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홍콩을 뒤덮은 광적인 건축 열풍이 오랜만에 마이애미에서 되살아났다. 지금 마이애미는 여기저기 공사 중! 스타 건축가들이 너도나도 마이애미에서 대담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마이애미 최고의 호텔을 향한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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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

야자수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양지를 떠올릴 것이다. 거리 곳곳에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마이애미도 많은 사람이 잠시 놀러 왔다가 돈만 쓰고 떠나는 전통적 휴양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오랫동안 머무르는 도시가 되었다. 1~2주, 아니 아예 눌러앉아보라고 손짓하는 도시다. 1950년대 마이애미 비치는 프랭크 시나트라, 마릴린 먼로 등 여러 스타가 출연한 영화의 배경지로 알려지며 화려한 시절을 누렸지만, 이후에 카리브 해로 가는 값싼 비행편이 많이 뜨고, 올랜도에 디즈니월드가 생기면서 마이애미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점점 뜸해졌고 새롭게 건물을 짓는 일도 줄어들었다. 1970년대에는 예전의 화려한 명성은 사라지고 돈이 없는 은퇴자들이나 가는 한물간 곳으로 여겨졌다. 이후 상황이 더욱 나빠져서, 사람들은 ‘마이애미’라고 하면 바로 미드 <마이애미 바이스> 정도만 떠올리게 되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경찰과 마약범들의 사투는 실제 마이애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 초 마이애미는 안에서부터 멍들어가고 있었다. 마이애미가 남미에서 미국으로 가는 마약 판매 경로였기 때문이다. 내가 1989년에 미국으로 이주했을 무렵, 영화롭던 마이애미의 모습은 다 허물어져가는 아르데코 지구(Art Deco District)와 사우스 비치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미국의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우범지대가 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예전 모습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흥망성쇠를 겪는 도시가 다 그러하듯, 마이애미도 한바탕 몰락 이후 재기하기 어려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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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3 호텔 사우스 비치의 장식품. 4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 호텔의 감각적인 볼링공. 5 호텔 사우스 비치 로비의 디자인 체어. 6 윈우드 벽화거리의 그래피티. 7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 호텔의 조명.

건축의 새 바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마이애미에는 새로운 박물관과 스타디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뉴월드센터, 수많은 오피스타워가 들어섰다. 2002년 시작되어 이제는 세계적인 예술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의 성공은 더 이상 마이애미가 문화가 없는 비루한 도시가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를 시작으로 이제 마이애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이애미 비치의 건물들이 그 자체로 예술작품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마이애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는 건축가들의 면면을 보면 변화의 크기 를 짐작할 수 있다. 렘 콜하스, 노먼 포스터, 자하 하디드, 리처드 마이어, 헤르조그 앤 드 뫼롱 등 스타 건축가들이 마이애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2년 새 마무리될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업자인 앨런 파에나의 원대한 계획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이름하여 파에나 지구. 파에나 지구(Faena District)에는 호텔을 포함한 여러 건축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앨런 파에나가 이렇게 큰 규모의 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원조 파에나 지구는 앨런 파에나의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다. 파에나는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푸에르토 마데로 지역의 일부를 사들여서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호텔을 세우고, 제분소를 아트센터로 바꾸는 등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파에나가 마이애미에 건설하고자 하는 파에나 지구의 목표는 훨씬 원대하다. 파에나는 마이애미의 파에나 지구에 대해서 “세계의 지성들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나누는 천국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쪽은 대서양으로 향하고, 한쪽은 인디언크리크로 향하는 미드비치. 미드비치의 32번가에서부터 35번가와 콜린스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파에나 지구를 건설하는 것이 파에나의 구상이다. 해변을 마주 보고 있는 쪽은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맡았다.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둥글게 휜 테라스가 특징인 4천만 달러의 펜트하우스가 있는 주거빌딩 파에나하우스가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다. 파에나하우스에서 겨우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렘 콜하스가 디자인한 파에나 포럼 아트센터가 내년 오픈을 앞두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큰 창문이 군데군데 들어간 드럼통과 큐브를 합쳐놓은 모양의 하얀 건물의 내부는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이다. 이곳에서 각종 전시회, 콘서트는 물론 정치 토론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파에나 지구 건물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곳은 파에나 호텔 마이애미 비치(Faena Hotel Miami Beach)다. 아카데미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과 그의 아내 캐서린 마틴이 호텔 디자인에 참여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바즈 루어만이 감독하고 캐서린 마틴이 미술, 의상 디자인을 맡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제86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미술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바즈 루어만과 캐서린 마틴은 이전에 색소니 호텔(Saxony Hotel)이었던 곳을 영화와 환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파에나 마이애미 비치 호텔에는 아르데코풍의 극장도 있으며, 호텔 레스토랑 중 한 곳은 스타 셰프 프란시스 말만이 이끌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렌치 셰프 프란시스 말만은 프랑스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후 아르헨티나로 다시 돌아와 스테이크의 일인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파에나 마이애미 비치 호텔 건너편에는 파에나 지구의 두 번째 호텔인 펑키한 스타일의 카사 클래리지(Casa Claridge’s)가 자리하고 있다. 핑크색 호접란과 수풀이 우거진 마당을 자랑하는 카사 클래리지에서는 곳곳에 설치된 훌륭한 미술작품도 즐길 수 있다.

