 중국은 또 어떤 다른 얼굴을 보여줄까.

모바일 쇼핑의 나라
중국의 급격한 변화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중국 전역에 4G 서비스가 시작된 2014년부터 빠르게 진행된 모바일화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만의 독특한 디지털 생리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글로벌 SNS가 차단된 중국은 독특한 로컬 SNS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웨이보와 위챗이다. 웨이보가 중국판 트위터라면 위챗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인기 SNS 채널들의 장점이 고루 버무려진 것으로, 그 안에 자체적인 결제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QR 코드만 스캔하면 저절로 친구 등록이 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금액이 친구의 계좌로 바로 이체된다. ‘더치페이’ 버튼을 누르고 친구들을 대화방에 불러들이면, 바로 인원수대로 더치 페이할 금액이 나눠지고 클릭 한 번으로 상대방 계좌에 바로 입금할 수 있을 정도. 알리바바에서 만든 온라인 지불 시스템인 쯔푸바오(알리페이)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온라인 쇼핑뿐 아니라 오프라인 쇼핑, 기차 예매, 공과금 수납까지 모두 가능하다.
요즘 중국인들은 지갑이나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고 이 위챗 머니나 쯔푸바오 하나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웬만한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모든 결제를 해결한다. 점포의 계산대 앞에는 수많은 할인 바코드가 프린트되어 있고, 자신에게 해당되는 바코드를 핸드폰으로 찍고 모바일로 바로 계산하는 것이 요즘 중국의 풍경이다. 한마디로, 신용카드를 안 받는 가게는 있어도 위챗 머니나 쯔푸바오 결제가 되지 않는 상점은 없을 정도다. “작년만 해도 중국 내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마케팅을 주로 진행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모바일 위주로 확 변화시켰죠. 중국 소비자의 패턴을 파악해보니, 소비자들의 2/3가량이 이미 모바일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었거든요. 스마트폰을 통해 웨이보로 화장품을 검색하고, 왕홍의 리뷰 영상을 보고 화장품을 선택하는 수순이죠. ” 클리오 마케팅팀 최정하 주임은 중국의 모바일 쇼핑 시장이 한국보다 몇 배는 더 활성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8월에 내놓은 정책 보고서<중국 소비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진출 방안>에 의하면 2015년 중국 내 전체 인터넷 구매 중 10%(약 3천억 위안)가 모바일로 이뤄졌으며, 모바일 결제의 50%가 20대 여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작년 한 해 모바일 쇼핑 성장률만 115%에 이른다.
그런데 이 위챗의 결제 시스템이 독특한 화장품 쇼핑 문화를 만들었다. 위챗에서 상업 행위를 하는 사람, 즉 웨이상이 바로 그것이다. 일종의 온라인 보따리상인 이들은 화장품을 떼다가 SNS 상에서 파는 역할을 한다. 중국에 공식 입점하지 않은 대부분의 소규모 한국 브랜드 제품들이 바로 이 웨이상을 통해서 판매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절차로 까다로운 위생 허가를 받기 어려운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직구 혹은 웨이상을 통한 C2C, 즉 소비자 대 소비자 간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해서 대신 판매해주는 사람, 즉 벤더를 따이공라고 불러요. 이들이 제품을 웨이상이나 왕홍들에 공급하고 개인 블로그나 쇼핑몰, 위챗에서 판매하게 하는 거죠. 웨이상과 왕홍들은 자신의 팬이나 고객들에게 단체 대화방을 열어서 제품을 홍보해요. 자신만의 단골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형 효과, 즉각적인 개선 효과 등 브랜드에서는 대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광고 문구들을 맘껏 사용할 수 있으니 제품 홍보에 오히려 유리한 셈이죠. 개개인이 주문을 받은 다음, 그 수량에 맞춰서 한국에 주문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충성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웨이상의 능력을 증명해요. 반대로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능력 있는 웨이상을 잡느냐가 관건이고요.” 가우글로벌 안희곤 대표 이사는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고 싶다면중국의 모바일 쇼핑 문화와 왕홍 경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홍의 힘
왕홍은 중국 내 온라인 파워 인플루언서를 의미하는 단어로 다른 말로는 KOL(Key Opinion Leader)이라고도 불린다. 이 왕홍 역시 중국 내 급격한 모바일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웨이보에 수천만 명의 팬을 거느리던 왕홍들은 최근 2년간 메이파이나 잉커, 미라이브와 같은 생방송 동영상 플랫폼을 타고 더 파워풀해지고 있다. 중국 CBN데이터는 2016년 왕홍 산업의 규모가 약 580억 위안(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인터넷판 연예인이죠. 단, 연예인과 달리 웨이보나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실생활을 다 공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해요. 예쁘고 날씬한 20대 여자인 경우가 많은데, 주로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이 입은 옷, 소품을 보고 사람들이 따라 사죠. 