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눈동자 너머 그 생각이 궁금해진다. 여전히 최강희는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사랑에 관한 짧은 화보와 그녀가 숨기고 있는 아름다운 세계에 대하여.

 

코트와 팬츠는 앤디앤뎁 (Andy&Debb).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로즈 골드 소재 목걸이는 다미아니(Damiani).

코트와 팬츠는 앤디앤뎁(Andy&Debb).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로즈 골드 소재 목걸이는 다미아니(Damiani).

최강희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손민호가 입은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최강희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손민호가 입은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는 푸시버튼(Push Button). 손민호가 입은 슈트는 김서룡.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는 푸시버튼(Push Button). 손민호가 입은 슈트는 김서룡.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는 YCH. 귀고리는 페르테 바이 분더샵 (Xte by Boon the Shop). 손민호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준지(Juun. J).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는 YCH. 귀고리는 페르테 바이 분더샵 (Xte by Boon the Shop). 손민호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준지(Juun. J).

“이 다음에 두 사람은 어디로 가요?” 서울의 오랜 시간이 깃든 낯선 골목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두 번째로 큰 스위트룸에서 그녀는 이따금 생각난 듯 물었다. 화보 촬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다운 표정이나 몸짓을 보이는 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화보의 한 장 한 장이 그녀에게는 영화였다. 최강희는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면 넝마라도 기꺼이 입어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관한 짧은 화보라고 이야기를 꾸몄고, 그녀는 한 줄짜리 설명을 듣고 바로 그 주인공이 할 법한 감정을 연기했다 . “마지막에는 어떻게 되나요?” 두 사람은 이 골목을 지나 이제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다. 그녀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았듯 말이다.

다음에 또 함께 촬영을 하게 되면 당신을 위해 짧은 단편소설 하나 써와야겠어요.
그러면 진짜 재미있겠어요! 저는 극에만 익숙한 터라 극을 떠나면 연기를 잘 못해요. 한 줄이라도 스토리가 있으면 내용을 상상하고 연기하는 편이에요. 좀 불편한 스타일이지만 이해가 가면 역할에 훅 들어갈 수 있어요. 문이 열리는 기분이에요. 오늘은 함께한 모델이 저보다 훨씬 어려서 놀라긴 했는데, 이제 이런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이 함께하는 멜로요. 신께서 인간을 지었을 때 둘이 가장 보기 좋았다고 하셨는데, 저도 함께하는 삶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나혼자 산다>에 나와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혼자 살기 싫어요. 어떤 면에서는 자유분방하지만 저는 순리를 좋아해요.

<화려한 유혹>에서는 정진영 씨와 치명적인 멜로를 했죠?
지금까지는 연하남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낯설긴 했는데요, 막상 시작하니까 진짜 편한 게 있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연하를 만나게 된다는데 저는 오히려 연상을 만나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늘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다 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도 원 없이 원하는 걸 다 했나요?
결국에는 하고 싶은 걸 다 한 거예요. 하지만 저도 늘 그랬던 건 아니에요. 엄마 말을 안 듣는 거 같지만 사실 잘 들어요. 얼마 전 제가 머리 탈색하러 간다고 하니까 엄마가 끝까지 허락을 안 하는 거예요.

지금 탈색한 이 머리 말이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나는 직업이 이거고 솔직히 내가 지금까지 나이에 맞춰 살았다면, 지금의 동안 이미지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몰라. 나이를 잊고 살아서 그런 거야”라고요. 원래는 여름에 작품을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여름이 되니 작품 대신 지금까지 하고 싶었는데 못해본 걸 다 해보고 싶었어요. 작품할 때 여배우가 탈색할 수는 없잖아요? 마침 매니저도 없고, 지금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있어요.

매니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배우도 많은데, 어때요?
엄청 자유로워요. 진짜 다양한 경로로 작품이 들어와요. 데뷔 때 생각도 나고요. 내가 어디를 가든 허락받지 않아도 되고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으니까 다시 구할 생각이에요.

탈색 말고 또 뭘 했나요?
바이크도 타고 종교활동도 열심히 했죠. 회사에서는 그런 활동하는 걸 싫어해요. 아마 매니저 있었으면 다 말렸을 거예요. 그러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은지 계속 설명을 해야만 했겠죠.