 

1 카사 클래리지 호텔의 다이닝룸. 2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에 놓여진 작품. 3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리셉션. 4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로비. 5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의 바. 6 윈우드 벽화거리에 있는 그래피티 작가 달리스트(DALeast)의 작품.

마이애미 비치에서 생긴 일
마이애미 비치의 재개발에 파에나만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요커 중에서도 가장 뉴요커스러운,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부티크 호텔의 창시자인 이완 슈레거도 마이애미 비치에 관심이 많다. 슈레거는 마이애미 비치가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변화의 조짐을 먼저 포착했다. 1992년에 슈레거가 호텔 딜라노(Hotel Delano)를 지은 이후 새로운 호텔들이 마이애미에 줄지어 들어선 것. 디자인에 집중한 부티크 호텔로서 우아하면서도 캐주얼한 매력을 뽐내는 호텔 딜라노는 당시 마이애미 비치에 근 40년 만에 지어진 새 호텔이었다. 호텔 딜라노는 잘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마이애미의 클럽 문화를 즐기기 전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슈레거는 투숙객들의 짐을 보관해주던 공간에 지나지 않던 호텔 로비를 칵테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슈레거가 다시 마이애미 비치로 돌아왔다. 슈레거의 새로운 호텔,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Miami Beach Edition)은 최근 마이애미에 불고 있는 재건축 바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은 예전 1950년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세빌 비치 호텔을 재건축한 것이다. 럭셔리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 마타도르 바에서는 미국 속 작은 쿠바라는 마이애미의 별칭에 맞게 마이애미 태생의 디제이 호레치가 부모님이 운영하는 쿠바 레스토랑에서 공수해온 음반을 활용해 마치 아바나에 와 있는 것 같은 사운드를 그대로 재연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해변가 산책로를 낮게 건설한 덕택에 막힘 없이 시원한 오션뷰를 바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애미 비치의 밤은 낮만큼이나 뜨겁다. 밤 12시 전에는 마타도르룸에서 스타 셰프 장조지의 라틴 요리를 즐기다가 밤 12시가 되면 지하로 내려가보자. 호텔 지하에는 나이트클럽, 스케이트장, 볼링장이 있다. 네온사인과 목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 이 공간에는 볼링장의 볼링공 하나에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누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등 디테일이 살아 있다.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은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호텔에 딸린 해변만 봐도 자연스러움과 인위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돌을 구입하는 데만 백만 달러 가까운 비용을 들여 해변 앞에 작은 방파제를 만들었는데, 덕분에 투숙객들은 궂은 날씨에도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 남쪽으로 가면 호텔과 해안가 산책로 사이에 숨겨진 통로가 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이 통로를 따라 080미터 정도 내려가면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Metropolitan by Como Miami Beach) 호텔까지 갈 수 있다.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서 가슴을 쿵쾅쿵쾅 울리는 화려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데 반해, 메르토폴리탄 바이 코모는 작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이 열리는 3월에는 평화와 차분함을 잠재우는 뜨거운 음악의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평소의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에서라면 풀사이드에서 디제잉을 하는 디제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의 한적한 정취는 루프톱 풀에서도 느낄 수 있다. 호텔 객실의 민트그린색 벽지, 단색 바닥, 반투명 유리에서도 차분함이 느껴진다. 티팬티 하나만 입고도 5성급 호텔에 들어갈 수 있는 마이애미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절제의 미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이다.