엄청난 팬덤을 거느리고 있으니, 파급 효과도 크고요. 자연스레 스스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왕홍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화장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거예요.” 중국판 <하퍼스 바자>의 뷰티 에디터 쟝쟝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오픈 마켓인 타오바오에는 왕홍들의 매장이 천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왕홍 경제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그들의 추천 한번에 제품이 품절되곤 해요. 그러니 모든 브랜드에서는 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죠. 대학생 중에서는 장래 희망으로 왕홍을 꼽는 경우도 많을 만큼 왕홍은 최근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화두예요. 하지만 여전히 왕홍의 주 활동은 콘텐츠 생산이에요. 그들이 주로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제품 홍보 마케팅입니다. 브랜드 행사에 참석해서 이슈를 만든다거나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것 등이요” .이니스프리 중국 마케팅팀 이혜진 팀장은 이니스프리 역시 왕홍을 준 뷰티 셀럽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리오 마케팅팀 최정하 주임은 왕홍이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진실성을 꼽았다. 팬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제품 리뷰에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NSS 채널에 팬들이 보내주는 하트 혹은 ‘좋아요’ 등 가상화폐가 이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것도 왕홍의 상업화를 막는다. 중국 소비자 역시 상업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완벽하게 구별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직접 다 써보고 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신제품에 대한 리뷰가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실제로 유명한 왕홍인 텅위짜가 구달의 톤업 크림을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고 이후 톤업 크림의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의 왕홍 중 한 명인 왕민징은 콘텐츠 중심의 왕홍과 상업적인 왕홍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왕홍이 곧 화장품 판매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니스프리나 클리오와 같이 공식 유통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비공식 유통되는 브랜드라면 왕홍의 의미가 사뭇 달라진다. 일부 왕홍과 웨이상이 암암리에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왕홍 본인이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고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왕홍이 자신의 채널을 통해 특정 제품을 자연스레 소개하고, 연계된 웨이상이 그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제품이 잘 판매된다 싶으면 그 한국 브랜드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다른 웨이상들이 절로 모여들어요. 웨이상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니까요.”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 벤더로 일하고 있는 모 사업자는 ‘왕홍을 못 잡으면 중국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활동에 왕홍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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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키를 쥔 지우링허우
그런데 이 모바일 쇼핑과 왕홍 경제를 소비하는 중심에는 중국판 밀레니얼 세대인 빠링허우와 지우링허우가 있다. 빠링허우는 1980년대 이후 생을 통칭하는 단어로 디지털 문화를 자연스레 체득했을 뿐 아니라, 중국 한 가정 한 자녀 운동의 자녀 세대로 외동으로 자라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다. 이 중에서도 90년대 이후 생으로 신규 소비층으로 떠오른 지우링허우는 보다 디지털이 생활화되어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며 친구들과 SNS를 통한 제품 정보 교류도 보다 활발할 뿐 아니라 소비 의욕도 매우 높다. 이렇게 주요 구매층의 연령이 어려지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메이크업 파트의 성장. “현재 중국에서는 톰 포드, 입생로랑과 같은 색조 브랜드가 인기예요. 스킨케어를 위주로 하는 브랜드는 매출이 주춤한 반면, 메이크업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세운 브랜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쿠션 팩트, 마스카라 등으로 최근 매출이 증가한 랑콤이 대표적인 예죠.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던 언니 세대와 달리 매일 메이크업을 하는 지우링허우 세대가 화장품의 주 소비층이 되었기 때문이라 분석해요.” 이니스프리 차이나 마케팅팀 이혜진 팀장의 설명이다. 왕홍들이 비주얼적으로 어필하기 쉬운 색조 제품을 주로 리뷰하는 영향도 크지만, 이런 왕홍들 역시 대부분 지우렁허우 세대다.
