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라운 가을의 컬러가 눈 위로, 뺨 위로, 입술 위로 은밀하게 스며든다. 시적인 색깔이 만들어낸 배우 손나은의 아름다운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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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네크라인의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는 페이(Fay).

붉은 계열 색의 미묘한 차이를 입술 위에 펼쳤다. 오렌지 립스틱으로 넓게 입술 윤곽을 그리고, 입술 안쪽은 부분부분 짙은 핑크색을 얹는다. 붉은 립스틱으로 입술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듯 바른 다음 립브러시로 색의 경계를 부드럽게 무너뜨린다.

 

플라워 프린트 셔츠와 뷔스티에는 모두 프라다(Prada).

눈가에 섬세한 가을 꽃잎의 색을 입혔다. 연한 보라색 아이섀도로 눈두덩부터 관자놀이까지 넓게 물들인다. 눈 앞머리와 눈두덩 중앙에 오렌지 아이섀도를 옅게 덧칠해 색을 부드럽게 퍼트린다. 검은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정갈하게 빗어 올리고 입술에는 핑크 베이지 립스틱을 발라 차분한 분위기를 더한다.

자카드 소재 코트는 에센셜(Essentiel).

자카드 소재 코트는 에센셜(Essentiel).

은빛 아이섀도를 쌍꺼풀 라인을 중심으로 펴 바른다. 눈두덩 중앙에만 다시 덧발라 반짝임을 강조한다. 짙은 갈색 아이섀도로 눈두덩을 가로질러 인위적으로 아이홀을 그려 눈매에 입체감을 더한다. 붉은 생기가 뺨 위로 스며들 듯 눈 아래부터 뺨 쪽으로 진한 오렌지색 블러셔를 퍼트려 바른다.

 

손나은을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가 아니라 배우로 처음 본 것은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였다. 무대 위 여릿여릿하던 그녀는 어느새 불우한 삶을 살아가는 억센 여고생 수미가 되었고, 마치 원래 그런 목소리를 가졌다는 듯이 당차고 강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배역이었지만 단단하게 존재감을 빛내는 그녀가 신기하고도 기특했다. 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당돌한 여대생 혜미가 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진짜 혜미처럼 말하고 웃고 행동했다. 앳돼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도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배우 손나은에게 기대를 갖기 시작한 것은. 그런 그녀가 새로운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는 좀 더 실제 자신과 닮은 모습이라 한다.

오랜만이에요.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로 돌아왔네요. 
제가 맡은 역할인 혜지는 아이 티를 벗은, 조금 여성스러운 역할이에요. 자존심 세고, 외모부터 스펙까지 모든 게 완벽한 여자. 그런데 정작 원하는 건 갖지 못해 애달파해요. 사랑이요.

원작에서의 혜지는 악역이죠. 그런데 악역인 손나은의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아요.
공감 가는 악역이라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면 아마 다들 이해하실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원작도 안 읽었어요. 원작 그대로의 감정으로 흘러가버릴까 봐 걱정되었거든요. 감독님도 원작의 혜지가 아니라, 저만의 방식으로 혜지를 표현하길 바라셨고요.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나 <두 번째 스무 살>에서 모두 당찬 이미지를 보여줘서, 마치 그게 진짜 손나은일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오히려 정반대예요. 실제의 전 말도 없고 내성적이죠. 목소리 톤도 낮고 조용하고 느리게 말해요.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찍을 때는 일부러 한 톤 높여 대사를 했는데, 평소의 제 목소리가 아니다 보니 체력적으로 조금 버거웠어요. 그런데, 신기해요. 그렇게 몇 달을 당찬 캐릭터로 살다 보니 제 자신이 진짜 변하는 거 있죠? 더 밝고 활기차게.

그런데, 그 강단 있는 목소리가 잘 어울렸어요.
지금은 그 톤이 아니죠? 그때 정말 많이 연습해서 만들어낸 목소리였거든요. 이번 혜지 캐릭터는 그런 면에서 볼 때 실제 저와 더 닮아 있어요.

연기 연습은 주로 어떻게 해요?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연기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감독님이 연기 수업을 받지 말고 현장에서 그때그때 애기하며 연기 톤을 만들어보자 하셨어요.

그럼 매번 촬영 전 그날 할 연기에 대해 감독님과 상의하는 거예요?
네, 매 장면마다. 사전 제작이라 여유가 있었어요. 감독님뿐 아니라 함께 하는 배우들과도 중간중간 연기에 대해 얘기를 나눌 시간이 많았어요 .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연기하기 훨씬 편했죠.

함께한 꽃미남 배우 4인방 중 누구와 케미가 가장 좋았나요?
저는 정일우, 안재현 오빠와 함께하는 신이 많았는데, 일단 두 분 다 키가 커서 편했어요.(웃음) 큰 제 키가 어색해 보이지 않아서요. 그래서 시각적인 케미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정일우 오빠는 섬세해요. 잔뜩 긴장한 제가 현장에 잘 적응하도록 배려해주기도 하고, 카메라 시선부터 대사 톤까지 캐릭터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줬어요. 큰 도움을 받았어요. 안재현 오빠는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정말 다정하신 거예요. <신서유기> 방송 전에 처음 만났거든요.(웃음) 방송 속 착하고 따뜻한 이미지 그대로예요. 카메라에 예쁘게 잡힐 수 있는 꿀팁도 대거 방출해주셨죠. 두 분 외에도 이정신 오빠, 최민 오빠 그리고 소담 언니까지, 모두 친한 사촌 언니, 오빠들 같았어요. 든든하고 편했어요.