기다려지는 작품이 있어요?
어릴 때에는 뭔가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10대에서 20대에 해보고 싶은 CF는 존슨즈 베이비 로션, 캔 커피, 포카리스웨트였지만, 못하고 지나갔어요. 지나가고 또 다른 걸 꿈꾸죠.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가죽 스트랩 시계는 까르띠에(Cartier). 손민호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팬츠는 버버리(Burberry). 팔찌는 다미아니.

최강희가 입은 드레스와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가죽 스트랩 시계는 까르띠에(Cartier). 손민호가 입은 터틀넥 스웨터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팬츠는 버버리(Burberry). 팔찌는 다미아니.

터틀넥 스웨터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 브리프는 미우미우(Miu Miu).

터틀넥 스웨터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 브리프는 미우미우(Miu Miu).

당신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던데요.
라디오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다시 한다면 아예 시작부터 6개월 단발로 선을 긋고 하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책임감 때문에 손을 못 떼겠어요. 애착이 너무 가거든요.

그렇게 애착하게 된 라디오의 매력은 뭐였어요?
라디오에 보내는 사연이나 마음은 다 자기 본심이에요. 그게 너무 따뜻해요.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속은 그렇지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라디오로 사연을 보내요. 라디오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가족 이야기나, 속마음, 자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진짜가 아니라고. 자신을 너무 하향시켜서 기준을 낮추지 말라고. 사람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고, 잘될 수 있다고요. 우리 교회의 군인 출신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싸움은 이겨본 사람이 계속 잘한대요. 지면 졌다는 기억 때문에 위축되니까요. 기억에서 실패의 데이터가 쌓이는 거예요. 그래서 나이 들면 오히려 내성적이 되기 쉬워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그 데이터에서 자유로워졌어요?
지금은요. 제일 잘했을 때도, 제일 못했을 때의 나도 난데, 늘 잘 못한 쪽으로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두려움에 집중하면 좋은 걸 볼 수가 없어요. 두려운 마음이 치고 들어오면 좋은 것에 집중해야 해요. 그럴 때에는 저에 대한 칭찬을 생각해요. 저는 자존감이 정말 낮았어요. 이제 그런 마음을 더 좋은 쪽으로, 좋은 기회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싶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드라마를 한 편 써서 보여주었는데, 제가 볼 때에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연출을 배워서 그 드라마를 찍어보고 싶어요.

자기만의 균형점을 찾은 것 같네요.
자유를 얻었어요. 무엇이든 하고 싶은 힘이 생긴 기분이에요. 처음 바이크를 배울 때. 솔직히 진짜 무서운 거예요. 심장이 확 쪼그라드는데 너무 무서운 거죠. 제가 겁이 없어서 바이크를 타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실은 겁이 나지만 해보고 싶은 거라는 걸 알았어요. 이렇게 되뇌었어요. “그래 나는 무서워할 자유가 있다! 무섭지만 바이크를 타고 달리고 싶다!”

하하, 그렇게 바이크를 타고 쭉 달려갔어요?
겁이 많은 나를 인정한 다음에 신나고 시원하다, 재미있다고 하면서 탔죠. 저는 그냥 보통 여자거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시한 여자도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바이크를 타고 출근하는 백화점 MD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백화점에 도착하면 바이크 슈트를 착착 개고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거예요.

생생하게 그려지는데요? 어서 TV에서 보길 바라요.
3년 안에 있어야 할 텐데요. 시간은 가는 거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이나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놓친 것처럼 지나갈 수 있는 거니까요. 외국에서 오래 살던 사람이 한국에 오면 갑자기 늙는대요. 나이를 하도 물어서.

나이에 맞는 스테레오타입이 강한 나라죠.
요즘 포털 사이트 프로필을 다 지우는 게 유행이라던데요? 솔직히 다 지워도 무방한 것 같아요. 최강희가 어느 대학을 다녔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차라리 좋아하는 걸 적어놓았으면 좋겠어요. 최강희, 배우, 수상경력, 활동작품,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 이렇게.

정말 노란색이에요?
새벽에 불 꺼지지 않는 집의 따뜻한 노란빛을 가장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