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커스터마이즈 서비스가 달라졌다. 능동적이며, 재미까지 부여하는 새로운 커스터마이즈 서비스가 대세다.

 

LOS ANGELES, CA - JUNE 12:  Chiara Ferragni is wearing Levi's jeans, Gucci shoes and sunglasses, vintage tshirt, filles a papa denim jacket, Chanel bag seen in the streets of Los Angeles on June 12, 2016 in Los Angeles, California.  (Photo by Timur Emek/Getty Images)
MILAN, ITALY - SEPTEMBER 25:  Leigh Lezark  is wearing all Fendi  during the Milan Fashion Week  Spring/Summer 16 on September 25, 2015 in Milan, Italy.  (Photo by Timur Emek/Getty Images)

MILAN, ITALY - JUNE 21: Anna Dello Russo carries an Anya Hindmarch bag with a Marques Almeida dress and Valentino shoes poses on June 21, 2015 in Milan, Italy.  (Photo by Melodie Jeng/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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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개성과 취향에 반응한다. 장인의 손에서 주문 제작으로 탄생하는 커스터마이즈 패션은 이러한 심리를 반영한 마케팅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맞춤 슈트. 테일러 마스터의 손을 거치는 맞춤 슈트는 입은 듯 안 입은 듯 딱 맞는 착용감과 잘 빠진 옷맵시로 남자들을 매혹시킨다. 하지만 기다림은 피할 수 없다. 일예로 제냐의 ‘수 미주라’ 서비스로 맞춤 슈트를 받기까지 5주라는 시간이 걸린다. 세계를 돌며 맞춤 슈트를 만드는 피렌체의 테일러 마스터 안토니오 리베라노의 옷을 입기까지 1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수 미주라’의 속도는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빠르게 더 빠르게!’라고 주문을 외치듯 속도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디지털 시대에 있다. 패션 월드는 이 흐름에 맞춰 쇼를 보자마자 구매할 수 있는 ‘See Now, Buy Now’ 시스템으로 시간의 공백을 단축한다. 느림의 미학을 고집할 수 만은 없는 때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굴지의 패션 브랜드들이 즉각적이고 간편하며 실용적이며, 게다가 근사하기까지 한 커스터마이즈 패션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스티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며 트렌디한 액세서리로 떠올랐다. 자신만의 특색을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로 스티커를 선택, 낡은 가방을 변신시키는 패션 마법으로 활용한 것.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스티커를 도시에 붙이며 자신을 드러내던 스티커 바밍(Sticker Bombing)의 하이패션 버전인 셈이다. 이렇게 스트리트 문화에서 출발한 스티커를 패션의 영역으로 불러들인 일등공신은 안야 힌드마치 .스마일, 별, 계란 프라이, 알파벳 등의 컬러풀하고 앙증맞은 모양의 스티커는 진지하고 무거운 패션계에 동심의 바람을 일으켰고 마침내 싸구려 스티커의 고급화를 이뤄냈다. 데일리 백뿐만 아니라 핸드폰, 트렁크 등에 활용한 스티커 스타일링은 쿨하고 감각적인 패션의 감도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스티커의 대안으로 패치도 떠올랐다. 지난 7월, 미우미우는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처음으로 ‘ 커스터미우제이션(CustoMIUzation)’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데님 마드라스 백을 구매하는 고객이 네 가지 종류의 패치를 선택하면 원하는 위치에 부착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모든 패치는 품절된 상태. 이만하면 즉각적이고 간편한 커스터마이즈 패션을 향한 호응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흐름에 호화로운 패치 룩의 선두주자인 구찌도 발빠르게 합류했다. 밀라노의 몬테나폴레오네 매장에서 패치를 활용해 선보이고 있는 DIY 서비스가 바로 그것. 패치만 따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지겨워진 옷을 변신시키기에 최적의 방법이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즈 열풍에 스트랩의 액세서리화도 결정적이었다. 스트랩 신드롬은 벅스 참 장식으로 백 액세서리에 유머를 더한 펜디의 칼 라거펠트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스트랩을 단순히 백의 실용적인 부품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액세서리로 재해석해 컬러풀하고 화려한 ‘스트랩 유’ 스트랩을 선보였다. 얼마 전 펜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스 ‘트랩 유’ 영상 속에는 모델이 손가락으로 스트랩을 터치할 때마다 스트랩이 달라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스트랩을 바꿔 달기만 하면 된다는, 커스터마이즈의 스피드를 강조한 패션 필름이다. 프라다의 크리스털 장식 스트랩과, 폴로 랄프 로렌의 비즈 장식 스트랩, 빈티지 헐리우드의 별 장식 스트랩, 안야 힌드마치의 주얼 장식 스트랩 등 브랜드에서 따로 구매할 수 있는 스트랩이 줄줄이 등장하는 걸 보면 스트랩은 더욱 다양해질 듯하다. 불황 속 패션계는 매출을 올릴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커스터마이즈 패션은 전략적으로 훌륭한 마케팅이 분명하다. 고객과 브랜드 모두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으며, 더불어 고객은 나‘ 만의 것’으로 미적 가치를 충족할 수 있다. 장인이 공들여 만든 수작업의 커스터마이즈 패션이 느림의 미학이라면, 내 손으로빠르게 디자인하는 커스터마이즈 패션은 빠름의 미학이다.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재화가 ‘희귀템’으로 탈바꿈되어 두 손 안에 들어오니, 이것이야말로 소비의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유혹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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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염소가죽 소재 참 장식은 39만원, 안야 힌드마치 (Anya Hindmarch).