화장품 주요 쇼핑 채널이 백화점에서 멀티 플렉스나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영향이 크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공식몰인 T몰에서는 작년 11월 11일 싱글데이의 1일 매출이 912억원에 이르렀어요. 온라인 쇼핑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NSS에 구매 리뷰를 올리고요. 따라서 브랜드에서도 정통적인 마케팅 외에 디지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요. 온라인 샘플 발송 등이 그 예죠” .아모레퍼시픽 차이나의 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짜우싼싼 팀장은 중국 여자들의 쇼핑 패턴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통적으로 지인의 추천에 많이 의지하는 중국인 고유의 특성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며 화장품 리뷰 앱인 샤오홍슈, 웨이버의 제품 리뷰, 왕홍의 블로그 등에서 먼저 제품에 대한 리뷰를 검색한 다음 바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 “중국인이 얼마나 성격이 급한지 아세요? 앱을 켰을 때 3초 안에 메인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그냥 바로 삭제해버려요. 덕분에 인터넷 서비스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죠.” 클리오 마케팅팀 최정하 주임의 말이다. 온라인 쇼핑의 발달은 기술의 진보도 가져왔다. 온라인 쇼핑몰 화면 속 영상에 자신의 얼굴을 집어넣고 원하는 색조 제품을 클릭하면 입술색이 바뀌는 프로그램 등 테스트가 불가능한 색조 제품 구매 한계를 보완한 장치가 등장하는가 하면 CS(Customer Satisfaction) 관리도 더 철저해졌다. “중국에서는 요즘 브랜드 DM을 위챗으로 보내요. 위챗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의 판매 기록이 위챗에 남아 있기도 하고, 고객과 제품에 대해 직접 소통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한국에서 카카오톡에서 브랜드 계정을 통해 병원 예약 등의 업무를 메시지로 대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중국에는 이런 문화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어요. 위챗 뿐 아니라 웬만한 온라인 플랫폼에는 이런 일대일 상담 코너가 꼭 있어요. 24시간 내내 제품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바로 답해주는 거죠. 백화점 매장 직원의 역할을 이 채팅창이 대신하는 셈이죠” .LG생활건강 글로벌 마케팅 팀 이한나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따라서 중국 내 CS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CS 교육을 주로 외주 기업에 맡기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온라인 시장이 큰 중국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온라인 CS 관리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한국 화장품의 중국 진출 유형
그렇다면 요즘 중국 내 한국 브랜드는 어떨까? 중국 내 K-뷰티의 최근 양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국 화장품의 판매 유형을 알아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공식 론칭한 경우. 한마디로 중국의 식약처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AQSIQ)의 화장품 품질 허가인 위생 허가를 받고 정식 오프라인 매장을 내거나 온라인 공식물에 입점한 브랜드다. 이들은 중국 내 정식 판매 허가를 받은 브랜드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산하의 설화수, 헤라, 라네즈, 이니스프리, 마몽드, 아이오페, 에뛰드하우스, LG생활건강 산하의 더히스토리오브후, 숨37, 비욘드, 더페이스샵 그 외에도 클리오, 토니모리, 스킨푸드, 미샤 등이 그 예다. 주로 상해나 북경 등 중국 1선 도시에 단독 매장을 가지고 있거나, B2C(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행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백화점 공식 온라인 쇼핑몰) 형식의 온라인 공식몰인 T몰, 징동(JD), 브이아이피닷컴(vip.com) 등에 입점한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비공식 유통 브랜드다. 위생 허가를 받지 않고 직구나 개인 대 개인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주로 대리상(벤더)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 중소기업 브랜드나, 원 아이템으로 이슈 몰이를 하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중국 내 SNS 채널이나 개인 쇼핑몰, 타오바오와 같은 C2C(소비자가 소비자를 상대로 행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우리나라로 치면 지마켓이나 옥션 같은 오픈 마켓) 형식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판매된다. 이렇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의 까다로운 위생 허가 때문이다. 위생 허가는 크게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으로 세분화되는데, 비특수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스킨케어의 경우 제품 하나당 빠르면 7~8개월이 소요되고, 비용만 해도 3백~3백50만원 정도가 든다.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메이크업 제품은 보통 심사 기간만 1년이 걸리고 비용도 7백~8백만원에 이른다. 