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는 노래를 부르고 랩을 하고 춤을 춘다. 곡을 만들고, 영상을 직접 촬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엠버는 무엇보다 자기의 의견을 말할 줄 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적 없던 캐릭터, 엠버를 만났다.

 

스웨터는 J.W.앤더슨 바이 쿤 (J.W. Anderson by Koon).

스웨터는 J.W.앤더슨 바이 쿤 (J.W. Anderson by Koon).

 

에프엑스의 멤버로 데뷔한 게 벌써 7년 전의 일. SBS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이 엠버를 기억하는 가장 쉬운 수식어는 ‘남자 같은 아이’였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여자 아이돌이니 곧 머리를 기르고 치마를 입고, ‘변신’을 하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엠버는 트위터 계정에 “나는 이미 여자예요. 여자같이 입으라는 말 같은 건 이제 그만합시다”라는 말을 남기며 확실하게 입장을 밝혔고, 다양성과 존중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개인 SNS와, 자작곡을 통해 열심히 이야기한다. 그렇다. 엠버는 용감하다! 용감한 엠버는 셀프캠을 찍고, 친구들과 함께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왓 더 파인애플’에 노메이크업으로 출연하며, 뮤직 페스티벌인 UMF의 무대에서는 관객과 함께 뛰노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엠버에게는 이 모든 게 하나하나의 궤적일 뿐이다.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을 자작곡으로 채운 것에 이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요. 자기가 쓴 곡을 선보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데뷔 전부터 음악이 취미였는데 데뷔한 이후에는 가수인데 곡은 안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주변에 제 곡을 들려줬는데 꽤 반응이 좋더라고요. 에프엑스 활동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요. 제 삶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거죠.

당신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직접 촬영한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왓 더 파인애플’의 영상 속에서의 모습도 매우 자연스럽더군요.
아, 보셨군요! 데뷔하고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세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의외로 조용하다’고 해요. 자기가 본 모습만으로 저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욕심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게 진짜 나야’ 하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요.

소속사나 방송국의 도움 없이 친구들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뭐예요?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회사도 제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으면 해’라고 하는 쪽이에요. 아이돌도 곡을 쓸 수 있고, 영상도 만들 수 있는데 ‘아이돌’ 하면 연상하는 고정관념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돌은 이런 것을 안 할 것이다, 아이돌이라면 이런 걸 좋아할 것이다, 같은 게 많잖아요. 어떤 상표 같아요.

아이돌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케이팝 스타라는 말로 확장됐죠. 스스로 케이팝 스타라고 생각해요?
케이팝 스타라는 말은 어색하긴 해요. 저희 언니도 제가 뭘 하면 ‘케이팝 스타처럼 굴지 마’라며 장난치곤 하거든요. 전 그게 제 경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지원할 때 자신이 해온 일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이력서에 쓰잖아요. 저는 이력서에 케이팝 스타라고도 쓸 수 있고, 다른 것도 쓸 수 있는 거죠.

‘왓 더 파인애플’의 영상에는 셀러브리티 친구를 비롯 다양한 친구가 나와요. 친구들과 당신을 연결해주는 공통점은 뭔가요?
공감 능력이요. 관심사가 비슷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해요. 누가 문제가 있을 때 ‘괜찮아질 거야’라고 막연하게 위로하기보다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왜 힘든지 이해하려고 하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걸 겁내지 않는 것 같아요. 소신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의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거죠. 그걸 말할 권리도 있고요. 얼마 전 올랜도에서 총격사건이 있었잖아요. 범인이 표적으로 삼은 공간이 유명한 게이 클럽이다 보니, 지지를 보이는 것조차 어려운 면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개인 SNS에 올렸던 추모글을 지우기도 했고요. 그걸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파티를 할 수도 있고, 쇼핑도 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건 해소한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덮는 거잖아요. 괴로운 일이 생기면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Beautiful’이나 ‘Borders’는 힘을 주는 곡이에요. 주변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댓글을 가끔 봐요. 특히 ‘Borders’를 발표했을 때는 ‘고맙다’는 팬이 많았는데 저도 고마웠어요. 그 전에는 저도 슬프고 힘든 감정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게 부끄러웠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슬프고 힘든 일을 말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을 보면 남자친구들은 감정을 말하는 걸 특히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랑 싸웠다길래 둘이 문제에 대해 잘 얘기해봤냐고 물으면 말하기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실패나 실수가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요?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쨌든 뭔가 배우긴 배우니까요. 사실 이건 우리 아빠가 한 말이에요, 하하.

