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청춘’이 다시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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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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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

지난 8월 27일 종영한 JTBC <청춘시대>는 제목 그대로 스무 살부터 스물여덟 살까지 각자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다섯 여자를 조명했다. 뒤이어 방영 중인 tvN <혼술남녀>는 아예 노량진의 공무원 고시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미생’조차 되지 못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이다. 무대도, 주인공도 다르지만 지금 미디어가 보여주는 청춘의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괴로워하고, 미성숙하며, 시들시들하다. 캠퍼스의 낭만이 청춘의 전부인 것처럼 그려지던 때도 있었다. 한 하숙집에 모여 사는 대학생들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다룬 <남자 셋 여자셋>은 물론, 처음으로 고시생 캐릭터가 등장한 <논스톱4>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청춘의 ‘생기’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6년, <청춘시대>는 청춘의 특성을 정의하는 일이 얼마나 공허한지 이야기한다. “새 학년, 새 학기, 새 출발. 그때마다 나는 악몽을 꾼다. 나에게 처음이라는 것은 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다”라는 유은재(박혜수)의 대사가 보여주듯 사실 20대들의 일상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예은(한승연)은 누구보다 열렬히 연애를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폭력의 트라우마뿐이며, 빡빡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진명(한예리)은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틴다. 대학도 가지 않고 미모를 이용해 사치스럽게 살아온 이나(류화영)에게도 청춘은 우울하지만, 그 한편 이들은 유치하게 싸우거나 사소한 장난을 치며 도통 별일 없는 것처럼 지내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묻는다. 청춘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청춘은 정말로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시절인가? <청춘시대>가 가르쳐준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청춘을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없을뿐더러, 흔히들 청춘이라고 부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나이가 인생의 다른 시기와 딱히 구분되는 시간도 아니라는 것이다. <혼술남녀>는 약간 다르다. 노량진 공무원 고시생과 시급 3만원짜리 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 이들이 보여주고 싶은 청춘은(적어도 지금까지 방송된 바로는) ‘88만원 세대’라는 네이밍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인지도 없는 강사인 박하나(박하선)는 주변으로부터 늘 무시당하면서도 캔디처럼 일어서고, 몇 년째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다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동영(김동영)은 괴로워하면서도 죄책감에 여자친구를 붙잡지 못한다. 고시생답지 않은 발랄한 캐릭터인 기범(샤이니 키)이 있긴 하지만 ‘금수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특별 케이스다. 청춘을 손쉽게 소비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빌려온 <혼술남녀>가 정말로 동시대 젊은이들을 묘사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는 사이, 그야말로 평범한 젊은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점점 더 가난해지고 점점 더 고단해지는 청년 세대가 드라마에 걸맞은 판타지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믿기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비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청춘’들이 비로소 TV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또 한번 청춘이 이용되는가, 아니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가가 드러나게 될 테니까. 부디 ‘청춘’이라는 단어 앞에 감정과 방황들이 대강 봉합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