색조 제품 외에도 비비 크림, 자외선 차단제 등이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되는데, 문제는 중국 내 법이 계속 바뀌면서 이 특수 화장품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제품군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 현재는 화장품 위생 감독 조례를 수정해 화이트닝 제품까지 특수 화장품으로 분류했다. 통관도 문제다. 용기나 디자인 등 제품의 형태나 박스 구성 요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시 등록해야 한다. 중국 내 정식 판매를 위해서는 이렇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본력이나 규모가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 브랜드거나 중국 내 유행에 맞춰 재빠르게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브랜드의 경우, 비공식 경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 K-뷰티가 직면한 문제
지난 4월 중국에 숨37을 론칭한 LG생활건강 글로벌 마케팅팀 이한나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조사 결과, 중국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은 식물 성분을 사용해서 자극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기능이나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주로 강조하는 서양 브랜드 제품은 더 자극적일 것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또한 한국 화장품이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독특한 어플리케이터 등을 활용하는 등 재미있는 콘셉트도 장점이다. 1~2선 도시뿐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한국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여행이 보편화되고, 이에 따라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중국 내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 자체가 높아진 것도 K-뷰티의 성장을 부추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주는 신뢰도도 여전히 높다. 워낙 가짜 제품에 대한 의심이 많기 때문에 중국 내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의 경우, ‘메이드 인 코리아’ 임을 인증하기 위해 제품 내 바코드를 숨겨 넣을 정도다. 또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아직은 1~2선 도시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한류의 여파가 3~4선 도시까지 확장될 경우 그 경제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중국 내 공식 론칭하는 브랜드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 관세청은 지난 6월, 2015년 우리나라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이 1조1800억원으로 집계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3년에는 3천98억원, 2014년에는 6천68억원인 것을 비교해보면 매해 두 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처럼 중국 내 화장품 한류는 여전히 건재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점차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자국 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직구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거나, 원료 관리 등으로 위생 허가의 기준을 더욱 높이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시스템이나 절차가 새롭게 추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있던 절차를 더 깐깐하게 적용하는 것. 한국 화장품의 강점 카테고리인 화이트닝 제품을 비특수 화장품에서 특수 화장품으로 재정의해 위생 허가 절차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 그 예다. 작년 5월부터는 한국에서 화장품을 떼다 파는 벤더 즉 따이공을 밀수로 보고 규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 박스 네 개가 대련항에서 중국 세관에 통째로 압류당하기도 했다. 공식 유통 화장품뿐 아니라 비공식 유통 화장품까지 한국 화장품의 수출 장벽을 은근히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치적으로 불거진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로 인한 여파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한류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홍보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는 찌라시가 돌고 있을 정도.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기존의 한국 모델을 교체하고 대신 중국 모델을 기용해야 하는 비용도 문제지만, 한류 드라마나 K-팝으로 인한 효과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다. 한마디로 중국은 다른 시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중국의 위생 허가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고는 할 수 없어요. 단, 돌발상황이 자주 생기는 것이 문제예요.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에는 없었는데, 갑자기 유기농 성분이라면 그 성분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식물에서 추출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라는 식으로요.” 메이크프렘 해외영업팀 이용진 과장의 말이다.