 

1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의 수영장. 2 카사 클래리지 호텔의 장식품. 3 마이애미 페레즈 미술관. 4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의자.

진화하는 호텔들
사람들은 보통 마이애미 비치와 마이애미를 같은 곳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는 다리 네 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별개의 행정구역이다. 마이애미 비치의 시작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코넛과 아보카도 농장이 문을 닫은 후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미국 대통령들이 방문하는 인기 휴양지가 된다. 1 921년 워런 하딩 대통령이 휴가차 마이애미 비치를 방문해 첫 번째 골프 라운딩을 할 때 무게가 3톤이나 나가는 코끼리 로지가 캐디 역할을 하는 등 특별한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마이애미 비치의 호텔들은 투숙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바이 코모 옆에 위치한 1호텔 사우스 비치(1 Hotel South Beach)는 마이애미 비치 최초의 친환경 공간으로 곧 글로벌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총 426개의 객실을 갖춘 규모가 큰 호텔이지만 친밀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호텔 사우스 비치의 화이트톤에 천장이 높은 로비는 이제 마이애미 비치에서 흔해졌지만, 1만1000여 종의 생화가 로비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로비 이외의 곳에서도 친환경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객실의 카드키로 재활용 목재를 활용하고, 침대 옆에는 일반적인 메모장 대신 작은 칠판이 놓여 있다. 옷장에는 재활용 종이로 만든 옷걸이가 걸려 있고 미니바의 수도꼭지에서는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화려함으로 유명한 마이애미 비치에 자리한 호텔인 만큼 1호텔 사우스 비치에도 화려한 면이 있다. 81층에 위치한 루프톱 풀을 포함한 총 네 개의 수영장은 물론 호텔 내 투숙객들의 이동수단으로 텔사의 전기차를 사용하고 있고, 거대한 규모의 헬스장과 스파가 곧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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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의 수영장. 6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의 스위트룸. 7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의 조명. 8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의 미니바. 9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이 소장 중인 작품. 10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가구.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재건축으로 탄생한 또 다른 호텔이 있다. 바로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Nautilus, a Sixty Hotel)이다. 짙은 바닷빛 네온사인을 재현하는 등 기존의 호텔을 재건축했다는 점, 그리고 뉴요커가 호텔 재개발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마이애미 비치 에디션과 공통점이 많다. 톰슨 호텔의 공동창업자인 제이슨 포머랑의 새로운 호텔 브랜드 식스티 호텔은 마이애미 비치 스타일의 대명사인 건축가 모리스 래피더스가 디자인한 1950년대 호텔을 재건축하여 완성되었다. 노틸러스, 어 식스티 호텔에서는 복고 스타일의 마이애미를 느낄 수 있다. 투숙객은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하얀색 기둥과 나선형의 화려한 계단이 있는 로비를 지나 아치형 천장의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 즐길 수 있고, 객실에서도 옆으로 세워져 있는 여행용 트렁크처럼 보이는 것의 문을 열면 미니 바가 나오는 등 복고 스타일이 느껴진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호텔은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Thompson Miami Beach Hotel)이다. 세 동의 건물이 합쳐진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에서는 화려한 색감과 비트를 즐길 수 있다. 호텔 풀사이드에는 1930s 하우스가 있는데, 스페인산 타일로 마감한 바닥과 물결 모양의 지붕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이곳은 스피크이지 바 느낌이 난다. 로맨틱한 저녁을 여기서 시작하거나,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은 곳이다.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에는 스타 셰프 미셸 번스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시그레이프도 있다. 이곳은 늘 로컬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인기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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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텔 더 스탠더드에서 바라본 뷰