시나리오가 꽤 많이 들어올 텐데, 배역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배우지만 가수이기도 하니까, 늘 시간 조율이 관건이죠. 스케줄만 맞으면 웬만하면 역을 가리지 않고 다 해보려고 해요. 저처럼 연기를 배워가는 신인이라면 다들 그럴 거예요.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공포, 스릴러물. 귀신 역할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귀신이라고요? 진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공포스러운 캐릭터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제 얼굴에 그런 분위기가 숨어 있나 봐요. 아, 비련의 여주인공도 좋겠네요.

오늘 촬영할 때, 에이핑크 멤버들과의 영상 통화가 인상 깊었어요. 수다가 끝이 없던걸요?
함께 있으면 저도 모르게 늘 웃고 있어요. 혼자 있을 때의 저는 늘 긴장해 있고 소심해지는데, 멤버들과 같이라면 용기가 생겨요. 무서울 게 없죠.

매니저가 그러는데, 에이핑크가 다 모이면 너무 시끄럽대요.(웃음)
정말 다들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어요. 굴욕 사진도 많이 양산되었죠.

어떤 굴욕 사진이요?
제가 입도 크고 치아도 큰 편인데, 웃을 때 입을 크게 벌리거든요. 재미있으면 입 모양 같은 거 신경 안 쓰게 되잖아요. 완전 망가지게 나온 방송 캡처 사진이 막 돌아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팬은 그런 사진으로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신 적도 있어요.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그냥 다 재미있어요. 웃기잖아요.

그러고 보니 별명도 많던데요? 특히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오른손나은’이라는 별명이요. 팬들이 그러는데 제가 오른손으로 실수를 많이 한대요. 물건을 떨어뜨리고 춤을 추다가 다른 멤버를 친다거나. 그런 장면들만 모아둔 것을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웃겼어요. 아, ‘나은나은해’라는 말도 좋아요. 팬들이 지어준 저만의 형용사 같은 건데, ‘하늘하늘하다’ 같은 말처럼 발음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운동을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절대 아니죠.(웃음) 해야 해서 하는 거예요. 운동을 안 하다가 꾸준히 해봤더니, 몸의 컨디션이 달라지더라고요.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고, 스케줄이 많아도 덜 피로하고. 헬스를 꾸준히 하고, 요즘은 필라테스와 EMS도 해요. 최근에는 자세 교정을 위해 발레를 시작했는데, 근력 운동부터 스트레칭까지 갖가지 운동 효과를 다 볼 수 있어요. 그만큼 힘들죠. 어릴 때 그림만 그려서인지 활동적인 운동은 여전히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아, 그림을 그렸었죠.
고흐가 그림 밑에 붓으로 거칠게 ‘Vincent’라고 이름 쓴 것을 보고 마음이 울컥한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마크 로스코 전시회에 갔다가 큰 캔버스에 반은 빨간색으로, 반은 검은색으로 칠한 추상화 앞에 앉아 하염없이 그 그림만 보다가 왔죠. 그림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어요. 그래서 힘들고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을 그리고요. 그림을 그리고 나서 보면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색으로, 선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일기처럼.

지금의 나은은 행복한가요?
앞만 보며 달리는 삶은 싫어요. 주위도 돌아보고 내 마음도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싶어요. 음악도, 연기도 저만의 페이스대로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가고 싶어요. 뭐든 급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요. 아주 작은 배역부터 차근차근 배우로서 경험을 쌓고 있으니 이런 제 모습에 만족해요. 지금 전 아무래도 행복한 것 같아요.

벨벳 소재 드레스는 미우미우(Miu Miu).

벨벳 소재 드레스는 미우미우(Miu Miu).

오렌지색에서 보랏빛으로, 또 붉은색으로 짙어가는 해질녘 가을의 하늘빛을 뺨에 담았다. 연한 갈색톤의 마스카라로 눈썹의 색깔을 한 톤 밝게 만들고 입술은 누드빛으로 마무리한다. 오렌지, 코럴, 레드, 베이지 핑크 블러셔를 관자놀이부터 입술 아래까지 연결하듯 퍼트린다. 뺨의 중앙에서 바깥으로 갈수록 색의 농도가 옅어지도록 표현한다.

리본 매듭 장식의 드레스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리본 매듭 장식의 드레스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가을의 파랑은 깊고 짙다. 은빛 스틱 아이섀도를 쌍꺼풀 라인과 눈 아래쪽에 넓게 펴 바른 다음 그 위에 파란 아이섀도를 덧입혀 반짝임을 더한다. 까만 아이라이너로 점막을 꼼꼼히 채워 그리고 속눈썹에도 파란 마스카라를 풍성하게 발라, 눈가를 중심으로 진한 파란빛이 퍼트려지듯 연출한다. 파란 마스카라로 눈썹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내 눈썹에도 푸른색을 더한다.

 

시스루 원피스는 올라 카일리(Orla Kiely).

시스루 원피스는 올라 카일리(Orla Kiely).

쿠션 팩트를 여러 번 두드려 발라 피부에 고운 윤기를 더한다. 눈가에는 연한 갈색과 복숭아색 아이섀도를 옅게 펴 발라 부드러운 음영을 만든다. 진한 와인빛 립스틱을 입술 라인을 따라 바른 다음 면봉으로 살살 닦아내면 입술이 붉게 착색되는데, 여기에 짙은 보라색과 빨간 립스틱을 거칠게 발라 어지럽게 번진 입술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