공식 유통과 비공식 유통이 공존하는 중국 내 복잡한 유통도 문제다. 대리상이나 웨이상과의 잘못된 파트너십이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국 벤더인 모 사업가가 귀띔해준 두 가지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통제가 불가능한 웨이상 때문에 곤혹을 겪은 케이스. 모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기 전, 중국의 한 웨이상이 그 브랜드 제품을 대거 구입해갔다. 그런데 그 제품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그 브랜드가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던 시기에 그 제품을 아주 싼값에 시중에 풀어버린 것. 중국 내 그 브랜드의 가격이 무너졌고, 계약하려던 업체는 이에 대해 소송을 걸어 왔다. 결국 이 브랜드의 중국 진출은 계획한 것보다 한참 이나 늦춰졌다. 물론, 이미 중국 내 제품 가격이 무너져서 정상적인 론칭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 케이스는 중국 내 벤더를 잘못 만난 경우인데 벤더가 해당브랜드의 브랜드명을 먼저 상표 등록해버려서, 이후 이 브랜드가 중국에 론칭할 때는 정작 자신의 브랜드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의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할 때는 바로 중국에 공식 론칭하기보다는 먼저 벤더를 통해 중국에 물건을 풀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때문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것이다. 문제는 벤더나 대리상은 개인적으로 물건을 들여가서 파는 것이라 법적 제제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제품의 가격선이 무너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규모로 물건을 가져간 벤더가 그 물건이 잘 안 팔릴 경우 손해를 줄이기 위해 2차, 3차에게 되팔아 시장에 헐값에 공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벤더는 다른 브랜드, 다른 제품을 들여와서 장사하면 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버린다. 중국에서 하나의 아이템으로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고 치고 빠지는 전략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딩하고 싶다면 벤더 선정부터 가격 관리까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아직은 화장품 한류의 영향력이 건재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이 모두 중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고, 허벌리스트, 찬도, 프레야 등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이 중에서는 인기 있는 한국 브랜드의 콘셉트를 거의 비슷하게 반영한 브랜드도 많다. 앞으로 중국 시장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해요. 새로운 제형, 새로운 콘셉트. 그게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생존 방법 아닐까요?” 모 중국 무역업 회사 대표이사의 말이다. 신제품 출시 주기를 짧게 하고, 쿠션 팩트나 타투 아이브로, 톤업 크림처럼 신선한 아이템을 계속 내놓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요즘 중국 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시트마스크 팩을 예로 들자면, 초기에는 메디힐, 리더스 코스메틱이 강자였다면, 최근에는 우주마스크, 봄비, 제이준처럼 새로운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특정 아이템 하나만 잘 만들어도 중국 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있는 거죠. 하나의 아이템의 인기가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가져오기도 하고요.”

재주만 넘는 곰이 되지 않으려면
SBS 스페셜 <한류를 파는 왕서방>에서는 한류를 통한 이익을 중국인이 독차지하는 현상을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해결책을 제안했다. 중국 시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든 외국인으로서 굳이 중국인 대민 사업을 하기
보다는 한류를 파는 중국 기업이나 가게에 한국산 원재료를 납품하거나 혹은 중국의 기업과 전략적으로 공유하라는 것. 사실, 이를 화장품 산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해 취재를 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을 보호해줄 한국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벤더나 웨이상, 왕홍 등을 통해 무차별하게 중국으로 유입되는 비공식 유통 한국 화장품의 경우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위치한다. 좋은 벤더를 만나 잘 팔리면 운이 좋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말 그대로 재주만 넘다 끝날 가능성도 높다. 중국에는 한국 화장품뿐 아니라 밀려드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에 대응하고 로컬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 조합을 결성했다고 한다. K-뷰티가 유행한 지 어언 5년, 우리에게도 그런 조직적인 대응과 정부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INTERVIEW
중국판 <하퍼스 바자>의 뷰티 에디터 쟝쟝, 뷰티&패션 왕홍 왕민징을 만나 최근 달라진 중국 시장에 대해 물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뷰티 패턴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쟝쟝 중국 소비자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넓은 영토 때문에 지역 간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남부는 날씨가 좋아 보습이나 영양에 관심이 많다면, 북부는 환경오염이 심해 클렌징에 가장 신경 쓴다. 그래도 지역을 막론한 중국 여자들의 공통적인 피부 고민을 꼽자면 바로 여드름이다. 왕민징 아직 중국 여자의 뷰티 패턴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피부를 어떻게 관리하고 메이크업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쉽게 가르쳐주는 왕홍과 같은 사람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거다. 중국은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 많다. 정보력이 높은 1선이나 2선 도시 소비자들은 그래도 자신만의 케어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지만, 3선이나 4선 도시 사람들은 TV 속 정보나 지인 추천, 왕홍, 연예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중국은 도시 경제력과 인구, 면적 등에 따라 1~4선 도시로 분류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대도시임을 의미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이 1선 도시, 난징, 칭다오 등이 2선 도시에 포함된다.)

