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은 농가 밥상에 가장 또렷하게 먼저 찾아온다. 인근에서 자란, 혹은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계절의 변화에 맞는 한 상을 차려내는 농가 식당을 찾아서 사계절을 누볐다. 그렇게 담아낸 일년의 풍경.

 

07

1 이천의 향토음식인 볏섬만두 전골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2 봄기운을 담은 제철 채소를 버무렸다. 3 쑥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쑥떡. 4 깔끔한 음식만큼이나 단정한 공간.

이천 돌댕이 석촌골 농가맛집
이천 하면 당연히 이천 쌀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쌀로 유명한 고장이라서 벼 가마니를  닮은 만두까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13년 처음으로 문을 연 돌댕이 석촌골은 이천의 향토 음식 볏섬만두를 맛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곳이다. 농가맛집 돌댕이 석촌골은 지난봄, 밭과 장독이 있는 호법면으로 옮기며 조금 더 자연과 가까워졌다. 붉은빛을 띤 비트, 노란 치자물, 부추와 흑미를 우려낸 물 등으로 만두 피의 색을 낸  볏섬만두의 다섯 가지 빛깔은 오복을 상징한다. 볏섬만두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만두소다. 직접 농사 지은 게걸무를 말려 얻은 시래기에 들깻가루, 버섯, 대파, 두부, 돼지고기, 나물 등을 넣은 만두는 독특한 식감과 담백함을 자랑한다. 양지와 간장으로 맛을 낸 육수에 버섯과 채소를 담고, 만두를 올려 끓인 볏섬만두 전골은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지만 다섯 가지 만두를 골라 먹는 재미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 토종무인 게걸무 역시 이천에서만 나는 식재료. 게걸무 시래기밥과 무침도 고르게 맛보자.
주소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2리 396-2 문의 031-632-9540

 

08

1 이름 그대로 영월의 산속에 자리한 산속의 친구. 여름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다. 2 정성껏 만든 소스가 맛을 더하는 산야초 샐러드. 3 감자를 얇게 채쳐서 만든 감자 샐러드. 고소한 들깨 소스로 버무렸다. 4 닭고기를 이용한 떡갈비. 감자를 넣어 새로운 식감을 자랑한다.

영월 산속의 친구
강원도 영월군에 첫 번째 농가맛집이 등장했다. 자연과 사랑에 빠져 30대에 일찌감치 영월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덕전마을에 터를 잡은 부부가 운영하는 산속의 친구는 오랫동안 가꾼 농지와 텃밭을 기반으로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20여 년 동안 두 부부가 가꾼 터전은 자그마치 40만 제곱미터. 농산물 가공장과 장독대, 참다래 농장, 민박용 황토집이 들어서 있다. 근방에서 난 좋은 식재료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한 이후, 지역 대학의 조리학과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요리법을  거듭 연구했다. 강원도 사투리로 명아주를 가리키는 능쟁이를 나물로 무친 뒤 얇게 부친 전병으로 감싼 능쟁이 메밀전병은 특허까지 받았을 정도! 강원도 감자와 닭가슴살로 만든 떡갈비를 고소한 들기름에 구워낸 닭고기 떡갈비도 인기 메뉴다. 고심을 거듭한 메뉴의 흔적은 다른 밑반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이용한 비지 지짐이, 머위, 고들빼기 등 한껏 여름을 맞이한 산야초에 송홧가루, 호두, 깨잣 등을 이용해 정성껏 만든 소스로 버무린 산야초 샐러드, 8년 된 장을 이용한 된장국, 황태로 국물을 낸 강원도 옹심이, 두릅과 버섯냉채까지! 손님의 성별에 따라 밥물을 다르게 얹혀 남자밥과 여자밥을 따로 내기도 한다. 깊은 산속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식사임이 분명하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북면 덕전길 132-54 문의 033-372-5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