멈추지 않는 도시
마이애미 비치가 휴양지로 유명해서인지, 마이애미 비치 이외의 마이애미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었는지는 잘 조명되지 않는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유명한 휴양지는 마이애미 비치이지만, 문화적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애미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디자인한 새로운 뮤지엄,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작품을 기증한 쿠바계 미국인 억만장자 페레즈의 이름을 딴 마이애미 페레즈 미술관이 마이애미에 있다. 또한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남쪽의 윈우드 거리에서도 예술을 느낄 수 있다. 마이애미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갤러리든, 주차장이든, 상점이든 곳곳에서 그래피티 벽화를 즐길 수 있다. 마치 10여 년 전의 브루클린 같다. 자칫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 유기농 빵을 즐길 수 있는 자크 더 베이커(Zak the Baker), 힙한 바이크 스토어 오렌지 페달(Orange Pedal), 꽃집과 카페가 같이 있는 스프라우트(Sprout) 등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움이 숨겨져 있는 곳이 마이애미이다. 예전에 공장으로 쓰였던 곳 중 일부는 이제 베이크하우스 아트 콤플렉스(Bakehouse Art Complex) 같은 아트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시장도, 관할 경찰서도 따로 있는 두 도시인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는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제각기 멋진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의 마이애미는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가끔 마이애미에는 중심지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견도 이제 잠잠해질 것 같다. 해안가를 타고 내려와 항구에 줄줄이 늘어선 크루즈선을 지나 내려오면 브리켈 시티 센터(Brickell City Centre)에 도착하게 된다. 브리켈 시티 센터는 파에나 지구처럼 아예 기초부터 새롭게 지은 구역으로 스와이어 그룹이 세운 이스트 호텔(East Hotel)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브리켈 시티 센터가 원대한 목표나 비용 면에서는 파에나 지구를 능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총 6억9천만 파운드가 들어간 브리켈 시티 센터는 호텔, 상점, 오피스, 아파트가 모두 몰려 있는 복합지구이다. 이러한 거대한 복합 지구는 홍콩에 쇼핑센터와 호텔이 결합된 퍼시픽 플레이스를 건설한 스와이어 그룹에게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지만, 이곳 마이애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공중정원, 공원, 수영장이 들어설 것이고, 각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는 비스케인 베이를 조망할 수 있다. 스쿠버다이버까지 동원하여 석회암을 파내 건물 아래 지하 주차장도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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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텔 사우스 비치의 감각적인 화분. 3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장식품과 책. 4 톰슨 마이애미 비치 호텔의 레트로 디자인. 5 카사 클래리지 호텔의 휴식공간.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클라이미트 리본(Climate Ribbon)’이다.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격자무늬 구조물인 클라이미트 리본은 바닷바람을 활용해 야외공간인 2층, 3층의 냉방을 하고, 갑자기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질 경우 비가 못 들어오게 차단하며, 빗물은 나중에 재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 최첨단 친환경 건축물이다. 브리켈 시티 센터로 인해 브리켈과 다운타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젠 자동차를 두고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마이애미에 새로운 건물이 계속 들어서는 것을 보면, 마이애미가 단지 한 번 왔다 가는 휴양지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너도나도 앞다퉈 마이애미 비치에 호텔만 짓던 때와는 다르다. 마이애미만의 문화에 새로운 건축물과 이전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던 디스트릭트까지 더해졌다. 새로운 변화가 마이애미를 휩쓸면서 장밋빛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다 성공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려의 시선도 있기는 하겠지만, 마이애미 최고의 순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