한국 여자들의 피부와 한국 화장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가?
쟝쟝 한국 화장품 하면 윤기, 수분이 꽉 차 있는 느낌이 든다. 순해서 피부에 자극이 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한국 화장품은 아직 1~2선 도시 위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여전히 중국 내 더 확산될 여지가 크다. 왕민징 한국 여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작고 하얗더라. 중국 여자들은 이런 얼굴을 닮고 싶어 한다. 올봄에는 포니의 컨투어링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 윤곽 메이크업과 셰이딩 제품이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 한국의 어떤 제품들이 인기인가?
쟝쟝 려의 함빛모 라인과 자양윤모 라인, 라네즈 비비 쿠션. 왕민징 톤업 크림, 셰이딩 스틱, 타투 아이브로 등 여전히 콘셉트가 재미있는 제품이 유행이다.

화장품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나?
왕민징 상해, 북경, 광저우와 같은 1선 도시에서는 백화점 매출이 높다. 일본이나 한국에 가서 직접 구매하거나, 유학생 친구를 통해 대리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공식 론칭한 한국 브랜드 중에서 3선 도시까지 매장을 오픈한 경우는 거의 없다. 3~4선 도시나 농촌 도시의 경우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높으나 경로가 없다. 따라서 타오바오나 위챗 등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입한다. 화장품 전문점을 통해 중국 로컬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경우도 많다. 쟝쟝 중국 역시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왕홍 등을 필두로 온라인 쇼핑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타오바오 같은 플랫폼에서만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도 많아졌다. 시트 마스크 전문 브랜드인 유니팡 등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도 최근 매우 성장했다고 들었다. 어떤 브랜드를 주목해야 하나?
쟝쟝 메이크업 브랜드 중에서는 카슬란의 성장세가 크다. 작년 중국 광군제(11월 11일 솔로데이)에 타오바오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BB 크림이 특히 유명하다. 최근 신생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주로
3~4선 도시 위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에디터인 나조차 생소한 브랜드도 많다. 왕민징 중국 화장품 기업 중 하나인 찬도에서 새로운 브랜드 즈란탕을 론칭했는데 전략이 신선했다. 1선 도시부터가 아니라, 지방에서 먼저 홍보를 시작해서 도시로 역방향 입소문을 일으킨 것이다. 판매 역시 T몰에 온라인 매장을 먼저 오픈한 다음, 여기서 인지도를 쌓은 후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활성화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새로운 판로가 되고 있다.

중국 내 K-뷰티가 자리 잡은 지 5년이 넘어간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쟝쟝 한국 화장품의 경우 광고나 매체 활동이 적은 대신 소비자 바이럴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최근 광고나 온라인 바이럴 등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위협이 될 것 같다. 한국 브랜드들은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마케팅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여전히 중국 여자들에게 한국 특정 브랜드의 특정 제품이 좋다는 인식이 별로 없다. 중국 내 K-뷰티에는 브랜드는 없고 쿠션 팩트, 시트마스크 등 제품만 있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약하다는 말이다. 왕민징 맞다.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다. 요즘 시트마스크가 폭발적 인기인데,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