염소가죽 소재 참 장식은 39만원,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

CHARM
참은 밋밋한 가방을 돋보이게 한다. 가방의 실루엣을 한층 입체적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프라다는 고서에서 영감을 얻은 미니백 모양의 참을 주렁주렁 달았다. 가방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잠금장치를 풀면 메모장으로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액세서리다. 스타일링에 화룡점정을 넣고 싶다면 스타일링에 유머를 더하는 캐릭터 참도 훌륭한 선택.

마그네틱 브랜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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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액세서리는 각 20만원대, 발렉스트라(Valex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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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액세서리의 장점은 탈착이 어려운 스티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 원하는 위치에 따라 마그네틱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가죽이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원래 가방 모양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발렉스트라는 2016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마그네틱을 활용한 액세서리를 선보인다. 접착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떨어질 염려가 없으니 백뿐만 아니라 신발이나 코트 위에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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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TIAL
이름을 활용한 디자인은 자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커스터마이즈 패션이다. ‘내꺼!’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보여주는 거니까. 따라서 여러 종류의 커스터마이즈 서비스 중 제품에 대한 애착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미우미우는 이니셜을 가방에 새겨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뿐. 각인이 싫다면 루이 비통의 알파펫 펜던트 목걸이처럼 펜던트 레이어드로 단어를 완성해 자신의 개성을 살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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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소재 토트백은 2백56만원, 미우미우(Miu Miu).

PATCH
미우미우는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패치를 활용한 ‘커스터미우제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제 곧 전 세계 주요 매장으로 확대될 구찌의 DIY 서비스도 패치를 활용한 스타일 변신으로 탁월하다. 단, 패치는 한번 붙이면 탈착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을 요하는 커스터마이징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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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아지 가죽 소재 스트랩은 2백36만원, 펜디(Fendi). 2 송아지 가죽 소재 스트랩은 1백35만원, 펜디. 3 합성 피혁 소재 스트랩은 5만원, 하이칙스(High Cheeks). 4 소가죽 소재의 크리스털 장식 스트랩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5 소가죽 소재 스트랩은 22만8천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1 송아지 가죽 소재 스트랩은 2백36만원, 펜디(Fendi). 2 송아지 가죽 소재 스트랩은 1백35만원, 펜디. 3 합성 피혁 소재 스트랩은 5만원, 하이칙스(High Cheeks). 4 소가죽 소재의 크리스털 장식 스트랩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5 소가죽 소재 스트랩은 22만8천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STRAP 
펜디의 스트랩 유를 시작으로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는 스트랩. 내가 원하는 스트랩을 가방에 달면 끝. 케케묵은 낡은 가방을 변신시켜주기 때문에 방법은 간단하지만 효과는 극적이다. 이때 가방과 동일한 색상의 스트랩을 매치하는 것보다 컬러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선택하거나, 모던한 실루엣의 백에 화려한 스트랩을 매치하는 것처럼 백과 대비를 이루는 것이 더욱 감각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