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유해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방법은 소비자로서의 알 권리를 더 성실히 행사하는 것. 아는 만큼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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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여파가 탈취제와 방향제 같은 생활화학 제품뿐 아니라 화장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관련해 최근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가 샴푸와 샤워젤 같은 씻어내는 화장품에 세균 번식을 막는 살균보존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CMIT와 MIT는 현 화장품법상 제한이 필요한 살균보존제 성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씻어내는 방식의 화장품’에 한해 CMIT와 MIT 혼합성분을 0.0015% 이하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자 화장품업체에서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들 성분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치약 속에 함유된 트리클로산의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식약처에서 치약과 가글액 등에 트리클로산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균과 치석 제거를 위해 사용해온 트리클로산은 간 독성이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화학성분이다.

우리가 몰랐던 화장품 속 화학성분
생활 속 화학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지면서 화학제품과 화학성분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케미포비아’나 화학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거부하는 ‘노케미족’까지 등장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의 전성분과 각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화장품 앱인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도 덩달아 인기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아로마티카의 김영균 대표는 그동안 화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화장품 성분이나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서야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의 유해성 논란은 몇 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사안이에요. 포름알데히드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처럼 유해성이 확인돼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됐거나 허용량을 제한하는 화학성분 외에도 호르몬을 교란시켜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천식, 생식기 장애 등을 가져오는 화학성분 중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성분이 굉장히 많아요. 대표적인 예가 합성향료예요.”

화장품과 향수, 세정제, 디퓨저나 룸스프레이, 향초 같은 방향제 등에 널리 쓰이는 향료 중 상당수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향료가 아닌 화학성분을 배합해 만든 합성향료다. 천연향료는 식물의 열매와 잎,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가리키는데, 투입하는 재료 대비 추출된 에센셜 오일의 양이 매우 적고, 추출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합성향료에 비해 향의 섬세함과 지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합성향료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프랑스 향수 제조의 중심지로 영화 <향수>에도 등장한 프랑스 그라스 지역에도 천연향료를 만들던 시설은 하나 둘 사라지고 합성향료를 만드는 향료회사들이 점령한 지 오래다. “대부분의 화장품 제조사는 외국 향료회사에서 제조한 향을 국내 향료 수입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제품에 첨가하죠. 합성향료의 주원료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은 석유화합물이에요.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를 혼합해 원하는 향을 만든 것을 조합향료라 하는데, 적게는 수십 종, 많게는 100여 종 이상의 향료를 조합해 만들어지죠.” 김영균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의 환경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정부기관과 산업전문가, 교육기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집계해 화장품 성분의 안전도를 10등급으로 선정해 발표하는데,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공신력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1~2는 낮은 위험, 3~6은 보통 위험, 7~10은 높은 위험을 의미하는데, 합성향료는 최근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보다 한 단계 높은 8등급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합성향료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현기증, 발진, 색소침착, 기관지 자극 등이다. 향수의 전성분 표시 중 향료(Fragrance, Parfum), 제라니올(Geraniol), 시트랄(Citral), 리모넨(Limone), 벤질 벤조에이트(benzyl Bezoate) 등이 합성향료에 해당한다.