그러고 보니 미국의 가족들을 만난 지 오래됐죠? 만나면 뭘 할지 생각해봤어요?
정말 원하는 건 가족들이 집에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며 그냥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엄마 나 배고파!’라고 하면 저쪽에서 ‘알아서 차려 먹어’라고 외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요. 그런 일상적인 특권을 누리고 싶어요. 지금은 시차 때문에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시간을 약속해야 하니까 이틀은 걸리거든요.

가족들이 한국에 오면 어디를 가나요?
닭갈비를 먹으러 가요. 언니는 지금 독립해서 LA 한인타운 쪽과 멀지 않은 곳에 사는데도 맛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엠버. 아이 원트 닭갈비! 아이 원트 보쌈!’ 이런 식이죠.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 다 같이 한국에 온 지 꽤 됐네요.

 

티셔츠는 베트멍(Vetments).

티셔츠는 베트멍(Vetments).

셔츠 장식의 맨투맨 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바이 쿤(Maison Martin Margiela by Koon).

셔츠 장식의 맨투맨 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바이 쿤(Maison Martin Margiela by Koon).

안에 입은 톱은 엠버 소장품. 겉에 입은 톱은 칩 먼데이(Cheap Monday).

안에 입은 톱은 엠버 소장품. 겉에 입은 톱은 칩 먼데이(Cheap Monday).

 

10대, 20대 팬이 대부분이에요. 당신 또래나 더 어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부담돼요. 솔직히 말하면요. 그런데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친구들, 부모님, 가족, 그리고 팬분들….

그 부담감이 행동에 제약을 줄 정도는 아니죠?
당연히 어느 정도 신경은 쓰죠! SNS에 올리는 글도 즉흥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쓰려고 하는데 어때?’ 하고 보여주기도 해요.

대중적으로 당신을 알린 건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이에요. 이제 출연한 지 1년이 좀 지났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때요?
아직 돌아볼 때가 아니에요. 어제도 친구가 제가 울면서 말 실수를 했던 ‘잊으시오’를 흉내 내면서 놀렸는걸요!

하하, 아직도 그 여파가 진행 중이군요?
그런데 확실히 뭔가 바뀌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무슨 행동을 할 때 눈치를 보고 조심스러운 게 있었다면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 이후에는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왜죠?
인지도가 올라갔기 때문일까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더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이 인터뷰도 그래요. 사람들이 예전에는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거든요. 질문을 받다 보니 내 생각이나 의견을 보다 명확하게, 좀 더 정리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또 어떤 게 달라졌나요?
저는 교포가 아닌 대만계 미국인이에요. 한글은 제 세 번째 언어지만 말실수를 하는 게 늘 두려웠죠. 그런데 실수였던 ‘잊으시오’ 가 오히려 제게 좋은 기회를 준 거잖아요. 그 뒤로 그래, 틀려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막 말하자!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에프엑스 역시 큰 변화를 겪었죠. 멤버가 네 명이 됐고, 그 멤버들과 함께 지난 1월 단독 콘서트를 열었어요.
그 콘서트를 준비하는 한 달 내내 멤버들과 댄서들, 스태프분들과 매일 붙어 있었어요. 아, 갑자기 멤버들이 너무 보고 싶네요. 요즘은 멤버들과 연락을 더 자주 해요. 얼마 전에 크리스탈이 저한테 갑자기 미안하다고, 어릴 때는 멤버들의 고마움을 못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와 우리 이제 다 컸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정의한다면 어때요?
루나의 애칭은 강아지예요. 빅토리아 언니는 퀸, 여왕이죠. 행동, 말 모두 아우라가 있다고 해야 하나? 크리스탈은 프린세스! ‘엠버, 이거 나 사줘’ 하면 사 주게 되고, ‘엠버 나 배고파!’라고 하면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게 되거든요.

그럼 에프엑스에서 당신은 어떤 존재인 것 같아요? 라마나 코알라 같은 별명 말고요!
공기?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숨을 쉬잖아요.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의미에서 저는 공기입니다!

 

티셔츠는 앤더슨 벨(Andersson Bell), 데님 팬츠는 올세인츠(Allsaints), 스니커즈는 컨버스

티셔츠는 앤더슨 벨(Andersson Bell), 데님 팬츠는 올세인츠(Allsaints),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