지난 2008년부터 국내에 화장품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돼 화장품 전성분을 제품에 표기하도록 되어 있지만 향을 내는 성분의 경우 기업의 영업 비밀로 인정돼 향료라고 표시하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26개 성분에 한해서만 해당 성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향수에 적힌 전성분표시만 보고는 향을 내기 위해 어떤 합성향료가 사용됐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012년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에서는 합성향료의 유해성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당시 취재진이 합성향을 함유한 향수와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 등의 성분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상당수 제품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와 중추신경계와 생식기에 이상을 가져오는 BHT(디부틸하이드록시톨루엔)이 검출됐고, 일부 향수에서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DEP(디에틸프탈레이트)가 검출되기도 했다. DEP는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프탈레이트계 성분 중 하나로, 화장품에 쓰일 경우 향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용매로 쓰이거나 화장품 성분이 서로 잘 섞이게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프탈레이트계 성분 중 DBP(디부틸프탈레이트)와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EU에서 2005년부터 독성물질로 규정해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당시 국내에 판매되는 데오도란트 제품 중 두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DEP의 경우 식약처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판단되는 100ppm 이하로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집 안이나 차량 내부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해온 탈취제와 방향제의 안전성 역시 재검토되고 있다. 향초를 비롯한 디퓨저, 룸스프레이, 패브릭 스프레이 등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이들 제품은 화장품이 아닌 일반 생활화학 제품으로 규정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리해왔지만, 지난해 4월부터는 위해 우려 제품으로 지정돼 환경부로 이관됐다. 환경부에서 고시한 규정에 따르면 방향제는 일정한 공간 내에 지속적으로 좋은 냄새를 발산해 사용자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화학제품 및 향초를 뜻한다. 인위적으로 향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과 화장품법에서 규율하는 향수나 분말향, 향낭, 체취 방지용 제품은 제외됐다. 탈취제는 일정한 공간 내에 또는 섬유제품과 같은 특정 제품의 악취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화학제품 및 미생물 탈취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주로 쓰는 방향제와 탈취제에는 대체 어떤 화학성분이 들어 있는 걸까? 향을 내기 위해 인공향료 같은 착향제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공기 중으로 향기가 퍼지도록 하는 에탄올과 벤질알코올, 합성향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벤조페논,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도록 돕는 유화제, 알코올의 일종으로 착향제로 쓰이는 테르피네올, 향료를 비롯한 화장품의 오일 성분이 변질되는 것을 막는 산화방지제인 BHT 등이 쓰인다. 일부 방향제와 탈취제에는 이들 성분 외에도 여러 가지 화학성분이 들어 있는데, 앞서 언급한 DEP나 BHT처럼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호흡기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방향제와 탈취제처럼 공기 중에 분사하는 스프레이나 에어로졸 타입의 제품의 경우 분사된 입자가 매우 작아 제품에 함유된 화학성분이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몸속에 유입될 가능성이 더 높다. 때문에 제품 구매 시 유해성분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초나 방향제, 탈취제를 사용할 때는 집 안을 자주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임산부나 유아가 있는 집에서는 화장실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화학성분이 함유된 방향제나 탈취제를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는 만큼 보이는 화장품 속 화학성분
몇 년 전부터 화장품 속 화학성분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파라벤이나 미네랄 오일, 합성향료, 합성색소 같은 화학성분을 배제한 제품의 출시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불거진 여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성분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2008년부터 화장품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표기된 화학성분의 면면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알 권리를 누리고, 기업들로 하여금 제품 제조과정에서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려면 화장품을 비롯한 생활 속 화학제품의 성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화장품에 표기된 전성분의 정의와 용도가 궁금하다면 식약처 홈페이지나 네이버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보길. 네이버 지식백과는 식약처에서 제공한 899건의 화장품 성분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성분명을 직접 검색하거나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으로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 여부를 알고 싶다면 화해 앱을 이용하거나 화해 앱과 연동된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된다. 시중에 판매 중인 6400개가 넘는 제품에 함유된 1만여 가지 성분의 정보를 수록하고 있으며, 제품명을 검색하면 화장품의 전성분에 대한 정보와 함께 EWG에서 게재한 등급을 토대로 각 성분의 안전성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제품 구매 전 전성분을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제품 사용 전 제품에 표기된 사용법과 사용상 주의사항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같은 화학성분이라도 어떤 용도로, 얼마나,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화학성분이라도 함량이나 사용법을 제한해 법으로 사용을 허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품에 적힌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성실히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된 화학성분
유해성이 확인돼 화장품에 배합이 금지된 성분 리스트.

–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원인물질로 흡입독성이 확인돼 화장품 및 생활화학제품에 사용이 전면 금지된 성분이다.
– 트리클로산(Triclosan) 항균과 치석 제거를 위해 사용해왔으나 간 독성이나 암 유발 가능성이 있어 최근 치약을 비롯해 가글액, 영유아 구강청결용 물휴지 등의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됐다.
–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방부제 중 하나로 발암물질로 추정돼 화장품에는 배합이 금지된 성분이다. 화장품의 제조공정 또는 유통과정에서 생성돼 기술적으로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배합 한도 0.2% 내에서만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방향제의 경우 기준치(25mg/kg) 이하로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 DBP(디부틸프탈레이트) &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화장품의 향을 오래 보존하거나 화학성분이 잘 섞이게 도와주는 작용을 하는 프탈레이트계 성분 중 하나로 독성물질로 규정돼 2005년부터 화장품에 사용이 금지됐다. 또 다른 프탈레이트계 성분 중 하나인 DEP(디에틸프탈레이트)의 경우 100ppm 이하로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